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연기 홍콩 젠투 펀드, 과도한 레버리지 '직격탄' 코로나로 변동성 확대되자 'AUM트리거' 발동된듯..판매사가 직접 자산·구조 파악중
정유현 기자공개 2020-07-08 07:57:0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09: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 젠투파트너스(이하 젠투) 펀드 환매 연기 사태의 단초는 '코로나19'가 제공했다면 결정타를 날린 건 '레버리지' 구조였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펀드에 담은 채권의 스프레드가 벌어지며 손실이 발생했는데 최대 500%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킨 펀드의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레버리지 펀드 손실로 젠투 운용자산(AUM)이 감소하자 PBS와 맺은 '운용차입금 중도상환(AUM트리거)'가 작동되며 전체 펀드 환매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 매매를 막기 위해 전체 펀드의 환매가 중단된 것으로 보이지만 젠투 측의 입장이 없어서 판매사들이 추측만 하는 상황이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예상과는 다르게 꾸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젠투파트너스가 일부 판매사에 펀드 환매 연기를 통보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환매 연기 레터에 포함된 펀드들은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펀드'와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채권 '시장 상황' 악화를 배경으로 지목했을 뿐 전체 환매 중단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때문에 판매사들이 직접 나서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젠투파트너스는 애널리스트로 한국 ING베어링스, 옛 굿모닝신한증권, 옛 우리투자증권, 옛 현대증권 등을 거친 신기영 대표가 이끄는 운용사다. 채권형 헤지펀드를 설정하며 트랙 레코드를 쌓아왔다. 젠투의 대표 채권형 헤지펀드는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다. 금리가 낮지만 우량한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확보한다. 레버리지 비율을 최대 500%까지 높여 수익률을 높이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글로벌 우량등급 금융채 45%, 국내외 은행 코코본드 및 후순위채 40%, 회사채 15% 비중으로 이뤄져 있으며 HSBC 영구채가 주요 편입 종목 중 하나다.
2015년부터 국내 금융사들이 젠투의 채권형 헤지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파생결합증권(DLS)를 발행하거나 재간접 펀드 방식으로 고액자산가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관련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 직후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대거 사들이고 중국 CDS는 매도하는 방식으로 10개월간 40% 대의 수익을 내며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수의 국내 금융사들이 젠투 펀드를 앞다퉈 소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전한 투자처였던 젠투 채권형 펀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다. 2008년 금융 위기 수준으로 증시가 불안정했고 채권 시장도 경색됐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면서 채권값이 급락하자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의 기준가도 하락했다. 이 펀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만큼 손실의 충격은 더 컸다. 젠투는 지난 3월 PBS로부터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받았고 고유재산을 활용해 사태를 넘겼다고 전해진다.
사태는 넘겼지만 지난 4월 신한금융투자에 만기가 도래한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 기초 DLS의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준가 회복 전에 조기상환을 진행하면 고객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 조기상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신한금융투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DLS 중 일부는 발행 시점에 100에서 시작한 순자산가치(NAV)가 1년 뒤 103.8을 넘으면 3.8% 수익을 지급하며 조기상환되는 조건이었다. 103.8을 밑돌면 풋옵션을 행사해 3% 수익을, 95를 밑돌면 1.3% 수익을 확정할 수 있다는 조건도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폭락으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3월 말 채권 가격은 30% 이상 급락했고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 펀드의 NAV도 고스란히 충격을 흡수했다.
젠투가 고유 자산을 활용해 마진콜 사태는 버텼지만 레버리지를 사용한 펀드의 편입 종목의 현황이나 기준가, 반대 매매 여부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해 불안감을 키웠다. 문제는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은 펀드들이었다. 우량한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만큼 시장이 정상화되면 기준가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에 환매 연기는 레버리지를 포함하지 않은 펀드들도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판매사들은 젠투가 외국계 PBS와 계약을 맺으면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위해 회수 조건을 걸었다고 보고 있다. 젠투의 AUM이 줄어들 경우 PBS가 담보물에 대해 반대 매매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레버리지 펀드로 손실이 발생해 AUM이 줄어든 상황에 만기가 도래한 펀드의 환매에 대응하면 자산이 추가로 줄어든다. 펀드별로 자산이 별도로 보관돼 있다고 알려졌는데 이 상황에서도 환매를 연기한 것은 PBS의 반대 매매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연기 사태가 발생하자 PBS들이 대출 회수를 요구하면서 결국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진 사례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판매사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젠투 측의 환매 연기 레터에는 시장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고 전체 환매 중단에 대한 배경 설명은 없었다"며 "따로 파악을 하면서 AUM 트리거 조항에 알게 됐고 이번 환매 연기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 업계에서도 젠투의 이번 조치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코로나19로 채권 시장이 영향을 받았지만 전체 펀드 환매 중단의 비상 상황이 생긴 것은 전체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체 환매를 하게 되면 예정된 스케줄이 나오는데 관련 정보를 판매사에 제공하지 않은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판매사들은 투자 자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 운용 매니저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구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이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일반화돼 있다"며 "지난 3월 코로나19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가장 큰 충격이 있었던 것은 맞는데 해외의 채권형 펀드들도 손실만 났을 뿐 환매 연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량 자산에 투자했다고 하지만 안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전체 환매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전체 포트폴리오가 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젠투파트너스 펀드 판매 잔액은 신한금융투자(3990억), 삼성증권(1400억), 우리은행(902억), 하나은행(421억), 한국투자증권(178억) 등이다. 키움증권은 고유 자산 투자 개념으로 2625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보이며 개인에게 판매된 물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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