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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단기 경보해제' 재무만 원상복귀? [Rating Watch]나신평 "화물 강세로 흑자 전환 무게"…주력 여객 불확실성 여전

양정우 기자공개 2020-06-09 15:26:0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대한항공(BBB+)에 대한 단기 경계 경보를 해제했지만 신용도 회복을 단정짓기 어렵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조 단위 자본 확충안에 속도가 붙자 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촉즉발의 위기는 해소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신 부정적 아웃룩을 달아 예의주시 모드는 여전하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구 계획이 이행되면 재무건전성은 2018년 수준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국책 은행의 1조2000억원 지원책도 예고된 만큼 단기적 유동성 이슈엔 차질없이 대응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크레딧업계는 대한항공의 신용도를 쉽게 낙관하지 않는다. 주력 사업의 불확실성은 코로나19의 종식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하면서 화물 부문의 선전을 높이 샀다. 하지만 화물의 강세는 일시적 모멘텀일 뿐 아니라 캐시카우인 여객 부문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여파' 비상등, 나신평 첫 해제…'자구계획 행보+화물실적 호조'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수시평가를 통해 대한항공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은 'BBB+'로 유지하되 등급 아웃룩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올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신용평가사 3사는 대한항공을 일제히 하향검토 와치리스트에 올렸다.

단기 경계 경보를 해제한 핵심 근거는 재무구조 개선 자구책과 2분기 실적 개선이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자구 계획을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고 뜻밖에도 화물 파트의 호실적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기세다. 여기에 정부의 전폭적 지원 정책도 등급 하향 압박을 상쇄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공식 발표 당시 우려와 다르게 순항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장사의 증자 성사를 좌우하는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상증자의 1차 발행가액(주당 1만4600원)은 예정발행가액(1만2600원)보다 오히려 15.9% 높게 책정됐다. 이로써 조달 예정 금액은 약 1조원에서 1조1587억원으로 1500억원 가량 늘었다. 아직 2차 발행가액이 정해지기 전이지만 주가 강세(전 거래일 종가 2만600원)를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부채상환능력 측면에선 재무구조 개선의 최고 처방이 유상증자다.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의 효율성까지 고려할 사정이 아니라면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최선의 카드다. 1조원을 조달할 경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드라마틱하게 하락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1222%에서 786%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자본총계가 2조309억원에서 3조309억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단순 추산한 결과다. 부채총계의 경우 유증 대금을 모두 차입 상환에 쓴 것으로 가정한 경우다.



부채비율 786%는 2017~2018년 수준의 수치다. 당시 신용등급은 'BBB+'에 안정적 아웃룩이 부여됐었다. 일단 조 단위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BBB+ 등급을 지킬 정도의 재무구조로 복귀한다. 유독 대항항공의 신용도에서 부채비율 지표가 부각되는 건 주요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부채비율(1500% 초과) 요건이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구 계획의 일환으로 인천 송현동 부지와 자회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을 매각할 예정이다. 수천억원 규모의 현금 유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도 예고돼 있다. 정부가 4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동성 이벤트가 발생할 리스크는 상당히 완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수익성 회복 시기상조…신용도 향방, 주축 여객 회복 '관건'

신용도에 대한 우려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 건 사업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2분기 흑자 전환 내지 적자 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분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면서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화물 부문의 호조세를 통해 거둘 성과로 전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요가 끊긴 대신 화물 수요가 급증했다. 경제 위축으로 전반적 무역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으나 전염병 예방을 위한 개인용 보호구(PEE)와 위생용품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화물 파트가 핵심 사업인 여객 부문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에서 여객 부문(국내선·국외선 포함)이 차지한 비중은 63%에 달했다. 화물 실적은 21% 안팎에 불과했다. 향후 화물 부문이 외형을 계속 키우더라도 여객의 매출 위축을 상쇄하는 건 만만치 않다.


더구나 올해 2분기 화물 부문의 호실적은 단기 선방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화물 파트는 항공사의 수익성 부진에 한몫을 해왔다. 화물 운송 사업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가져 경기 부진이 만성화된 시기에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올들어 대한항공에 큰 힘이 된 건 분명하나 중장기적으로 신용도를 지탱할 사업일지 미지수다.

항공사의 신용도를 뒷받침해온 건 여객 사업이었다. 글로벌 여객 수요는 견조한 성장세(2018년 6.5%, 2019년 4.2%)를 유지해왔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계속 늘어난 것도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국제선 여객 전망이 밝았기 때문이다. LCC 난립으로 경쟁 강도가 심화된 와중에도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의 버팀목은 무엇보다 여객 사업이었다.

항공 사업은 고정비 부담(비용 비중 40% 안팎)이 무거운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효과가 매우 크다. 결국 화물의 선전에도 주축 여객이 흔들리면 수익성의 원상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영업 정상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채비율이 재차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의 수익성(올해 1분기 19.3%)과 커버리지 지표(8.8배)는 이미 'BBB0' 수준(별도기준 EBITDA마진 22% 미만, 순차입금/EBITDA 6배 초과)에 도달한 지 오래다. 그나마 대규모 유상증자 방안을 발표한 덕분에 신용평가사가 레이팅 액션을 벌이는 시점이 뒤로 미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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