고지 점령한 LG화학, 향후 시나리오는 [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올해 10월 ITC 최종 결정…양사 합의 있을지 관심
박기수 기자공개 2020-02-17 08:46:02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0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월 말부터 이어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이 반환점을 돌아 끝을 향하고 있다. 판결 주체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International Trade Center)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리면서다.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LG화학과 합의를 이뤄내야만 하는 입장이 됐다.LG화학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 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면서 "더 이상의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은 "당초 3월 초로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바로 10월 5일까지 ITC위원회의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만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초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3만여 개가 넘는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 인멸 정황이 있다며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했던 바 있다. 조기 패소가 확정된 상태에서 다가오는 '최종 결정'에서 ITC가 소송 초기 당시 LG화학이 요구했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품·소재 미국 내 수입 금지' 판결까지 내릴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작년 무산됐던 합의, 재개 작업 나설까
양사의 합의 가능성은 지난해에도 존재했다. 추석 연휴가 있기 직전이었던 9월 10일, LG화학은 입장문에서 "소송에 대해 불리해진다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라면서 "잘못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양사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정당한 보상을 논의하면 된다"라고 밝혔던 바 있다. 이는 추석 연휴 이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회동이 계획된 후 나온 LG화학 측 입장문이었다.
실제 두 CEO의 회동이 이뤄졌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성과는 없었다. 이후 LG화학이 조기 패소를 요구하는 등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음을 고려했을 때 추석 연휴 이후 회동에서 양사 CEO들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던 것으로 보인다. 인력 유출을 통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 LG화학의 주장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기 패소까지 현실화한 상황에서 향후 SK이노베이션의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분쟁의 시작점에서부터 LG화학이 주장해 왔던 혐의들을 모두 인정하고 보상을 논의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만약 합의를 보지 못한 채 ITC의 최종 결정으로 미국 내 배터리 사업에 차질을 겪게 될 경우 잠재적인 피해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내 배터리 제2공장 설립까지 고려하면서 미국 사업을 확장해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핵심 생산 기지에서 원재료 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합의 아니라면…오너 개입 카드 꺼낼까
조기 패소장을 받아들인 SK이노베이션의 즉각적 반응은 '수긍'보다는 '이의 제기'다. SK이노베이션은 17일 "결정문을 검토한 후,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기 패소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분쟁을 넘어선 상급자들의 개입이다. 해당 분쟁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들이 직접 움직인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오너가 개입해도 조기 패소 판결은 뒤집기 힘들겠지만, 여론 변화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양사의 분쟁이 결국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라면서 "입장문을 통해 이 기조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합의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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