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스핀오프 명암]테라젠이텍스, 1900억으로 돌아온 13억 투자⑦스핀오프 자회사 가치 상승으로 모회사+대주주 수혜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10 08:22:03
[편집자주]
바이오텍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영화나 게임의 설정을 토대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텍 스핀오프는 특정 기술이나 신약 물질을 따로 떼어내 독립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개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주주별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별 스핀오프 방식, 분사 후 주주 구성 등 유형을 살펴보고 이해득실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라젠이텍스의 7년 전 메드팩토 스핀오프(분사)는 우례없는 성공 사례다. 경영진들은 외부에서 '백토서팁(Vactosertib)'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사내 항암연구소를 분사, 메드팩토를 만들었다. 아직 해당 약물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던 때였다.백토서팁은 메드팩토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자리잡고 빠른 개발 진전을 이뤘다. 아스트라제네카, MSD 등 글로벌제약사와 병용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기술의 가치는 상승곡선을 탔다.
이를 기반으로 메드팩토는 상장에 성공했고, 모기업 테라젠이텍스 뿐 아니라 경영진, 최대주주 일가도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를 받았다. 초기 테라젠이텍스가 출자한 자금 13억원은 현재 메드팩토 시총 기준 1900억원으로 가치가 뛰었다. 자회사 투자 지분 가치가 모기업(테라젠) 시가총액과도 맞먹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메드팩토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핵심 파이프라인 '백토서팁', 테라젠에서 메드팩토로
백토서팁은 'TGF-β1'를 저해하는 물질이다. TGF-β1은 종양 미세환경에서 면역을 억제하고 암세포 전이를 촉진시키며 항암제의 내성을 발생시킨다. 백토서팁은 TGF-β1를 타겟으로 면역세포의 암세포 사멸 활성을 돕고, 암 전이, 암줄기 세포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2013년 테라젠이텍스는 TGF-β 억제와 관련된 신약 후보물질 EW-7197을 이화여대 김대기 교수 연구팀(이화여대산학협력단)으로부터 라이선스인(기술도입)했다. 메드팩토가 이를 기반으로 본격 개발을 시작했다.
메드팩토는 테라젠이텍스의 백토서팁 기술 사업 외에도 다른 추가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BAG2 저해항체 개발 파이프라인인 MA-B2와 유방암 재발 전이를 진단하는 키트 개발 파이프라인 MO-B2의 기술이전이다.
메드팩토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앞선 백토서팁 계약은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에 향후 기술실시권 이전수익 등 상업화 수익의 절반을 지급하게 돼있다. 테라젠이텍스에 따로 귀속되는 이익은 없다. MA-B2, MO-B2에 대해서는 테라젠이텍스에 기술실시권 이전에 따른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 다만 비중은 5% 가량으로 크지 않다.
초기 설립 형태, 핵심 개발 인력, 간접적 지원 등을 보면 메드팩토는 테라젠이텍스의 자회사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초기 출자 및 지분구조만 보면 모회사의 메드팩토에 대한 지배력은 크지 않아보인다.
2013년 설립 초 테라젠이텍스가 메드팩토에 출자한 돈은 3억원이다. 이를 통해 30%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2015년 한차례 추가로 10억원을 출자, 지분율이 44%까지 올라가며 메드팩토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메드팩토의 전환사채 주식 전환으로 모기업 지분율은 다시 32%로 떨어졌다.
메드팩토는 2018년부터 2019년 상장 전까지 신주 발행으로 외부에서 총 443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2015년 후로 테라젠이텍스가 직접 유증에 참여한 적은 없었고, 외부 조달 과정에서 모기업 지분율은 20% 미만으로 희석됐다. 2019년부터 테라젠의 관계기업에서도 메드팩토가 제외됐다.
직접 지분 취득 자금으로는 13억원 출자가 전부였지만 간접적 지원은 계속 반복됐다. 테라젠이텍스는 메드팩토가 외부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전까지는 매년 10억~20억원 가량의 자금을 빌려줬다. 2015년에는 전환사채로 6억원 투자도 했다. 13억원의 출자 지분은 메드팩토의 현재 시가총액 기준 약 1900억원 가치로 늘어났다.
◇메드팩토 시총 1조2500억…최대주주 일가 수혜는
테라젠이텍스의 최대주주이자 메드팩토 사업을 감행한 이는 김성진 현 메드팩토 대표(전 테라젠이텍스 부회장)다. 김 대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암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전신인 티슈진 기술고문역할을 했으며 이때부터 보유한 티슈진아시아 지분으로 이후 대규모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해당 자금을 발판으로 10년 전 테라젠이텍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고 신약개발을 리드해왔다.
김 대표의 테라젠이텍스 개인 지분율은 3.41%로 최대주주 치고는 매우 낮은 편이다. 가족 및 회사 임원진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하면 10% 남짓된다. 유한양행이 우호주주로서 8%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나 경영안정성을 위해 의결권을 김성진 대표에게 위임하고 있다.
다만 테라젠이텍스에서 스핀오프한 메드팩토에는 김 대표 지분이 꽤 많이 담겼다. 김 대표 외에도 테라젠이텍스 경영진 개인 등 특수관계자 지분 역시 메드팩토 총 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테라젠이텍스의 메드팩토 지분율은 15.3%다. 그 다음 순으로는 김성진 대표가 10.38%, 고진업 테라젠이텍스 대표가 5.93%씩 보유 중이다. 김 대표 부인 김영원씨와 두 자녀 김새롬, 김잎새 씨가 각각 1.58%, 0.53%, 0.2%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 최대주주 지분의 합은 34%다. 현재 메드팩토의 시가총액(약 1조3000억원) 중 김 대표와 아내, 자녀 지분의 가치를 셈하면 1700억원 가량된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대부분 메드팩토 분할 초기에 취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09년 테라젠이텍스의 전신이었던 에셀텍 경영권 지분을 92억원에 인수했다. 사들인 지분 중 일부 31억원 규모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에 넘겼다. 인수 초 개인 지분율은 5%가 넘었다. 이후 이텍스제약 등과 합병, 스톡옵션 물량 등이 나오면서 현재 수준까지 지분율이 희석됐다.
김 대표가 최대주주에 오른 후에도 핵심 경영진들의 역할은 그대로 이어졌다. 기존 최대주주 고진업 대표는 그대로 대표이사직을 이어왔다. 김 대표는 2011년 등기임원으로 선출돼 테라젠이텍스 기술 부회장(CSO)을 맡아왔다.
김 대표가 테라젠이텍스의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은 것은 메드팩토가 상장을 본격적으로 앞두게 된 시점부터다. 2017년 메드팩토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2018년 말 테라젠이텍스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테라젠이텍스 개인 대주주들의 지분이 메드팩토에 담긴 것에 대해서는 모기업의 이해상충 이슈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메드팩토 설립 당시 외부 자금 유치가 여의치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큰 개발 리스크에 대한 대주주의 위험 부담 차원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TGF베타 저해제 분야는 실패 사례가 많았고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던 때였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메드팩토가 분사했지만 설립 초에는 주당 1000원에 펀딩도 쉽지 않았으며 재작년 초까지만해도 주당 1만원 미만으로 신주발행이 이뤄졌다"면서 "메드팩토에 대주주가 출자한 것은 초기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이 분명치 않을 때 리스크를 지고 투자를 감행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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