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이사회 경영, 새로운 지평 연 주주행동주의"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소유와 경영 '분리→결합' 현상 주목
박기수 기자공개 2020-09-25 14:43:3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경영체제냐 전문 경영인체제냐에 대한 논쟁에서 어느 쪽이 옳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렵고 소모적인 일이다. 이사회에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들여다봐야 한다. 결국 각 이사의 독립성과 효율성의 문제인데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주주행동주의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25일 더벨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 재벌지배구조의 미래'를 주제로 주최한 '2020 THE NEXT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오늘날의 기업 경영에서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두 주체는 주주와 이사회다. 개회사를 맡은 김 교수는 주주와 이사회의 관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인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를 언급하며 이날 행사의 막을 열었다.
김 교수는 "오너들은 뒤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들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좋다는 게 여론이지만 제도적으로 보면 소유와 경영은 이미 분리돼있다"며 "상법 361조, 393조 제1항을 함께 보면 회사는 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경영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 아닌 비례적 이익을 취하는 수익자"라며 "이사회는 특수한 기구로서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계약에 대한 직접 관여자로서 기능하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인 '주주행동주의'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엘리엇이나 트라이언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전 세계에 걸쳐 활동하고 있고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잠한 것 같이 보이지만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며 "초기에는 이 사람들을 '투기자본'이라고 일컬으며 부정적으로 인식했지만 현재는 자본시장의 당당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망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이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행동주의 펀드들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설명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본적으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아 왔던 '주주'이지만 그럼에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전문성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회사에 대해 연구하고 회사를 향해 의견을 제기한다"며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지배구조에 개입하고 이사회에 진출해 경영 판단에 개입하는 등 적대적 방법까지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대세인 시대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등장하더니 소유와 경영의 결합을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대세가 된 시대에 등장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유와 경영을 다시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으로 이사회가 스스로 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우리 기업의 사외이사들도 이 경향을 감안해 행동을 해야 하고, 이사회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전문>
한국 기업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경영권 승계 문제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다. 우선 경영권 승계 문제부터 보면, 주식을 많이 사거나 상속을 받아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이것이 여의치 않아 다른 방법을 쓰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다른 방법을 쓰는 경우 중 위법적인 방법을 쓰는 경우와 합법적인 방법이 있는데, 합법적인 방법 중에는 실적을 높여서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 것과 다른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간접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직접 지분과 우호 지분 확대가 중요한 목표로 여겨지고 있다.
지분에 대한 집착이 만병의 근원이다.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돈은 아무리 재력이 좋은 경우라도 모자라기 마련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것도 그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는 경우에는 타인의 투자 전략에 의존하게 되고, 남의 뜻에 내 경영권이 좌지우지하게 된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는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충분한 사건이다. 자신을 지지해줄 이사들이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도록 해야 하는데, 지분을 늘려서 할 수도 있지만 기업이 너무 크면 한계점이 있다. 적은 지분만으로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도록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관건은 이사회가 자신을 지지하게 하는 것이다.
우호적인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는 역량은 지분을 이용해 우호적 이사를 선임하는 능력이 아니라, 후보들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유사시에 이사회에 속한 이사들은 사람마다 행동이 다르다. 이사들이 이사회에 선임되는 절차나 과정도 천차만별이다.
경영권 승계 외에도 경영권을 공고하게 하는 작업이 있다. 물론 이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진행되면 안 된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것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는 재벌 3세, 4세들이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여기서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차이를 생각해봐야 한다. 전문경영인은 경영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회적 자산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회같이 아직 사회적 네트워크 등이 기업 경영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에서는 사회적 자산의 의미가 크다. 전문경영인은 이런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회사 내부의 자원 배분 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구 기아자동차나 대우조선해양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경영권을 사회적 자산화 해버릴 경우 창업가와 기업가의 동력이 약화한다. 키워서 남에게 주려고 창업하는 사람은 없다. 대형 회사의 발달이 저해되고, 대형 회사가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용 창출원, 세원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미우나 고우나 대기업들이 가장 큰 고용을 담당하고 있고, 가장 많이 세금을 낸다. 경영권을 승계하거나,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작업 자체는 반사회적인 현상으로 보면 안 된다. 방법이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경우에만 비판받아야 한다.
