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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은행 개점휴업]헤지펀드 신규 설정 '올스톱'..중소 운용사 '생존기로'①수탁은행 선별적 업무 중단 PBS에 통보…금융 사고 여파 보수적 접근

정유현 기자공개 2020-07-28 13:06:21

[편집자주]

헤지펀드 시장의 위기가 수탁회사로 번졌다. 과도한 업무로 수탁업무에 대한 매력이 감소한 시중은행들이 이번에 수탁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며 운용 업계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은행 수탁 비즈니스가 당면한 문제와 원인, 파장을 더벨이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이 신규 헤지펀드 설정을 위한 수탁 업무의 장벽을 높였다. 중소 운용사의 경우 투자 자산과 상관없이 신규 펀드 설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대형사 위주로만 까다롭게 수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수조사에 나서며 수탁은행도 부담을 느낀 것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운용사뿐 아니라 해당 수탁은행이 검사 대상에 오른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사고 여부와 상관없이 헤지펀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굳이 신규로 자산을 맡으며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사세 확장을 시도하던 중소 운용사들의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상황이 장기화 돼 적자가 이어진다면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퇴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중 은행 선별적 수탁 업무 중단 PBS에 통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이 당분간 신규 헤지펀드 설정을 위한 수탁업무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운용사 규모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수탁 업무를 제공하기로 정했다.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새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 시중 은행의 공통 방침이지만 이 조건도 운용사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같은 방침은 시중은행이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사업자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며 운용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헤지펀드 설정을 위해서는 운용사들이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와 계약을 맺는다. PBS는 수탁기관의 역할이 있지만 자체 수탁업무를 할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잔고 관리는 대부분 시중은행에 재위탁한다. 신규 펀드가 설정되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 채널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PBS를 활용하지 않고도 운용사가 직접 수탁은행과 계약을 맺고 헤지펀드를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라임자산운용 환매 연기 사태를 시작으로 금융 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PBS를 활용하지 않으면 수탁은행이 받아주지 않아 대부분 PBS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탁은행이 받지 않기로 하면서 운용사뿐 아니라 PBS 사업자들도 계약고 관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수탁은행의 헤지펀드 설정 중단의 도화선이 된 것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로 보인다. 검찰이 옵티머스자산운용과 관련해 관련은행 수탁영업부를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투자자 일부가 운용사 뿐 아니라 수탁은행을 대상으로 민사소송 절차도 진행중이다. 펀드와 관련된 당사자 대부분이 검사를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 그동안 수탁은행들이 중소형 운용사나 규모가 작은 펀드에 대해서 수탁을 안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대적인 업무 중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모펀드 감시 의무와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터지고 수탁은행들의 부담이 커지자 헤지펀드 설정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입장에서는 큰 수익원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진행하면 당국에 자료 제공을 하는 업무가 은행쪽에 쏠리기 때문에 당장 신규 상품을 받아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사고가 터지다보니 수탁은행들도 움츠러 들 수 밖에 없고 업무 과부하가 걸리다보니 선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 같다"며 "자산가치 평가가 용이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신규로 설정이 되는 곳들도 있는데 비상장 등 대체 투자에 투자하는 펀드는 설정을 진행하는데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 신규 진입 운용사 '생존 기로'…대형사 사업방향 수정 '고민'

이번 수탁업무 중단으로 중소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투자업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신규 운용사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최근 신규 펀드 설정이 막히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통 자산 투자하는 신규 펀드는 설정이 가능하지만 이것도 대형 운용사에 한해 진행된다. 중소운용사는 대체 뿐 아니라 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설정도 막혔다.

중소형 A운용사 관계자는 "우량한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신규 펀드 설정을 위해 1년간 공을 들였고 투자자까지 모집을 했는데 수탁은행이 자산을 받아주지 않아 설정이 힘들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업계 전반에 상호 검증 시간을 갖자는 의미인것은 알지만 기약없는 상황이라 중소형 운용사들이 정말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동안 탄탄하게 트랙 레코드를 쌓아왔던 대형 운용사들은 사실 이번 조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신규 대체 펀드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운용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지자 전반적으로 신규로 펀드를 내놓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업 방향을 수정하는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B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트랙 레코드도 있어 대형사는 대체 펀드라도 은행들이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분위긴데 굳이 이런 상황에 어려움을 뚫고 신규 설정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며 "사고 여부와 상관없이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상황이라 내부에서도 다른 방식의 사업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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