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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정몽규 HDC그룹 회장, 산은 제안 받아들일까HDC현산, 별다른 입장 없어…코로나 19 '밑빠진 독에 물붓기' 우려

김경태 기자공개 2020-08-28 08:34:26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7일 16: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회동하면서 아시아나항공 M&A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애초 HDC그룹은 재실사를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산은이 매력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결단을 요구받는 모양새가 됐다.

HDC그룹은 회동 후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심사숙고 중이다. 산은의 제안이 파격적이기는 하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항공업황 악화 등 부정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셈법이 복잡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HDC, 회동 후 별다른 입장 없이 '숙고'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전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전격 회동했다. 만남 후 산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HDC그룹에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HDC현산 관계자는 "특별히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날 회동에서 시장의 예상을 넘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실사에 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향후 아시아나항공 M&A 이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3조~4조원 규모의 유동성 중 최대 50% 가량을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며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무기한 연기했다.

산은의 이같은 제안이 현실화되면 HDC그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최종 투입될 유동성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산 입장에서 당초 인수 금액인 2조5000억원보다 적게는 5000억원, 많게는 1조원 가량 투자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HDC그룹의 최종 결단에 관해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은의 제안은 분명 파격적이고, HDC그룹이 더 적은 돈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인수 뒤에도 산은이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든든한 우군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일 수 있다.


◇근본적 문제 '코로나19' 재확산, 밑빠진 독에 물붓기 우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항공업황의 악화를 고려할 때 HDC그룹으로서는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인수 후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 불황이 이어질 경우 추가로 들어가야할 자금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당장은 최대 1조원 가량을 줄일 수 있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이어질 경우 밑빠진 독에 물붓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산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1386.7%였다. 부분자본잠식 상태였고 자본잠식률 18.6%다. 올해 6월말 자본잠식률은 49.8%로 더 악화했다. 올해 2분기에 화물운송 덕분에 234억원의 이익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각종 비용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진 '반짝 흑자'로 보는 분석이 중론이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질병 확산세가 종료되는 시점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 기간 동안 HDC그룹은 최대주주로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산은의 조력이 있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HDC그룹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더라도, 먼저 계약 해제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불거질 계약금 소송을 대비해 하나라도 더 명분을 쌓기 위해 이대로 침묵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양측이 향후 M&A 무산을 염두에 두고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있었다. 산은이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사실상 보전해주는 수준에 가까운 제안을 하면서 HDC그룹에 공이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HDC현산 이사회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회장의 회동 후에도 이사회를 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이사회 구성원을 불러 설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이사회 멤버에 사측의 입장이 전달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내부의 고심이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개인적인 삶을 뒤돌아볼 때 M&A 성사에 대한 일말의 여지를 두기도 한다. 그는 애초에 '건설맨'이라기 보다는 '모빌리티맨'이었다. 정 회장의 부친은 고 아산 정주영 회장의 셋째 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이다. 그는 현대차 사장을 맡아 한국 최초의 국산 모델 자동차인 포니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포니정'으로 불렸다.

정 회장 역시 부친처럼 현대차에서 근무했다. 1988년 현대차에 입사했고 1996년에는 현대차 회장에 올랐다. 이듬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회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현대그룹의 분할 과정에서 현대차를 내놓고 현대산업개발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룹 지주사의 사무실이 있고, 정 회장의 집무실이 있다고 알려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1층 로비에는 포니의 역사가 장식돼 있기도 하다. 포니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 설계도,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물거품이 되면 그의 모빌리티그룹 목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HDC그룹은 건설·부동산개발(디벨로퍼) 사업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1층 로비에 장식된 포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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