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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판흔드는 ‘아이디어뱅크’, 김남기 미래에셋부문장 [매니저 프로파일]사고의 전환, 단기채권 ETF·TR ETF 인기몰이 ‘결정적 역할’…TIGER ETF 글로벌 도약 ‘특명’

이민호 기자공개 2020-04-09 13:10:0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내 ETF 업계는 한 사람을 주목했다. 삼성자산운용에서만 17년간 몸담으며 국내 ETF 시장을 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이사·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소위 ‘잘 나가는’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이 최대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으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펀드회계부터 채권매니저까지 기본기를 탄탄히 쌓은 김 부문장은 단기채권 ETF와 토탈리턴(TR·Total Return) ETF 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수수료 인하 경쟁이 ETF 운용업계에 불어닥쳤을 때 발로 뛰며 글로벌 ETF 마켓메이커들을 설득해 시장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는 방식으로 판을 흔들기도 했다. 김 부문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글로벌 ETF 비즈니스 디벨로퍼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 ‘결국 ETF가 이긴다’ 확신,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다니며 막연히 금융업에 대한 꿈을 키워온 그가 2003년 삼성자산운용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처음 배치된 곳은 신탁회계팀이었다. 당시는 적립식 주식형펀드가 크게 히트를 치는 등 국내 운용업계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시기였고 삼성자산운용도 전략적으로 펀드매니저를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김 부문장은 펀드라는 상품의 가장 밑바탕인 펀드회계에 대한 이해를 이때 쌓았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의 매매가 펀드기준가에 반영되는 매커니즘을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가며 익혔다.


신탁회계팀에 몸담은 이후 그는 채권 트레이더 업무를 맡았다. 당시 펀드 수익률 왜곡을 막기 위해 채권 사전배분 제도가 도입되며 모든 채권 매매를 펀드매니저가 아닌 채권 트레이더가 담당했고 채권 트레이딩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주식 중심의 ETF 시장에서 김 부문장 고유의 강점으로 꼽히는 채권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이후 머니마켓펀드(MMF) 운용과 혼합형펀드 채권 운용을 담당하며 채권매니저로의 길이 굳어지는 듯했다.

국내시장에 ETF가 처음 소개된 2002년부터 삼성자산운용은 줄곧 ETF 사업에 박차를 가했고 김 부문장은 사내에서 이런 대세적 흐름을 체감했다. 그는 잦은 매매와 높은 수수료를 발생시켜 ‘갑 중의 갑’으로 인식되던 채권 트레이더와 MMF 매니저 자리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오랜 기간 몸담았지만 정작 자신이 정체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었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싹텄다. 2007년 ETF 매니저 자리를 제안해오자 주저없이 받아들였다. 삼성자산운용 KODEX ETF의 순자산이 1조원 수준에 불과하던 때였다.

ETF 매니저로 전환한 직후 그는 의외의 상황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고 급등했던 금리가 다시 빠지면서 채권시장에서 수익기회가 크게 많아졌다. 자신과 함께 채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낸 반면 ETF 시장은 더없이 잠잠했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고민도 깊어갔다.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고쳐먹고 ‘향후 1년을 다른 사람의 3년처럼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될 때까지 해보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보니 ETF의 ‘확실성’에 눈을 떴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와 자산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매니저가 신상품도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ETF가 이긴다’는 확고한 신념도 이때 품었다.

당시 탐독했던 미국 ETF 운용사 ‘뱅가드(Vanguard)’ 창립자인 존 보글(John Bogle)의 저서 ‘뮤추얼펀드에 대한 상식(Common Sense on Mutual Funds)’은 인덱스 투자가 가장 합리적이며 저비용 장기투자의 관점에서도 옳은 비히클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김 부문장은 지난해까지 약 13년간 삼성그룹 ETF, 국고채3년 ETF, 단기채권 ETF, 인버스 ETF, 레버리지 ETF 등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ETF 매니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자산운용과 더불어 국내 ETF 양대산맥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손자회사인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Global X)와 일본 다이와증권그룹의 합작법인 ‘글로벌X 재팬(Global X Japan)’의 공동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윤주영 전 ETF운용부문장의 후임자로 김 부문장을 낙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우리는 세계를 보고 있다’며 글로벌 ETF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시니어 ETF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글로벌 ETF 사업에 몸을 던지기 위해 그는 17년간 삼성자산운용에서 이룬 것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공부하는 매니저, ‘비즈니스 디벨로퍼’가 되다

