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수조대 세금 투입 해법 "첫 단추부터 잘못"‘산은→한진칼→아시아나’ 구상, 금호만 한진으로 바뀌어
고설봉 기자공개 2020-11-17 07:41:14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6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의 아시아시아나항공 매각(M&A)의 종착역은 결국 한진그룹이 될까.16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산경장)에서 그 결론이 났다. 당국에서는 산은의 계획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부정적 평가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특히 세금으로 급한불만 끈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산은의 계획대로 이번 딜(Deal)이 마무리되면 어떤 형태로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 지붕 아래 놓인다. 산은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연내 매각을 성공시키는 동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한 울타리에 집어넣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번 딜의 유력한 구조는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고,이 자금을 기초로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인수하는 것이다. 나아가 두 대형항공사(FSC)의 합병도 노려볼 수 있다.
동시에 다른 방식의 M&A도 거론된다. 양사의 정비(MRO) 조직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든다거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M&A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내부 여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방식이던 핵심은 산은이 한진칼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형태로 딜을 진행하는 방향이다.
문제는 이 경우 인수자금의 출처가 민간 기업이 아닌 산은이란 점에서 잡음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산은이 국민 세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주주를 금호산업에서 한진칼로 바꾸는 것에 불과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칼 주주로 산은이 참여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산은의 피투자회사로 남는 구조가 된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M&A에 실패한 뒤 항공업 구조조정 전반이 위협받자 아시아나항공을 우회적으로 인수해 국민 세금으로 연명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민간 기업을 끌어들인 제대로 된 M&A이자 구조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딜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아시아나항공 딜은 이제 산은 자금으로 국적 FSC 2곳을 한 지붕 아래 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언뜻 보면 항공업 구조조정과 아시아나항공 M&A를 한번에 완성시키는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위기에 처한 FSC 2곳을 산은이 국민 세금으로 품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산은이 이번 딜 파트너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삼았다는 점을 두고서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M&A와 항공업 구조조정이란 명분을 앞세워 조 회장과 손을 잡으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KCGI 주주연합'과 3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한진칼의 지분율을 보면 주주연합이 46.71%, 조원태 회장 측이 41.4%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M&A 자금 지원을 이유로 한진칼 주주로 나서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이 주주연합을 넘어설 전망이다. 산은이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한진칼 주주가 되면 보유할 수 있는 최소 지분율은 6% 안팎이다.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자금은 최소 약 3000억원으로 산은이 한진칼에 출자할 최소 자금이 결국 이 정도 수준이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산은의 한진칼 지분율은 향후 더욱 불릴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영속성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이 상당 수준이기 때문이다.
과거 M&A 절차 진행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최소 4조원 안팎으로 거론돼 왔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였다가 거래를 파기했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최소 2조원 넘는 자금(뉴머니)을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지원해 조기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손실을 메우는 것도 벅찬 상황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진칼로 인수되는 구조를 그리고 당장 자금을 집어넣더라도 추가적인 자금이 지속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산은은 약 2조4000억원대 자금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형태로 아시아나항공에 이미 지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각종 부채(차입금 및 금융리스)를 상환하고 재무구조를 안정화 하기 위해서는 증자를 통한 추가 자본금 납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선 관계자는 “한진칼에 자금이 투입되고 나면 산은은 두 FSC를 대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될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파트너인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지 못하면 당초 산은의 계획도 힘을 잃을 것”이라며 “결국 조 회장과 KCGI 등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 산은이 백기사로 나서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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