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ESG전략 점검]하나금융, 9부능선 넘은 '환경·사회' 경영⑧글로벌스탠다드 부응…ESG채권·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개발 '초읽기'
손현지 기자공개 2020-03-30 14:37:06
[편집자주]
국내 금융권에 ESG '붐'이 불고 있다. 그간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평가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마다 ESG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리고 계열사간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사별로 ESG 성과지표 관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 하나금융그룹이 창립 이래 14년 여간 내걸었던 경영 슬로건이다. 그룹의 최우선 가치를 손님(고객)에 두겠단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덕분에 하나금융은 주주의 수익 창출을 목표로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다만 2018년을 전후로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트리거는 최고경영자인 김정태 회장이 ESG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부터다. 주주와 고객 외에도 협력사나 임직원, 환경에 무게추를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따라 영업 일선에서 다양한 변화들이 감지된다.
작년에는 ESG채권 발행에 도전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또 사회(S)평가의 핵심 요소인 포용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혁신기술을 연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이사회 운영방식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ESG채권 첫 도전…탄소배출 기업 대출 간접 제한
환경(E) 평가를 위해 우선 ESG채권 발행 전략을 취했다. 투자자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일 뿐더러 조달금리를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됐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외화 ESG채권을 조달하기 시작한 신한·KB금융을 벤치마킹해 2018년 11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금융규정(Frame work) 을 작성했다. 외부 검토의견을 활용해 녹색건축 사업을 물색했다.
작년 1월 지속가능채권 금액을 6억달러로 배정해 싱가포르 상장증권사를 통해 발행했다. 당시 50~60여개 투자자로부터 각각 4배/3.3배의 응찰배수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평가다.
그 뒤로 하나금융은 지속가능채권 관련 사업 명부(Register)를 정기적으로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향후 필요시 후순위 지속가능채권발행과 지속가능 차입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 지속가능채권 발행 계획은 미정"이라며 "다만 매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최적의 자금조달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업무 정책에도 ESG경영 가치관을 접목시키고 있다. 인간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협하거나 환경을 훼손하는 상품을 제조하거나 유통,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업체의 대출이나 투자를 지양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체계화된 사항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제한하고 있다. 평판리스크 부담이 있거나 탄소, 오염물질 배출기업이 대상이다.
◇소비자 중심 경영…손님불편제거위원회 출범 '민원 최소'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노력은 상당했다. 2018년 8월 '손님불편제거위원회'가 탄생한 것도 손님중심의 경영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위원회는 경영진을 중심으로 그해 8~12월 사이에만 총 3차례 개최됐으며 손님의 불편사항 개선을 위해 총 183건의 안건이 개진됐다. 특히 11월에는 현장 영업점 직원들이 패널로 참석해 현장에서 들리는 손님의 불만사항을 경영진에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제안사항은 담당부서에서 검토됐다.
그 결과 주력계열사인 하나은행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2년 연속 '양호'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10가지 평가부문 중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운영 영역에서는 은행권 유일하게 '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고객의 정보자산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를 주축으로 선제적인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의 ISMS(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인증을 추진했으며 이듬해 6월 금융지주 최초로 ISMS인증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이를 위해 금융보안원으로부터 104개 점검 기준에 따라 324개 점검 항목을 통합 심사받았다.
사회경영의 일환으로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도 단행했다. 기술금융 기반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까지 총 9조원을 지원하며 4차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도 4조원을 투입한다. 하나은행은 대출에 대한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서민상품금융을 공급했다.
대표적으로 새희망홀씨 대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의 대출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모바일뱅킹에도 별도의 항목을 신설했다. 이밖에도 사회가치창출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 미래인재양성, 웰빙문화 조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하고 있다. 스포츠, 문화예술 지원도 사회경영의 일환이다.
◇투명성·독립성 요건 갖춘 이사회…내부통제 운용체계 개선
하나금융은 이사회 내 ESG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속가능경영 전결권이 이사회에 부여되고 있다. 이사회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 자금세탁방지업무규정 제정, 그룹 보육 사업 확대 추진 승인의 건, 사업연도 경영계획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
하나금융의 이사회 운영 체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은 상황이다. 이사회(9명) 이사회 내 사외이사(8명) 비중은 89%로 매우 높다. 지배구조 내규 제 5조(이사회 구성)에 따라 현재 사외이사 수는 3인 이상, 전체 이사의 과반수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경영진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해야 하는 이사회의 본질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에 적합한 운영체계를 갖춘 셈이다.
하루 아침의 수확은 아니었다. 그간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수정하며 현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2005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2010년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내규에 따라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으며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두며 어느정도 독립성을 실현했다는 평가다.
2017년에도 당국의 '셀프연임'에 대한 우려에 대응해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CEO를 제외했다. 이와 함께 CEO경영승계 운영 절차를 전면 개정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차보고서에 사외이사 추천경로를 공시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작년 당국의 은행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에 따라 이사회 관리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측면도 고려하고 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여성 사외이사를 꾸준히 선임하고 있다. 외국인이 사외이사로 선임한 전력도 있다. 사외이사 후보선별은 전문역량, 연령, 학력, 성별, 국적 등의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전문성을 고려하기 위해 금융, 경제, 경영, 재무·법률 등에 기반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참여사인 5개 자회사(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 운용, 하나벤처스)가 대상으로 내부 운용체계 와 투자대상별 특성 등을 점검해 내부규정과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손현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대주전자재료, '오너가 절반 참여'…사외이사 파워는 미약
- [2024 이사회 평가]흥아해운, 입김 센 경영진…내부거래 견제 '낙제점'
- [IPO 모니터]달바글로벌, 고심끝 '코스피행'…조단위 밸류 기대감
- [Market Watch]"직상장 어렵다"…대형 증권사 스팩합병 사활
- [Rating Watch]기로에 선 이마트24, '이마트 보증' 효과 볼 수 있나
- [2024 이사회 평가] 카페24, 감사위원회 구성 눈길…체계 개선 나설까
- [Rating Watch]HMM, 한신평 '긍정적' 아웃룩 획득…타 신평사도 동참할까
- [IB 풍향계]대신증권, IPO 뒷심 발휘…막판 예심청구 '잇달아'
- [thebell note]'공기업' HUG의 숙명
- '금융당국 우려' HUG, 신종자본증권 재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