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사외이사 임기 제한' 시행령, 중견·중소기업에 부담"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현행 규제 세밀한 검토 선행돼야"
박동우 기자공개 2020-09-25 17:47:5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1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상법 시행령을 고쳐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한 것은 '과잉 입법'입니다. 업종과 규모 등 고려 없이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규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중견·중소기업들이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행 규제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사진)은 25일 더벨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 재벌지배구조의 미래'를 주제로 주최한 '2020 THE NEXT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초 상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사회의 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로 담겼다. 계열사 재직 기간까지 포함하면 9년을 초과할 수 없다. 장기간 한 기업에 몸담은 사외이사들이 많기 때문에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게 당시 입법 논리였다.
정 부회장은 "사외이사의 재직 기간을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짧은 편"이라며 "사외이사 임기가 길어지면 친기업 성향을 드러낸다는 일각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한국·미국·일본·영국·독일 등 5개국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사외이사 재직 기간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사외이사 평균 재직 기간이 가장 긴 나라는 미국으로 7.6년이다. 한국은 4.1년으로 나타났다. 상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임기 6년보다 짧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사외이사들이 다수 바뀐 사례까지 집계하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곳의 사외이사 평균 재직 기간은 1.9년으로 줄어든다.
정 부회장은 '사외이사가 기업의 말을 잘 듣는 거수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은 경영 관련 중요 사항이 있으면 사전에 실무진이 이사들과 논의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이사회 상정 안건은 미리 조율을 마친 것인 만큼 사외이사의 안건 반대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 규제로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이 느끼는 부담이 굉장히 커졌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재임하던 사외이사들이 물러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바뀌면서 평균 재직 기간이 줄어든 폭을 따져보니 시가총액 하위 기업의 감소폭이 훨씬 컸다.
대기업은 대형 로펌, 사내 법무팀 등 정책 리스크에 대비할 자원이 풍부하다. 반면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이 사외이사를 새로 수혈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2000명가량의 사외이사 인력 풀(pool)을 운용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업체들의 '사외이사 구인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들 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정 부회장은 현행 규제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답을 내놨다.
정 부회장은 "기업 관련 현행 법규를 검토하고 국내 환경과 회사 특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업 실무진의 애로사항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규제 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전문>
상장회사 이사회 제도 및 운영 현황을 논하기 전에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 상장회사의 9.5%가 대기업이다. 나머지 90.5%는 중견·중소기업이다. 현행 이사회·감사위원회 제도를 둘러싼 정부나 국회의 개편 움직임은 대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중견·중소기업들이 굉장히 힘겨워하는 부분들이 있다. 기업 실무진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발표하겠다.
우선 상법에는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 감사 등이 명시돼 있다. 이를 총칭해 '지배구조'라고 말한다. 기업이 올바르게,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잘 갖춰야 한다. 주주총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으로 1년에 한 차례 열린다. 이사회는 상당히 자주 열리는데 권한과 책임이 굉장히 크다. 주식회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상법은 이사의 종류를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세 가지로 구분해놨다. 특히 사외이사는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가 각각 요건이 다르다. 한국 상법의 일반규정은 비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규제한다. 상장회사의 경우 특례규정을 뒀다. 우리가 상법상 이사회를 살필 때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일반상장회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돼 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올해 초 상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동일한 상장회사에서는 6년, 해당 상장사를 포함해 계열사에서 재직한 기간까지 더하면 9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이사의 보수를 살펴보면 일각에서 보수 한도를 너무 높게 설정했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한도에 맞춰 보수를 다 지급하는 건 아니다. 퇴직금, 기타소득 등 이사가 받을 경제적 대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보수 한도를 늘려잡는 것이다.
이사회의 기능은 업무 집행과 감독으로 분화한다. 집행임원이 별도로 업무를 집행토록 하고 있다. 이사회의 권한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이사 선임, 개별 이사의 직무 집행 감독 권한이 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소집도 비교해보자. 이사회의 소집 기간은 7일 이내인데 정관으로 단축할 수 있다. 주주총회는 14일 이내다. 이사회의 결의 방법은 이사의 과반수 출석, 출석 이사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져 있다. 가부동수일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부결로 처리토록 돼 있다.
