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에는 더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3월에는 주로 외국계 기업이나 IT, 통신, 게임 회사들 위주로 재택근무가 이뤄진 반면 이번에는 삼성, 엘지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은행, 신문사, 방송국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형태 또한 지난 3월의 유연근무제, 순환근무제와 달리 이번에는 상당수가 전면·전원 재택근무를 시도하고 있다.'시도'라고 한 이유는 올해 초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이 어떻게, 얼마나 갈지, 향후에 또 어떤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전원 재택으로도 근무가 가능한지 시도해 보고 부족한 점을 파악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히 감지된다. 회사들의 적극성이 반갑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인정하고 사태의 장기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에 한편으로는 우울해진다.
재택근무라는 것을 모든 기업이 다 채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이나 고객 대면 위주라면 당연히 어렵고, 사무직에서도 기업의 규모, 성격, 업무 프로세스, 회사 서버의 용량, 노트북컴퓨터 지급 여부 등에서 시도조차 못하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이런 차이가 있지만 재택근무가 상시 가능하다면 오피스 수요는 현저히 감소할까?
우선 기업들의 직원 1인당 평균 면적을 파악해 보자. 다수 임차인이 외국계 금융사와 컨설팅 회사로 구성된 광화문 소재 한 대형 오피스 빌딩을 보면, 현재 임대돼 있는 오피스 면적은 7만 2000㎡이고 상주인구는 2500명이다. 그럼 1인당 면적은 29㎡가 된다.
전용률 (임대면적 대비 전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율) 이 57%면 결국 1인당 순(net) 면적은 16㎡가 나온다. 몇 년 전 컨설팅을 하면서 파악한 외국계 기업의 1인당 평균 면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라는 것이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예전부터 여러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hot desking으로 지정좌석제가 아닌 자율좌석제를 하면서 1인당 면적은 16㎡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 같다.
참고로 국내 기업의 1인당 점유 면적은 10㎡ 남짓이었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1인당 점유 면적이 한국 기업보다 넓기도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 동종업계 한국 기업 보다 직원 수는 적은 반면 로비, 리셉션, 회의실 등 공용 공간 역시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 면적을 직원 수로 나누면 넓게 나온다. 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컨설팅이나 법률 회사 등 전문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리셉션 면적이 넓고 회의실이나 개인 사무실이 많기 때문에 16㎡ 이상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재택근무가 본격화하며 9월 현재 이 오피스 빌딩의 상주인구는 1200명으로 파악됐다. 절반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전원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음에도 절반에 가까운 직원들은 여전히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은 의외의 결과이다.
현 상황에서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데 절반의 직원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경우 1인당 면적이 전원 근무 시의 2배로 증가하니 실내에서도 최소한의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재택근무 대신 인근 오피스나 공유 오피스에 임시로 오피스를 빌려 직원들을 제2, 제3의 오피스로 분산시키는 기업들도 있다. 따라서 9월 현재, 오피스 사용 면적은 오히려 증가했다. 그럼 향후에도 오피스 면적은 증가할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감소의 가능성은 있다. 면적을 줄이고 싶어도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기 계약면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택근무가 충분히 기능하고 경제가 더욱 어려워져 고용이 악화되면 기업들은 당연히 사무실 면적을 줄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절반의 직원이 지속적으로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을 볼 때, 재택근무가 상시 가능해도 집이 좁아서, 다른 가족의 의도치 않은 방해로 집중이 어려워서, 후배가 선배에게 업무를 배우고, 경력사원이 이직한 회사의 문화를 익히고, 팀워크가 형성되는 그런 물리적인 공간은 필요해 보인다.
결국은 직원들이 사무실과 집 중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가게 되고 따라서 재택근무로 인한 사무실 수요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경제부진과 고용감소에 따른 사무실 수요 감소가 훨씬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기업들의 채용 규모 감소를 고려하면 내년의 사무실 수요 감소는 명확해 보인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