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이동걸 회장 약속한 오너 감시체제 '실효성 있다'경영권 박탈 가능토록 투자계약서 설계, 조원태 주식 담보 등 통해 힘 확보
고설봉 기자공개 2020-12-07 08:05:5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13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빅딜이 큰 산을 넘었다. 산은은 2일 한진칼이 실행한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했다. 이로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정작 시장과 항공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번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약속한 한진그룹 경영감시 체제를 놓고 여전히 그 실효성에 의문이 큰 상황이다. 그동안 숱한 문제를 야기했던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이 회장과 산은이 얼마나 컨트롤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하지만 산은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칼이 맺은 투자합의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구속력은 실질적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계약 관계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향후 산은의 한진그룹 경영감시 체제의 실효성이 분명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과 조 회장 일가, 어떤 계약 맺었나
산은은 이번 한진칼 유상증자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와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산은이 직접 한진칼 및 조 회장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26일 한진그룹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조 회장은 약 1700억원 가치로 평가되는 한진칼 지분을 본건계약 이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했다”며 “산은은 경영성과평가를 통해 담보주식 처분 및 경영일선 후퇴 등 안전장치 걸었다”고 밝혔다.
안전장치는 산은과 조 회장, 한진칼은 앞서 11월 17일 체결한 투자합의서다. 산은은 우선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근질권설정계약 및 주식처분위임계약 등을 체결했다.
근질권은 채무자가 불확정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이를 갚지 못 했을 때 채권자가 담보로 설정된 동산을 처분해 우선 변제할 수 있는 권리다. 위 계약의 경우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근질권설정계약을 맺었다. 향후 계약 파기 사유가 발생할 경우 산은이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는 뜻이다.
주식처분위임계약은 말 그대로 주식을 처분하는데 있어 위임권을 획득했다는 말이다. 향후 조 회장의 경영평가 결과 경영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되거나, 건전경영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 산은이 임의로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조항이다.
근질권설정 및 주식처분위임 계약은 투자합의서에서 정한 위약벌 및 손해배상채무를 담보하기 위해서 체결했다. 산은은 투자합의서가 정한 위약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처분위임계약에 따라 주식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하거나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리(drag-along right)를 가진다.
아울러 산은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빅딜 과정에서 8000억원대 자금을 한진칼에 투입하는 조건으로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설정했다. 이 담보는 8000억원이란 투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기능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산은이 투자계약을 맺은 이유는 위기 상황 시 투자금 회수란 단순 목적보다는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위치를 확실히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투자계약 자체가 한진칼 및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및 항공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올바로 행사할 수 있도록 산은이 컨트롤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 오너일가 경영권 교체 가능한 실질적 힘 확보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산은은 이번 투자합의에 따라 조 회장에 대해 어떠한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성과 및 능력에 불만이 있을 경우 언제든 조 회장의 반대편에 설수 있다는 점을 '명문화' 했다.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에 반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러한 안전장치는 실제 경영투명성 강화 및 경영감시 체제를 지탱하는 데 큰 효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현재 KCGI 등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산은이 3자 연합 쪽 손을 들어주면 조 회장의 경영권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또 경영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투자합의서에 따라 조 회장은 산은이 추천한 인사를 한진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갖게 되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됐다.
일각에선 이 고문과 조 전무는 공동보유만을 약정했을 뿐 지분을 담보로 걸지는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번 투자합의서에는 오너일가간 분쟁의 씨앗을 잠정적으로 봉쇄하는 조항이 있었다.
투자합의서의 효력이 발생한 시점에 조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또 개인적으로 주식을 마음대로 팔 수도 없다. 투자합의서에 따라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 주식 처분 시 산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투자합의서에 적시된 의무는 한진칼이 신주를 발행한 지난 2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산은은 신주를 확보해 한진칼 주식 706만2146주를 신규 취득했다. 투자합의서와 신주 인수에 따라 산은과 조 회장 일가는 이미 한 배를 탄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투자합의서가 꼼꼼하게 작성됐고, 조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산은에 담보로 맡긴 만큼 경영감시 체제가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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