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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해외통 앞세워 '위기' 정면돌파 재난 속 흐트러진 리더십 '경고', 태세 재정비…유럽·중국 등 공략 박차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30 11:07:1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자동차가 갑작스럽게 수장을 교체했다. 이번 주에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치르면서도 예고되지 않았던 전격적인 인사 단행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출시한 차량과 관련한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비상사태 속에서 흐트러진 리더십을 다잡기 위한 경고로 해석된다.

새롭게 사장으로 올라선 인물은 글로벌사업을 책임지던 송호성 부사장이다. 송 신임 사장은 4년 넘게 기아차의 유럽법인장을 역임한 '유럽통'이다. 최근 유럽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경기가 침체하고 있고 기아차도 영향을 받고 있지만 과거처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 중국시장에서도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비상사태 속 리더십 경고, '긴장 유지'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수시임원인사를 실시했다.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을 맡는 송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2014년 11월부터 기아차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박한우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이동하게 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송 신임 사장이 대표이사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연말부터 정기임원인사 대신 수시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에 사장급 인사가 대부분 이뤄졌고, 기아차의 경우 이번 주에 정기주총과 이사회까지 무난히 치렀다. 박 사장이 별다른 특이점 없이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에 이날 발표된 기아차의 수장 교체는 전격적이라는 평가다.

급작스럽게 박 사장이 물러나게 된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쏘렌토 친환경 인증 문제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아차는 올해 2월 신형 쏘렌토를 선보였는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달 20일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전계약을 시작했다가 다음 날 오후 4시 판매를 중단했다. 정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친환경차 세제 혜택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이 문제를 책임지고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쏘렌토는 기아차에게 중요한 차이기는 하지만, 여러 라인업 중 하나다. 그리고 친환경차 세제 혜택대상에 속하지 않는 문제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은 실무급이나 담당 임원이 책임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소비자들이 신체적·물리적 피해를 입은 상황도 아니어서 최고경영자(CEO)인 박 사장이 책임지기에는 과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바라보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들어 판매량이 급감했다. 뒤늦게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상황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공장 가동 중단과 소비 위축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비상사태 속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경영진들의 긴장 유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수요가 막힌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해 한 대라도 더 생산하고 팔아야 한다. 그런데 신형 차량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신뢰에 흠집이 불가피한 실수가 있었다. 평상시에는 넘어갈 수도 있지만 중차대한 시점에서는 치명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룹 최고위진에서 흐트러진 리더십을 다잡고 태세를 재정비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호부(虎父) 밑에 견자(犬子) 없다…'유럽·중국'지역 승부수

고 아산 정주영 회장이 창업한 이래 현대그룹은 위기에서 도망간 적이 없었다. 오히려 정면돌파하는 승부수를 던져 성장을 지속했다. 아산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 '호랑이 굴'인 중동에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템포 빠른 결정과 실행력으로 '오일머니'를 쓸어 담고 휘청거리던 현대그룹과 국가 경제를 살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금융위기 때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다른 완성차들처럼 타격을 받았지만, 곧바로 회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했다. 2012년의 유럽 재정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 회장은 유럽에서 투자를 늘릴 것을 지시했다. 당시 유럽 자동차 수요는 감소하는데 현대차와 기아차는 판매량도 늘고 점유율도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이뤄진 기아차의 신임 사장 인사를 보면 과거 위기 때 아산과 정 회장의 행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송 사장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유럽통'이다. 그는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기아차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프랑스판매법인장을 맡았다. 이어 수출기획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 유럽법인장이 된 후 4년 넘게 유럽 시장을 책임졌다. 재작년부터는 글로벌사업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현재 유럽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해 거의 전역이 코로나19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기업들도 잠시 공장 문을 닫았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곳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과감하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에서 맨 처음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국에서도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국 지주사 MECA사업실장(상무급)에 충칭창안자동차에서 MECA 전략을 담당한 자본운영본부장 시에차오펑을 선임했다.

또 시앙동핑 베이징현대판매본부장(상무급)을 영입했다. 그는 볼보차이나 집행부총재(Executive Vice President), 상하이-폭스바겐 판매·마케팅총괄, 이노베이트(Enovate) 공동창업자 및 CMO를 역임한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판매 확대를 통한 중국 사업 정상화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 신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아차는 이날 인사에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의 수석 내장 디자인총괄 출신인 요한 페이즌(Jochen Paesen)상무를 기아차 내장디자인실장에 임명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여성임원도 배출했다. 유지영 현대차 CS혁신실 실장, 다이애나 클로스터(Diana Kloster) 현대칼라팀 팀장, 김윤수 제네시스 국내기획실 실장, 김은아 감사기획팀 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아울러 클라우딩 펀드 플랫폼 '텀블벅'의 COO 출신인 김주리 상무를 현대차 전략투자분석팀장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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