김 부문장은 ETF에서는 투자철학보다 사업철학이 중심이 돼야한다고 강조한다. 포트폴리오나 펀드를 매니징(managing)하기보다 사업 자체를 디벨로핑(developing)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포트폴리오 운용은 전체 업무 중 20%의 비중만 할애하고 ETF 시장 참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40%를 집중한다. 나머지 40%는 신상품 개발과 공부에 힘쓴다.

그는 ETF 시장은 기본적으로 운용사, 마켓메이커, 투자자, 거래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일종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 생태계 참여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ETF 비즈니스 디벨로핑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좋은 상품 개발도 이들 참여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부문장은 “ETF로 개발할 수 있는 기초자산이 무궁무진한 만큼 다양한 인더스트리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 상품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그가 유독 공부를 강조하는 것은 공부하는 매니저만이 ETF 비즈니스를 디벨로핑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ETF를 꾸준히 공부하는 매니저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디벨로핑의 핵심요소인 집단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부문장의 공부에 대한 믿음은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 배재규 부사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됐다. 배 부사장은 ETF라는 상품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고 ETF 시장규모를 크게 확장시킨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배 부사장이 인덱스운용본부장을 역임하던 시절 김 부문장도 그의 밑에서 ETF를 배웠다. 김 부문장은 “배 부사장은 항상 집요하게 파고들 것을 주문했으며 이를 통해 공부하는 조직을 만들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회상했다.

◇트랙레코드1: 단기채권 ETF, 작은 사고의 전환이 큰 차이를 만들다

김 부문장 국내 ETF 시장에 이름을 알린 첫 번째 유의미한 성공은 그의 채권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됐다. 당시 채권투자자를 타깃으로 한 단기채권 ETF가 2010년 이미 경쟁사에서 출시돼있었지만 투자자 수요는 미미했다. 그는 주식 중심의 ETF 시장에서 주식투자자를 유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기존 채권 ETF는 채권매니저와 채권투자자의 입맛에 그대로 맞춰져 있었다. 설정·환매일을 1영업일 이후 현금납입 형태인 T+1일로 반영해 환금성을 갖추고 은행채와 회사채 등을 편입해 수익성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정작 주식투자자로서는 설정·환매일이 주식(T+2일)과 달라 주식매매와 병행하기 ‘귀찮은’ 문제가 있었다.

김 부문장은 기존 채권 ETF를 살짝 비틀었다. 그의 주도로 2012년 2월 출시한 ‘KODEX 단기채권 ETF’는 주식투자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환금성과 수익성을 오히려 떨어뜨렸다. 설정·환매일을 T+2일로 반영해 주식매매와 똑같이 맞췄다. 이렇게 되면 주식매니저와 주식투자자가 주식매매와 단기채권 ETF 매매를 혼합하기 용이해진다.

여기에 국고채와 통안채만 편입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주식으로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면서 단기채권 ETF은 안정적인 수익을 깔고 가도록 했다. ‘KODEX 단기채권 ETF’는 순자산규모(NAV) 1조5000억원을 웃돌며 대표적인 채권 ETF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김 부문장은 “단기채권 ETF는 아주 약간의 사고의 전환을 통해 주식과 채권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던 상품”이라며 “채권매니저 경험이 창의성을 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단기채권 ETF 외에 그는 주식형 TR ETF를 2017년 처음 내놓을 때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저비용 장기투자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라는 ETF의 인덱스펀드적 기본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복리효과를 누리면서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분배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굳이 투자자가 직접 분배금을 재투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TR ETF 시장은 수조원대로 급속히 팽창할 수 있었다.