이사회의 결의 사항을 살펴보겠다. 먼저 주주총회에 관한 사항이다. 전자투표 시행 여부를 결정하고 주주총회 부의 안건 일체를 심의해 부의 여부를 정한다. 결산 서류와 영업 보고서를 승인하고 임원의 보수 한도를 설정하기도 한다.
다음은 경영에 관한 사항이다. 경영 방침이나 사업 추진, 자금 계획, 대표이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결의한다. 합병은 기본적으로 주주총회 결의 사항으로 돼 있지만 간이 합병, 간이 분할 합병, 소규모 합병, 소규모 분할 합병의 경우는 이사회 의결로 할 수 있다.
재무에 관한 사항에서는 투자, 계약 체결, 자산 취득, 준비금의 자본 전입, 사채 발행 등을 결정한다. 그밖에도 이사와 회사의 거래 같은 이해상충거래를 승인한다. 이러한 결의 사항을 종합해보면 이사회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이 있다.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이사회로부터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회는 2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한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며 사외이사가 총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재무나 회계 전문가 1인을 반드시 포함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규정돼 있다.
본격적으로 이사회의 운영 현황을 말씀드리겠다.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중에서 상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지배구조 관련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내용이 기업 실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법리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논하겠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각국은 자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노력을 많이 하지만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가늠자가 되는 것이 자본 시장의 규모다. 올해 9월 7일 기준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은 2455조원이다. 한국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약 2100곳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1954조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전부 더해도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에 못 미치는 셈이다. 우리나라 자본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공정경제 3법은 재벌의 일탈 행위 규제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한 행위를 모든 기업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가운데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밖에 안 된다. 경제계에서는 일부의 일탈 행위를 가지고 전체를 겨냥해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많이 들린다. 기업 경영을 둘러싼 주요 사안은 대부분 이사회의 이사들이 결정한다. 이사회에서 바로 사안을 탐문해서 결정하지 않는다. 사전에 이사들과 논의하는 등 몇 차례의 절차를 거쳐서 이사회 안건으로 올린다. 상정된 이사회 안건은 거의 조율이 끝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사회 당일에 모든 이사가 참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사회의 100% 찬성을 문제 삼는 건 어불성설이다.
올해 1월 상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에 대한 규제도 이슈로 떠올랐다. 동일한 상장회사에서는 6년, 해당 상장사를 포함해 계열사에서 재직한 기간까지 더하면 9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해놨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일본, 독일의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해봤다. 연구 결과 사외이사 평균 재직 기간이 가장 긴 국가가 미국으로 7.6년이었다. 우리나라는 4.1년으로 일본(3.2년) 다음으로 짧게 나타났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다수 교체된 사례를 포함해 계산하면 한국 사외이사의 평균 재직 기간은 1.9년으로 계산된다.
일부 회사에서 사외이사가 장기간 재임한다 해서 임기를 제한한 것은 과잉 입법이다. 사외이사 재직 기간이 6년에도 못 미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 규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에서 부담을 굉장히 크게 느낀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2000명 규모의 사외이사 인력 풀(pool)을 운용하고 있다. 전체 상장사가 약 2100곳인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 후보군이 매우 적은 셈이다.
예전 같았으면 교수, 법조인, 회계법인 인사 등이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지금 사외이사를 잘하지 않으려고 한다. 상근이사와 책임이 똑같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사외이사 돌려막기'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쟁사의 사외이사, 이해 충돌이 있는 인물을 제외하고 나면 사외이사를 위촉할 만한 풀은 더 좁아지게 된다.
그나마 대기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견·중소기업은 보수 지급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책임을 상근이사와 똑같이 져야 한다는 점 탓에 사외이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행 규제 정책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섀도보팅 제도가 사라지는 바람에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회사들이 올해 340곳에 달한다. 규제가 당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돼 엇박자를 빚은 결과다. 이사회도 마찬가지다. 기업 실무진의 불편한 점, 애로사항이 법안에 많이 반영돼야 한다.
미국에는 '2대1 룰'이 있다. 규제를 하나 신설하면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조치다.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법에는 이상적인 부분이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다만 상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기업인데 충분한 검토 없이 법안을 고치면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상법은 기업에 관한 기본법이다. 기업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 상법에 반영된 기관 규정, 이사·사외이사 등은 주식회사의 근간을 이룬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워 이사의 구성 규제를 강화하는 법이 상법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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