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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상품 주도권, '소비자보호그룹'에 넘어갔다 신설 상품선정협의회 총괄, 의사결정 '핵심' 등극…라임사태로 위상 높아져

최필우 기자공개 2020-05-14 08:01:2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2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이 금융상품 출시 프로세스 핵심으로 부상했다. WM(Wealth Management)그룹에서 IPS(Investment Products & Services)그룹으로 넘어갔던 상품 출시 주도권을 이번엔 소비자보호그룹이 잡았다. 상품 출시 단계에서 투자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소비자보호그룹은 상품을 사후 관리하는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 조직 개편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상품출시 주도권, 'WM그룹→IPS그룹→소비자보호그룹' 이동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운용사와 금융상품 선정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품선정협의회를 신설한다. 상품선정협의회는 소비자보호그룹이 주관할 예정이다. 각각 IPS그룹과 리스크관리그룹이 주관하는 리뷰협의회와 상품관리팀 신설도 논의되고 있다.


상품선정협의회는 부서장급 실무자들이 수시로 주최한다는 점에서 기존 투자상품위원회와 차이가 있다. 투자상품위원회는 그룹장급 인사들이 분기별로 모여 굵직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모임이다. 개별 금융상품을 평가하고 출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능은 없었다. 이번에 수시로 금융상품 출시를 논의할 협의체가 신설되면서 소비자보호그룹이 방향키를 잡게된 것이다.

당초 신한은행의 상품 출시는 올초 출범한 IPS그룹의 몫이었다. 신한은행은 WM그룹 산하 IPS본부를 그룹으로 분리, 격상했다. 상품 관련 업무를 전적으로 IPS그룹에 맡기고 WM그룹은 영업점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IPS 조직이 WM그룹 산하에 있으면 영업 실적을 의식한 신상품 출시와 판매 추진이 불가피해 온전히 고객 수익률에 초점을 맞출 수 없다는 계산이 반영됐다.

소비자보호그룹도 올초 생긴 그룹이다. 경영지원소비자보호그룹 산하 소비자보호본부가 그룹으로 분리됐다. 소비자보호그룹은 그룹 전환 당시만해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 정도로 인식됐다. 상품과 관련된 업무도 사후관리 수준으로 제한됐다. 리스크관리그룹과 역할이 상당 부분 중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신한은행으로 번지면서 소비자보호그룹의 역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만기가 도래한 라임크레딧인슈어드(CI)펀드 설정액 2949억원 중 120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자금을 다른 펀드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사용했으나 오히려 자금이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라임사태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축해 대응했다.

TFT 구축 후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전례 없는 금융 스캔들로 번지고 금융권에 각종 손실 위기가 발생하자 소비자보호그룹에 더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제가 발생한 상품을 사후관리하는 것 만으로 고객 권익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상품 출시 과정에서부터 소비자보호그룹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금융상품 출시, '스페셜리스트' 아닌 '제너럴리스트' 소관

소비자보호그룹은 박현준 부행장보(사진)가 이끌고 있다. 박 부행장보는 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종합기획부, 대기업지원부, 투자경영지원실, 신용기획부, 인사부, 기업고객부, IB사업부, CIB기획실 등 본점 조직을 두루 거쳤다. 올초 부행장보로 승진하며 소비자보호그룹 수장이 됐다.

박 부행장보는 영업점 경험이 있긴 하지만 금융상품 전문가는 아니다. 시장 트렌드를 읽고 적합한 신상품을 기획하는 데 최적화된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영업점에 몸담았던 기간이 짧아 금융상품 판매 경험도 많지 않다.

소비자보호그룹이 투자상품위원회, 상품선정협의회를 주관하게 되면 신상품 출시와 관련된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박 부행장보가 된다. 금융상품 이해도가 높은 '상품통'이나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 상품 출시 주도권을 가졌던 기존 관행을 뒤엎는 셈이다. IPS그룹과 WM그룹 관계자도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만 협의회 내 권한은 예전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금융상품 출시를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 놓아선 안된다고 봤다. 상품 전문가가 출시 권한을 가지면 높은 수익률을 내는 동시에 판매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예상한 결과가 나오면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좋지만 반대로 손실 규모가 커지고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품 출시에 '스페셜리스트'의 견해를 참고하되 은행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최종 책임을 져야 제 2의 라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금융상품 수익 확대보다 체계적인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소비자보호그룹 중심 조직개편도 고객 권익 향상을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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