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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지속가능한 먹거리 찾기 '과제'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여전히 매출 의존도 높은 인쇄용지, 판지 호황 끝나면 수익성 우려

박기수 기자공개 2020-04-27 13:57:02

[편집자주]

종이 없는 생활이라는 뜻인 '페이퍼리스(Paperless) 라이프'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로봇 자동화(RPA) 등 각종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언론사는 신문 매수를 줄인다. 이번 코로나19 파장으로 주목 받은 재택근무가 점점 일반화하면 종이를 찾는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종이로 먹고 사는 제지업체들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페이퍼리스 시대, 제지업체의 경영 현주소와 돌파구를 더벨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4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지업계의 선두 업체인 한솔제지는 요즘 신바람이 났다. 코로나19 파장으로 배달 음식, 택배 등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포장지인 판지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마침 판지의 원재료인 폐지(고지) 가격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창사 이래 최대 수익까지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지업계의 위기론은 유효하다. 시대 변화로 종이의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판지는 잘 팔릴지 몰라도 인쇄용지 등 일반 종이의 수요는 이미 '사양 산업'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기업들은 자체 전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더 이상 종이를 찾지 않는다.

최근 현대제철의 경우 '종이 없는 업무시스템'을 가속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또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재택 근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나서면서 종이와 결별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업계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탈(脫)종이 시대',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잘 나가고 있는 판지 역시 외부 상황에 따라 언제 수익성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요가 늘었다고 하지만 판지 업체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이는 폐지의 블랙홀과 같았던 중국에서 환경 문제를 이유로 폐지 수입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외부 상황에 따라 어딘가에서 또 폐지를 빨아들인다면 그때는 판지 업체들의 수익성도 보장할 수 없다.

한솔제지는 전사 매출 중에서 인쇄용지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2018년의 경우 전사 매출 1조7390억원 중 6763억원(39.8%)이 인쇄용지였다. 작년에는 1조6400억원 중 5608억원(35.1%)이 인쇄용지였다. 판지가 속해있는 산업용지 부문과 특수용지 부문도 비슷한 규모였지만 인쇄용지가 꾸준히 매출 비중에서 가장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인쇄용지는 가장 덩치는 크지만 수익성은 가장 낮다. 작년 영업이익 930억원 중 인쇄용지 부문의 영업이익은 63억원(7%)에 그친다. 특수지 영업이익 역시 1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체 비중에서는 16%에 그친다. 사실상 산업용지가 전사 수익을 이끌었다. 제지업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의 시선이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셈이다.

한솔제지는 산업용지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답안지를 내놨다. 이에 작년 골판지 원지와 상자(제품)를 생산하는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 인수전에 나서기도 했다. 꽤 진지한 시도였다. 다만 자금력이 문제였다. 당시 태림포장 측 대주주가 제시하는 금액을 맞추지 못하면서 결국 자체 철회했다. 철회하는 과정 속에서 판지 사업이 항상 지금처럼 호황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전해진다.

인수전 철회 이후 한솔제지는 올해 2월 말 대전공장 백판지 생산설비에 32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인수전 철회 이후에도 산업용지 사업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판지 사업의 수익성 의존도가 짙어질 경우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비(非) 제지업군에 대한 사업 진출 의지는 없을까. 작년 9월 한솔제지는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품 제조 전문기업인 '티앤엘'과 특수 소재분야 원료 제품인 '나노 셀룰로오스'를 공급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나노 셀룰로오스는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소재로, 산업용 코팅이나 피혁 코팅 등에 쓰이는 수분산 폴리우레탄에 사용된다. 일본에서 4대 미래 신소재 중 하나로 선정해 연구를 진행 중인 소재일정도로 유망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타이어나 자동차 부품, 전지 분리막 등에도 확장 잠재력이 있다고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판지 산업이 흥하지 않았다면 제지업체들의 위기론은 더욱 불거졌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종이 없는 세상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제지업체들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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