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장]IBK운용, 10조 펀드 추진 능력 있나"소형사가 대형사 지휘하는 셈" 국책은행 산하 챙기기? 경쟁력 논란
이지혜 기자공개 2020-03-25 13:42:1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위탁운용사가 또다시 국책은행 산하 금융사로 선정됐다. IBK자산운용이 총괄 기금운용사 지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정부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시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소통이 잘 이뤄질 기관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모펀드를 운용할 IBK자산운용은 채권은 물론 전체 설정액 기준 펀드 운용규모가 경쟁사보다 훨씬 작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금 운용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안의 시급성을 이유로 국책은행 산하 기관을 선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 이어 IBK자산운용이 기금운용 총괄
24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안정펀드 위탁운용사로 IBK자산운용이 선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그해 11월 만들어진 펀드다.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회사채, 여전채, 은행채, PF-ABCP, P-CBO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조성됐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채권시장이 요동치며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기 시작하자 서둘러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다시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 은행 출자 규모를 확정해 4월 1일 가동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IBK자산운용이 총괄 운용을 맡으면 역대 두 번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모두 국책은행 산하 금융사가 지휘봉을 잡는다. 2008년에도 채권시장안정펀드는 KDB산은자산운용이 총괄운용을 맡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KDB산은자산운용이 외부 기업에 인수되며 공공사업 관련 부문은 IBK자산운용에 떼어주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KDB산은자산운용은 2016년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KDB산은자산운용이 맡던 공공사업 담당을 IBK자산운용에 넘겼고 이에 따라 IBK자산운용이 이번에도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총괄운영을 맡았다.
◇IBK자산운용 적절성 논란…정부와 소통력 vs 역량부족
IBK자산운용이 10조원 이상의 기금운용을 총괄하면서 의구심 어린 시각도 나온다. 대형 자산운용사보다 전체 설정액은 물론 채권펀드 설정액도 한참 작은 IBK자산운용이 대규모 자금을 충분히 운용할 역량이 있느냐는 시선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정부 방침에 따를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총괄 기금운용사로 선정해 잡음을 줄이고 싶었을 것”이라며 “실질적 운용은 그 아래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서둘러 조성하고 있는 만큼 2008년과 자산운용사를 거의 비슷하게 선정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 당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운용했던 자산운용사는 △회사채부문이 SH자산운용, NH-CA자산운용 △은행채부문은 하나UBS자산운용, 기은SG자산운용 △PF-ABCP, P-CBO 부문은 한화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여전·할부채 부문은 한투자산운용, 우리CS자산운용 등이다. KDB산은자산운용은 펀드 운용을 총괄했고, 하위펀드 운용을 나머지 8개사가 나눠맡았다.
이번에도 이렇게 된다면 IBK자산운용 외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NH아문디 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자산운용이 운용을 맡는다. 이들은 대부분 전체 설정액 기준 10위권에 드는 대형사다. IBK자산운용의 순위가 제일 떨어진다. 제일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가 대형사 위에서 기금운용 총괄을 맡는 셈이다.
이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에도 채권 운용능력보다 채권시장안정펀드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자산운용사를 선정했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당시 회사채펀드 비중이 거의 없었다. IBK자산운용 관계자는 "선정기준이나 절차에 대해 공식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과거 KDB산은자산운용이 보유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자금을 IBK자산운용이 넘겨받아 이번에 모펀드 운용사가 되는 것”이라며 “출자자 중심으로 구성된 투자리스크 관리 위원회가 자산운용사와 논의해 기금운용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위원회가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보험경영분석]ABL생명, 투자부문 금리효과에 흑자…진짜는 '회계효과'
- [여전사경영분석]JB우리캐피탈, 고수익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개편 지속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에이스손보, 지급여력비율 개선의 이면 '계약감소'
- [보험 패러다임 시프트]IFRS17에 바뀐 경영전략…'퍼스트 무버' 총력전
- [보험사 해외사업 점검]삼성생명, 성장 느린 태국법인…자산운용 투자 '속도'
- [2금융권 연체 리스크]현대카드, 최상위 건전성 지표…현금서비스·리볼빙 주의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DB손보, 새 제도 도입 후 계약부채 확 줄었다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AIG손보, 장기보험 비중확대 전략의 양면성
- [금융지주 해외은행 실적 점검]대구은행 캄보디아 법인, 법률 리스크 딛고 '성장일로'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신한EZ, 손익 변동 미미…부실 이익체력은 부각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하이브, '민희진 없는' 어도어 경쟁력 입증할까
- [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고속성장 비결은 '대기업과 10년 동맹'
- [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매출 1위에도 영업이익 급감 이유는
- 장윤중 카카오엔터 대표, 빌보드와 글로벌 공략 '속도'
- [뮤지컬 제작사 열전]제작사 빅5, 시장 확대에 '함박웃음'…외형 '껑충'
- SM, 카카오 '콘텐츠 비욘드 콘텐츠' 동참…청사진은
- [Inside the Musical]쇼노트의 실험 <그레이트 코멧>, 무대와 객석 허물다
- 하이브, UMG와 10년 독점계약...경제적 효과는
- 지난해 BTS 일부 멤버 재계약 금액, 500억대 추정
- 하이브, 대기업집단 지정 초읽기…파급효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