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는 화학사]평온했던 대한유화, 변화 요구되는 배경은중국 업체 등장에 호황기 수혜 불투명…저성장 '뉴노멀' 되나
박기수 기자공개 2020-03-10 11:07:17
[편집자주]
달콤한 초호황기를 뒤로 하고 국내 화학사들은 너나 할것 없이 수익성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관적인 수익성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진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화학사들은 선뜻 답안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을 한 번에 뒤흔드는 중국 업체들의 등장도 위협이다. 더벨은 가지각색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는 국내 화학사들의 현주소와 그들이 직면한 과제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5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중견 석유화학사인 대한유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안정성'이다. 투자가 잦지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메인 플레이어도 아니다. 1970년 설립 이후 이종 산업에 눈을 돌리지 않고 본업인 석유화학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채비율 역시 매우 안정적인 수준(2019년 말 연결 기준 약 14%)을 기록하고 있다.이런 대한유화를 두고 최근 업계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한유화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석유화학업계의 '호황기' 때 그 열매를 누렸기 때문이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글로벌 수요·공급 상황에따라 수익성이 좌우한다. 2010년대 중반 찾아왔던 호황기에 대한유화가 최대 21%의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글로벌 수급 상황의 수혜를 봤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글로벌 수급 상황이 '공급 초과'일 경우 대한유화의 수익성은 저조했다. 초호황기가 끝난 2016년 이후부터 현재까지가 그렇다. 2017년 영업이익률 16%를 기록했던 대한유화는 지난해 5%만을 기록했다.
문제는 다시 호황기가 찾아오더라도 대한유화가 10%대 후반~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업계의 주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공룡급' 중국 업체들의 등장 때문이다. 국내 업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늘리는 중국 업체들 탓에 언젠가 다시 호황기가 와도 국내 업체들은 기존에 '팔기만 하면 돈을 버는' 구조가 더 이상 벌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짙다.

특히나 대한유화에 중국 업체의 부상은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한유화가 글로벌 기준은 물론이고 국내 석유화학업체들 사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유화의 온산공장 에틸렌 생산 능력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80만 톤으로, 국내 총생산 능력 중 8%에 불과하다. 프로필렌 생산 능력은 51만 톤으로 생산량 중 5%를 차지한다. 최근 석유화학업계로 진출하려고 하는 초대형 정유사들이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 이 비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국내 선두급 석유화학업체들도 중국 업체의 등장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중국 업체들이 만들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유화가 강점이 있는 상품군으로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60만 톤의 생산 능력을 지녀 국내 총생산능력 228만 톤 중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관건은 중국 업체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높은 등급의 HDPE를 만드는 것이지만, HDPE 자체가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유화의 HDPE는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소재에 쓰이는 쪽으로 강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다만 중국 역시 HDPE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제품 역시 보장된 미래 먹거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유화는 지난해 기존에는 생산하지 않던 스티렌모노머(SM) 설비 신설을 결정했다. 이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SM은 일회용 컵, 단열재, 포장재 등 범용 플라스틱 제품의 기초 원료다. 2021년 연말 완공 예정이며 생산 규모는 연산 30만 톤이 될 예정이다. SM 투자를 시작으로 올레핀 및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에 편중된 사업 모델을 탈피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는 전략이라기 보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초점이 쏠려 있다. SM은 국내 한화토탈(107만 톤), LG화학(68만 톤), 롯데케미칼(57만7000톤) 등 여러 업체가 이미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HDPE를 제외하면 대한유화는 국내에서 제품 생산 능력을 기준으로 4~5위권의 애매한 위치에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고 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뾰족한 스페셜티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어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우위에 설 시기가 올 경우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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