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푸르덴셜 PMI 진통]비용절감 허리띠 조여와도…LP 조직 '진퇴양난'②국제컨벤션 취소, 수수료 개편…인센티브 포기하고 이동 어려워
이은솔 기자공개 2020-12-11 07:53:44
[편집자주]
푸르덴셜생명보험이 KB금융에 인수된지 3개월이 지났다. 푸르덴셜 M&A 밸류 측정의 핵심은 고효율 엘리트 설계사 조직인 라이프플래너(LP·Life Planner)였다. 인수후통합(PMI) 역시 LP 조직의 안착이 관건이다. 새로 출범한 경영진의 소통 방식에 대한 푸르덴셜 LP 조직의 문제제기가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났다. 푸르덴셜 PMI가 진통을 겪는 이유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보험 경영진과 라이프플래너(LP·Life Planner) 갈등의 이면에는 비용절감의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진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업무효율화를 단행하기 마련이다.업무 환경이 악화되며 LP들의 불만이 쌓였지만 현실적으로 대응은 쉽지 않다. 이미 고객과 쌓아온 신뢰관계가 있어 회사를 떠나기 어렵고, 퇴직 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롱텀인센티브(LTI)도 포기해야 한다. 회사 측에서 필드협의회에 다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 또한 이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영업조직은 내년 7월로 예정됐던 국제 컨벤션 행사의 취소를 통보받았다.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하는 대신 보상을 지급했다. 내년도 행사 취소에 대해서는 대체할 보상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었다.
푸르덴셜생명은 매년 4월과 7월 한국 사장배 행사인 PTC와 국제 행사인 PIIC를 통해 전년도 실적을 시상한다. LP뿐 아니라 가족까지 수천 명을 캘리포니아, 싱가포르 등 해외 휴양지로 초청하는 대규모 행사다. KB금융 인수 이후 가장 먼저 국제 컨벤션이 취소되자 영업조직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실적에 대한 보상 기회가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 LP는 "컨벤션은 LP들이 좋은 실적을 내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는 중요한 행사"라며 "설명도 없이 취소가 통보돼 올해 열심히 실적을 낸 사람들은 허탈해졌다"고 말했다.
수수료 체제 변경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있었다. 지난달 푸르덴셜생명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초년도 수수료 제한을 반영한 수수료 체제를 공지했다. 이전에는 계약이 12개월만 유지돼도 1년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 이후에는 13개월이 유지돼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LP들에게 이전보다 불리해졌다는 게 문제였다. 필드협의회가 사내게시판을 통해 변경된 수수료 체제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고, 푸르덴셜 측은 설명회를 연 뒤 오렌지라이프, 메트라이프 등 타사의 체제 개편을 보고 참고해 추후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초년도 수수료 제한은 푸르덴셜 뿐 아니라 전업권의 공통된 사항"이라며 "다른 회사에 비해 수수료 체제 개편을 빨리 공지한 것은 LP조직의 제도 적응을 돕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모션도 축소됐다. 보험사는 주기적으로 프로모션 비용을 풀어 상품 판매를 촉진하고 영업 조직의 사기를 북돋는다. 푸르덴셜은 1, 3분기 정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이외 일시적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일시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이를 따로 하지 않았다.
푸르덴셜 내부에서는 컨벤션 취소부터 수수료 체제 개편, 프로모션 축소와 같은 일련의 결정을 비용절감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푸르덴셜 출신인 민기식 대표이사가 KB금융 체제의 첫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효율화를 통해 성과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푸르덴셜이 1월부터 '리모델링 영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리모델링 영업은 고객들의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자사 보험을 들도록 권유하는 것으로 프리미엄 영업을 지향하는 푸르덴셜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그럼에도 푸르덴셜 영업조직은 이탈률이 타사에 비해 매우 낮다. 기본적으로 회사와 고객에 대한 로열티가 있어 쉽게 그만두지 않는 게 가장 크지만, 여기에 더해 LTI 제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TI는 2003년 선임된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 사장이 만든 일종의 퇴직금 제도다. 개인사업자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설계사 직종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보장성보험 판매 실적에 연동해 인센티브가 적립되는데 실적 상위 LP의 경우 예상 수령액이 10억원을 상회한다. LTI 지급을 위해 푸르덴셜 측에서 적립한 금액은 460억원에 달한다.
20년 근속한 55세 이상 LP만 수령할 수 있지만 장기 근속 비중이 높은 푸르덴셜의 특성상 전체 LP의 절반은 LTI 제도의 영향권에 있다. 만약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하고 타사나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 옮길 경우 LTI는 포기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푸르덴셜생명 경영진이 필드협의회 측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회사에 불만이 있더라도 LP들이 수억 원의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회사를 나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LP들 역시 회사가 이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강경하게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LP는 "비용절감과 실적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려운 시기에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나가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를 잘 아는 회사가 LTI를 약점으로 삼고 영업조직을 냉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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