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없는' 라임 배드뱅크, 누가 주도하나 '혼선' [Policy Radar]출범 종용한 당국 "실무는 판매사가" 뒷짐…대표 선출부터 '삐걱'
허인혜 기자공개 2020-06-02 08:20:01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 배드뱅크' 출범을 앞두고 설립을 제안한 금융당국과 배드뱅크에 참여하는 판매사간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배드 자산운용사'의 선례가 없었던 데다 법적·정책적 가이드라인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이 라임 배드뱅크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대표이사 선임 등 회사 운영과 실무 영역에 대해서는 가닥을 못 잡고 있다.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정리하기 위해 설립하는 배드뱅크 최종 협상을 지난 26일 진행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속한 신한금융그룹이 라임 배드뱅크의 대주주를 맡기로 잠정 협의됐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중 어떤 판매사가 대주주가 될 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판매금액이 더 많은 신한금융투자가 대주주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대주주와 자본금 규모 등 출범을 위한 안들이 마무리됐지만 배드뱅크 출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자산운용사 부실자산을 해소하는 배드 자산운용사의 선례와 가이드라인이 없어서다. 배드뱅크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금융당국과 판매사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라임 배드뱅크를 실질적으로 지시한 금융당국이 배드뱅크의 설립과 운영 등 실무처리는 판매사의 몫이라고 못박으면서 시장 혼란과 불만이 쌓였다. 앞서 금융당국은 4월 라임 배드뱅크 설립안을 판매사들과 공유하는 한편 판매사들의 전원 참여를 바라왔다. 판매 규모가 적은 판매사가 참여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5월 출범'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라임 배드뱅크 설립안을 제시했을 뿐 판매사 협의체가 라임 배드뱅크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임 배드뱅크가 관용적으로 배드뱅크(bad bank)라 불리고 있지만 신규 '자산운용사'이기 때문이다. 반면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이 배드뱅크 설립부터 배드뱅크 전원 참여를 압박해 사실상 배드뱅크를 주도했는데도 실무는 판매사에게 미루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라임 배드뱅크는 라임 펀드 정리운용사로 신생 자산운용사의 형태로 출범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하에 집합투자업자 규제를 받게 된다. 정책적 배드뱅크로 인정하지 않고 독립적인 자산운용사로 해석해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대표이사 등 임직원 구성부터 도맡아야 한다.
하지만 대표이사 선정부터 삐걱대고 있다. 신생 자산운용사는 발기인을 추천하고 발기인이 이사회 멤버를 구성해 대표이사를 협의해야 하는데 누구도 선뜻 손을 들지 않아서다. 발기인 추천이 이뤄진다고 해도 판매사들의 전원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발기인 선출 협상의 좌장 역할을 하는 것조차 폭탄 돌리기로 여겨진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목적을 갖고 만드는 배드뱅크는 대부분 관출신이 대표이사로 내려와 진두지휘를 한다"며 "라임 배드뱅크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출범 의지가 강했지만 한편으로 정책적 배드뱅크가 아니라는 입장도 동시에 취해 관출신 대표를 내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표이사 선출은 물론 이사회 멤버 선정조차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업계는 전했다.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이 대표이사 선출을 표면적으로 일임했지만 금융당국 허가제인 만큼 입김이 있으리라는 관측도 내놨다. 후보군은 판매사가 정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은 금융감독원이 내린다는 이야기다. 라임 배드뱅크 참여사 관계자는 "지분율에 관계 없이 임직원 선임에 먼저 의견을 내는 판매사는 드물 것"이라며 "배드뱅크 성과를 부정적으로 점치는 상황에서 섣불리 인사추천을 했다가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한 계열사' 논란도 혼선을 더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계열사가 대주주가 되더라도 신한 브랜드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금융당국에 밝혔다. 금융당국은 신한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보다 신한의 배드뱅크 계열사 편입을 바라는 눈치다.
라임 배드뱅크의 인력 구성은 판매사 파견보다는 신규 인력채용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라임 배드뱅크가 기본적으로 펀드 운용을 해야하는 만큼 펀드 매니저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판매사인 증권사와 은행들은 일부 백오피스 인력을 한시적으로 파견하는 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허인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풍산, 평가개선 미흡 불구 승계플랜·견제기능 '고평가'
- [2024 이사회 평가]경영성과 고득점 에스엘, 대표이사 의장 겸직 '옥에티'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선·러스트 벨트' 잡은 공화당, 지역경제 책임지는 현대차
- [더벨 경영전략 포럼 2024]"헤게모니 전쟁 승리 원하는 트럼프, 고금리 정책 펼 가능성"
- '티어1' 현대모비스 '글로벌 OE 40%'의 의미
- [2024 이사회 평가]한국앤컴퍼니, 아쉬운 개선프로세스…견제기능은 평이
- 철강업계의 '아트 오브 더 딜'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넌 해고야' 최대 유행어인 대통령 "줄건 주고, 받을건 받고"
-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 승진…결과로 입증한 '리더십'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윤범 "고려아연 투자한 모두가 우호지분"…전방위 호소로 전략 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