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 넥스트 오너십]천재교육 오너 2세, 승계 발판은 '계열사 그룹'②에이피컴퍼니 중심으로 계열화…천재교육 승계는 '아직'
정미형 기자공개 2020-08-14 14:08:56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 작업이 녹록치 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3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천재교육은 현재 오너 2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2018년 최용준 천재교육 창업주이자 전 회장은 장남인 최정민 현 천재교육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2012년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지 6년 만에 그룹을 이끌게 됐다.천재교육의 경영권 승계는 완료됐지만 지분 승계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핵심 사업체이자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천재교육의 최대주주는 아직 최용준 전 회장으로, 현재 지분율은 84.51%에 이른다. 나머지 15.49%는 기타 주주로 이뤄져 있다. 최 회장 보유 지분은 없다.
대신 최 회장은 천재교육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룹사는 크게 최용준 전 회장이 지배하는 천재교육과 자회사 천재상사, 그리고 최 회장이 지배하는 에이피컴퍼니, 에이피로지스틱스, 해법에듀, 프린피아, 에이피이노베이션, 천재교과서, 천재인터내셔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최정민 회장→에이피컴퍼니→해법에듀·프린피아 등' 지배구조
최 회장의 승계 주축이 된 회사는 에이피컴퍼니(구 프린피아)다. 에이피컴퍼니는 물류 계열사로 1991년 설립된 프린피아가 전신이다. 기존 프린피아는 2018년 물적분할해 존속법인을 에이피로지스틱스로 하고 인쇄업을 하는 프린피아를 신설했다. 올해 들어서는 에이피로지스틱스가 다시 물적분할해 에이피컴퍼니 아래 에이피로지스틱스를 신설했다. 에이피컴퍼니는 최 회장이 지분율 100%를 보유한 회사다.
최 회장은 에이피컴퍼니를 정점으로 천재교육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출판물 도매 및 교육서비스업체인 해법에듀, 인쇄업체인 프린피아, 건설사업체인 에이피이노베이션 등이 주요 자회사로 속해 있다. 천재교과서와 천재인터내셔널은 해법에듀의 자회사이자 에이피컴퍼니의 손자회사다.
지분 승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0년 최 회장이 에이피컴퍼니 최대주주에 오르면서다. 에이피컴퍼니는 애초 최용준 전 회장과 장녀인 최유정 씨가 각각 지분을 72%, 28% 보유해왔다. 그러다 2010년 최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지분 41%를 넘겨받으며 최대 주주에 올랐고 2012년 최 회장이 보유 해법에듀 지분을 누나인 최유정 씨에게 넘겨주는 등의 방식으로 나머지 지분 전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자 과거 3년 연속 적자를 내던 에이피컴퍼니는 드라마틱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천재교육과의 내부 거래를 키우면서 에이피컴퍼니도 동반 성장했다. 2018년 분할 이전에는 매출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에서 비롯됐다. 천재교육과의 내부거래액은 2010년 207억원에서 지난해 305억원으로 늘었다. 에이피컴퍼니는 천재교육을 중심으로 천재교과서, 해법에듀 등과도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늘렸다.
에이피컴퍼니를 키우기 위해 자회사도 연달아 편입시켰다. 에이피컴퍼니 자회사인 해법에듀는 2007년 천재교육의 회원사업부를 양수받아 설립됐다. 최 회장(72%), 최용준 전 회장(18%), 최유정씨(10%)가 지분을 보유했으나 2010년 최 회장이 최용준 전 회장 지분을 확보하며 지분율을 90%까지 올렸다. 2012년 최 회장은 해법에듀 지분 일부를 누나 최유정씨와 에이피컴퍼니 지분과 맞교환하는 데 활용했다. 이후 2015년 에이피컴퍼니가 최유정씨 지분을 75.2% 사들이고 2018년에는 최 회장 지분 등을 에이피컴퍼니가 모두 사들이며 100%자회사가 됐다.
에이피컴퍼니의 해법에듀 인수는 사세를 키우는 데 필수적이었다. 해법에듀가 천재교과서와 천재인터내셔널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교과서는 천재교육의 스마트학습 ‘밀크티’를 만든 사업체로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이다. 실제로 해법에듀 인수 이후 에이피컴퍼니 매출은 급증했다. 2015년 63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6년 1108억원, 2018년 1881억원으로 늘었다.
◇'계열사 지분·배당금' 승계 지렛대
최 회장의 실탄이 되어준 것은 천재상사와 배당금이다. 천재교육 그룹사는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기업으로 배당할 경우 오너일가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지난해도 천재교육은 457억원을 현금배당했고, 배당을 이어가는 계열사들도 적지 않다.
오너 2세의 실탄 확보에는 천재상사가 활용됐다. 2004년 설립된 천재상사는 최 회장과 최유정씨가 지분 60%와 40%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종이를 수입해 천재교육 등에 공급하는 업체로 매출 대부분이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천재교육이 성장할수록 천재상사도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너일가는 2013년 매출액 781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한 천재상사를 천재교육에 전량 매각해 현금화했다.
배당금도 오너일가의 승계 밑바탕이 됐다. 매각 전 천재상사는 2007년 19억원, 2008년 15억원, 2010년 15억원, 2011년 15억원 등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해법에듀 또한 2009년 10억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2세들에게 배당금을 안겨줬다.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오너일가의 배당 자금이 된 셈이다.
에이피컴퍼니도 2013년부터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오고 있다. 최 회장이 지분을 100% 확보한 이후부터 배당이 이뤄지며 승계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15억원 배당하던 것을 2016년과 2017년 각각 20억원과 30억원으로 늘리더니 2018년에는 100억원으로 배당을 3배 이상 늘렸다.
이에 천재교육 안팎에서는 편법 승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들을 키우고 이를 통해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천재교육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조사를 받은 점도 이 때문이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정부의 조사와 관련해 “배당 가능 이익 한도 내에서 적법하게 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법에 따라 내야 할 세금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조사와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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