김 부문장은 “투자자 니즈를 끊임없이 연구하다보면 조금만 생각을 비틀어도 획기적인 상품이 나올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대표지수와 레버리지·인버스에 집중돼있는 국내 ETF 시장을 저비용 장기투자라는 ETF의 본질로 점차 돌려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수수료 경쟁 ‘대세’, 유동성 공급으로 뒤흔들다

김 부문장이 2015년 ETF운용팀장으로 막 승진했을 당시 ETF 업계에 수수료 인하 열풍이 불어닥쳤다. 운용사별로 ETF 수수료 1~2bp에 목숨을 거는 치킨게임이 지속됐다. 2015년 한 해 동안 경쟁사가 워낙 큰 폭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며 시장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기 때문에 김 부문장도 이런 흐름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그는 ETF의 진정한 경쟁력은 수수료가 아닌 유동성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수수료를 1~2bp 낮추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주면 매매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당시 ETF 운용사들은 글로벌 ETF 마켓메이커(고빈도매매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마이크로밀리세컨드 단위로 ETF 매매를 통한 차익거래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은 잦은 매매를 반복하다 포지션을 클리어하고 떠나기 때문에 ETF 운용사로서는 수익과 직결되는 순자산(AUM)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부문장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이들 마켓메이커의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해외에서도 각국 거래소가 이들 마켓메이커에 인센티브를 주면서까지 거래를 요청하는 데 주목했다. 그는 2016년부터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해외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글로벌 ETF 마켓메이커를 만났고 KODEX ETF 매매를 세일즈했다. 직접 PT도 하면서 AUM을 늘리지 않아도 좋으니 ETF 매매가 용이하도록 최선의 서포트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들 마켓메이커를 설득한 김 부문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ETF 거래량이 크게 뛰었고 유동성도 풍부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수수료 출혈 경쟁의 판을 뒤엎으며 전체 ETF 시장규모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김 부문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ETF 사업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ETF 마켓메이커와의 연결이 훨씬 용이하다”며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평가: ‘스마트한’ 매니저, 운용·상품개발 ‘팔방미인’ 되다

ETF 업계에서는 김 부문장을 두고 ‘스마트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특히 그가 기존의 ETF 업계 통념을 깨부수고 글로벌 ETF 마켓메이커들을 설득해 유동성을 대거 끌어들인 점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ETF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국내 ETF를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금유치에 성공한 점은 삼성자산운용 사내뿐 아니라 시장 전반적으로도 상당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며 “ETF 분야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비즈니스 마인드도 충실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스마트함은 해외 비즈니스뿐 아니라 상품개발과 운용에도 발휘됐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 채권 ETF를 포함해 TR ETF를 도입하는 데 공이 크다는 전언이다.

ETF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상품개발 아이디어가 풍부해 국내 ETF 시장 확대에 기여가 큰 인물”이라며 “기본기가 매우 탄탄해 다양한 자산의 특성을 잘 알고 있으며 이들 자산을 결합하는 데 능통해 ETF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김 부문장의 이런 강점이 TIGER ETF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전 부문장이 글로벌X재팬 공동 대표이사 선임되며 공석이 된 자리에 TIGER ETF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으면서 내부적으로도 80년대생 팀장들을 이끌 수 있는 시니어 매니저를 선임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는 후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레버리지·인버스 등 국내 지수에 강점이 있는 만큼 김 부문장의 경험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궁극적으로 해외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김 부문장의 해외 비즈니스 인사이트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 ‘궁극적 목표’ 해외 비즈니스 꿈을 펼치다

김 부문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ETF를 키우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국내 1위 ETF 사업자에 17년간 몸담다 주요 경쟁사 ETF 운용 헤드로 이직한 그의 다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부문장은 “TIGER ETF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게 1차 목표”라며 “기존 상품뿐 아니라 신규상품에서도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글로벌 ETF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김 부문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찍이 해외 비즈니스로 고개를 돌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세계 8개국 300여개 ETF를 운용하고 있다. 전세계 ETF 시장에서 약 18위권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김 부문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세계적인 ETF 운용사로 발돋움하려는 목표에 공감했고 이런 목표에 일조하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이라며 “ETF 분야에서만큼은 박현주 회장처럼 전세계를 누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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