전문경영인과 오너 경영이라는 소유와 경영의 방법에 대한 여론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오너들은 뒤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들이 회사 경영하는게 좋다'라고 한다.
다만 제도적으로만 본다면 소유와 경영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분리돼 있다. 상법 361조, 393조 제1항을 같이 보면 '회사는 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경영한다'고 돼 있다. 주주가 경영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주주의 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UCLA 베인 브리지 교수가 제기하는 이사회 경영의 표준 이념을 보면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수익자다. 비례적 이익만 취한다. 사법에서의 소유권 개념은 회사 차원에서 적용될 수 없다.
이사회가 특수한 기구로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계약에 직접체로서 기능한다. 이사회의 권능은 주주들뿐만 아니라 회사 안팎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계약의 총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또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주식회사 설립과 운영의 목표가 주주들의 이익을 배려한 것이라는 이념에 배치되지 않는다. 발표자는 이 이론을 지지한다. 즉, 대형 주식회사는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회사가 너무 크기 때문에, 10명 남짓한 이사들이 회사의 모든 측면에서 회사의 전반을 경영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는 최고 경영자들이 경영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사회가 약간의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해버리는 경향이 발생한다.
1970년대 버클리 대학의 아이젠버그 교수는 이사회를 경영진을 감시 감독하는 기구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소위 '감독형 이사회'다. 기업이 커질수록 '참여형 이사회'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게 사외이사다. 감독은 독립적인 사람들이 해야한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사외이사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회사의 외부인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건 이상하다. 다만 경영자의 감독이 중요하기 때문에 외부인을 회사에 초청해서 경영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다. 현재 독립성의 문제만 남게 됐고, 이사회 제도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정직하고 잘하는 경영자의 경우 감독할 게 별로 없다. 버크셔의 경우 1년에 이사회를 2~3번도 하지 않는다. 90세가 넘는 이사가 세 사람이 있고, 평균 연령이 79세다. 그럼에도 버크셔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
평소에는 경영진을 지원하는 곳이 이사회라면, 이상 징후가 있을 때 문제를 바로 잡는 게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거수기'라고 하는데, 정확한 비판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분리형 이사회'가 확산 중인 셈이다.
오너냐 전문경영인이냐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소모적인 논의다. 그러한 논쟁은 접고 이사회에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결국 독립성과 효율성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주주행동주의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
엘리엇이나 트라이언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전 세계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잠한 것 같이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여러 움직임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사람들을 투기자본 등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해왔다. 이제는 당당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기관 투자자들이 조용히 헤지펀드에 동조하면서다. 이제는 이들을 투기자본으로 낙인찍을 수 없다. 명망있는 기관투자자들이 같이 하기 때문에 굉장한 파워를 행사 중이다.
엘리엇 같은 경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자동차 케이스에서 직접 겪어봤지만, 비효율적 경영자는 자본시장에서 도태시켜야 생태계가 정화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방법이 무자비하다. 별명이 '저승사자'다.
이 사람들이 쓰는 방법은 위임장 대결, 이사 전원 교체. 적대적 M&A, 소송 등 다양한 전략이 있다. 그들이 제기하는 내용을 보면,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 사안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주주다. 주주들은 원래 경영 간섭 하지 않기로 돼있다. 이 사람들은 주주임에도 전문성과 자금력으로 회사에 대해 연구하고 회사에 제기한다. 관철되지 않으면 적대적 방법을 쓴다. 단골메뉴가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이사회 진출해서 경영판단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소유와 경영을 다시 결합하고 있다. 주주들도 직접 경영 판단에 참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행동주의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시작된 이사회 3.0 개념 때문이다.
행동주의 덕분에 이사회가 외부인이나 주주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행동주의 펀드 시각에서 자기 회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를 감안해서 경영 전략을 손질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펀드가 사실상 이사회에 들어와있는 셈이다.
우리 기업의 사외이사들도 이러한 경향을 감안해서 행동해야 한다. 이는 종내 이사회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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