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코로나19로 실적회복 '찬물'…재무안정성에 기대 [발행사분석]신용등급 AA0…수요 부진, 공장 가동중단으로 이익감소 불가피
이지혜 기자공개 2020-04-10 15:27:0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자동차가 3년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 채권시장 경색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데다 신용등급까지 과거보다 한 노치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실적회복세에 제동이 걸렸다.그러나 버텨낼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부진은 깊지만 이익기여도 높은 내수시장에서 확고한 지위에 올라있다. 재무안정성도 견실하다. 연간 투자부담이 무겁지만 이익창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다. 현금성 자산도 총차입금을 웃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실적회복세에 찬물
기아차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규모는 3300억원이다. 만기구조는 3년물 2500억원, 5년물 300억원, 7년물 500억원으로 구성됐다. 대표주관사에는 오랜 기간 현대차그룹과 호흡을 맞춰왔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외에 KB증권도 합류했다. 부채자본시장 일반 회사채부문 '빅3‘로만 구성한 셈이다. KB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기아차가 2015년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채 시장에 데뷔한 이래 처음이다. 기아차의 공모채 시장 복귀는 3년 만이다. 기아차는 2015년 두 차례, 2017년 한 차례 공모채 시장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2017년 2월 수요예측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는데도 모든 만기구조에서 개별민평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 조달금리가 책정됐다. 당시 신용등급도 AA+로 높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가 6년 만에 AAA를 반납하면서 기아차 신용등급도 AA+에서 AA0로 한 노치 내려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속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면서 재고수준이 안정됐고 인센티브 부담이 줄었지만 글로벌 자동차시장 수요 둔화로 판매량 확대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환경규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고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수익성 제고수준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사업환경도 녹록지 않다. 기아차는 잇따라 신차를 출시한 데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도 K7과 쏘렌토 신차효과로 판매증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공장가동이 중단되면서 실적회복세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외 현지공장 가동중단, 국내 수출부진에 따른 가동률 저하로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 공장은 3월 말부터 가동을 중단한 만큼 1분기 판매실적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8조1460억원, 영업이익 2조97억원 냈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7.3%, 영업이익은 73.6% 증가했다. 3년 만에 영업이익 2조원을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실적성장세를 이어가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든든한 내수시장이 ‘버팀목’…재무안정성도 견실
기아차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 자동차시장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수익성 좋은 차종 위주로 신차를 출시한 데 힘입어 제품믹스가 개선됐다”며 “이익기여도가 가장 높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연말까지 상반기 부진을 일정 수준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시장은 전체 판매량에서 18%, 매출에서 23%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현대차 41.5%, 기아차 29.1%로 합산 70%가 넘는다. 더욱이 기아차의 국내 생산비중은 50%가 넘어 비교적 해외공장의 가동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었다.
투자부담도 연간 3조~4조원 수준으로 무겁지만 재무안정성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아차는 지속적으로 신차를 내놔야 하는 데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시장에 대비한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수 없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현금흐름이 연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 줄면서 소요자금 일부를 외부조달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재무부담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간 3조원 이상의 EBITDA 규모와 재무역량을 고려하면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차는 2015년 이후 한전부지 매입, 현대캐피탈 지분 매입, 멕시코와 인도공장 건설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왔다. 그럼에도 2019년 말 현금성자산은 9조원 수준으로 총차입금 6조7000억원을 크게 웃돌아 실질적 무차입상태의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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