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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모펀드 '수탁거부 사태' 직접 나섰다 [Policy Radar]금투협 통해 운용 업계 민원 청취…상황 악화시 양측 의견 조율 '대비' 차원

정유현 기자공개 2020-09-23 07:54:5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1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의 수탁 업무 중단 사태로 운용 업계가 침체에 빠지자 금감원도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사모운용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지만 수탁 업무와 관련된 별도 규정이 없어 금융 당국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상황이 악화되자 당국 차원에서 현 사태를 진단하고 향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요청으로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시중은행 수탁 거부 관련한 민원 사항을 청취했다.

금투협은 회원사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지만 이번 금감원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펀드자산 수탁거부 관련 설문조사'를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 조사는 9일까지 진행됐다. 설문지에는 회사 운용 업력 및 수탁이 거부된 펀드의 자산, 수탁 거부회사 명단, 수탁 시 요구 조건 등 자세한 질문이 포함됐다.

금투협의 펀드자산 수탁거부 관련 설문조사 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운용사뿐 아니라 해당 수탁은행이 검사 대상에 오르자 7월부터 시중은행이 신규 헤지펀드 설정을 위한 수탁 업무의 장벽을 높였다. IBK기업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은 자산과 상관없이 수탁 업무를 중단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정도만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운용사 트랙레코드나 규모에 따라 수탁을 받기도했다.

대형사 위주로 주식이나 채권 등 기준가가 나오는 자산에 대한 신규 펀드는 그나마 수탁을 받아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소 운용사의 경우 투자 자산과 상관없이 신규 펀드 설정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수탁은행들이 중소형 운용사나 규모가 작은 펀드에 대해서 수탁을 안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대적인 업무 중단 사태가 장기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이후 은행 입장에서는 수탁 업무가 큰 수익원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수탁보수율은 3bp~5bp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신규 사모 운용사들은 대부분 5bp의 높은 수수료를 낸다고 알려졌다.

최근 들어 수탁은행들이 운용사에 수탁 보수를 6bp 이상을 요구하는 등 수탁 업무를 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도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규 펀드를 설정하려고 가면 수탁 보수율을 기존보다 높이 제시하거나 운용사가 높이 제시하는 경우가 있어도 안해준다"며 "처음에는 리스크 대비 보수율이 낮아 '돈이 안되기 때문에 안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보수를 떠나 은행들이 수탁 업무를 최대한 피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 처럼 보인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헤지펀드 수탁사 대란이 멀쩡한 부동산 전문 운용사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거치지 않고 수탁사에 직접 업무를 맡겼다. 하지만 수탁은행이 사모펀드 취급을 꺼리자 마스턴자산운용은 최근 설정한 신규 펀드의 수탁 업무를 PBS에 위탁하고, PBS가 은행에 업무를 재위탁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헤지펀드와 마찬가지로 PBS를 거치지 않으면 수탁을 받아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운용 업계에서도 수탁은행의 고충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신규 펀드 설정이 막히며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업력 6개월 이하의 중소 사모 운용사들은 신규 펀드 설정이 쉽지 않아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그나마 공모주에 투자하는 전략을 쓰는 펀드들은 설정이 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운용사 규모에 따라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금감원도 당국 차원에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자산운용업계가 소속된 금융투자협회에 현 상황에 대한 업계 입장 조사를 주문했고 금감원도 현재 수탁거부 사태에 대한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시 기능이 부여되면서 시중은행에서 사모펀드 수탁을 전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조건에 따라 수탁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아직은 과도기적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정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은행과 운용사가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감독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 민원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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