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재무 점검]범양건영, 실적 감소 속 차입금으로 '유동성' 확보모듈러 건축 투자금 마련 목적 관측…플라스코앤비 인수 후 실적 상승세 뚜렷
이정완 기자공개 2020-12-21 13:41:19
[편집자주]
중견 건설사의 주요 텃밭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이다. 정부규제가 심해질수록 주택사업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신규수주 확보가 힘든 환경에서 대형사까지 군침을 흘린 탓에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중견건설사가 이제는 침체기에 도래한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힘든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중견 건설사의 현주소와 재무적 위기 대응 상황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7일 16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범양건영이 건설외형 위축에도 현금 보유고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모듈러 건축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범양건영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주택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범양건영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1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현금 보유고다. 지난해 말 86억원대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3분기 사이에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범양건영의 현금 보유고 증가는 재무활동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25억원 대비 증가하기는 했지만 현금 증가의 원인으로 꼽기는 어렵다. 특히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1204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매출이 지난 해 같은 기간 2099억원과 비교해 4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9억원으로 전년 동기 97억원보다 28% 감소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기 어려웠지만 단기차입금 증가를 통해 현금을 늘렸다. 올들어 회사의 재무활동현금흐름 중 단기차입금 증가액이 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50억원 대비 약 8배 늘었다.
단기차입금 증가로 인해 전체적인 차입금도 덩달아 늘었다.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은 467억원으로 지난해 말 271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증가 덕에 순차입금은 올해 9월 말 기준 156억원으로 지난해 말 185억원 대비 오히려 줄었다.
차입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07%로 지난해 말 97%보다 10%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범양건영의 차입금 증가는 운영자금에 활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범양건영은 지난해 설립한 모듈러 건축 자회사 범양플로이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며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범양플로이는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112억원을 투자해 충북 보은군에 모듈러 공장을 지었다. 모듈러 공장은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연간 500~1000가구를 생산할 계획이다.
범양플로이는 모듈러 건축 사업 확대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친환경 건축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정부가 선정한 7대 스마트 건설 기술 중 하나이기에 미래 성장성에 대한 전망이 우수하다는 게 회사의 관측이다.
범양건영이 기존 강점을 지니고 있던 주택 개발 역량에 모듈러 건축을 접목시킨다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민간 분야에서 자율주택, 가로주택 등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등 최근 부동산 흐름에 따른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범양건영은 1958년 설립돼 시공능력평가 50위권에 들 만큼 중견 건설사로서 입지를 다져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부동산 시행사인 플라스코앤비가 2013년 법정관리 중이던 범양건영을 인수했다.
플라스코앤비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강병주 대표는 범양건영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플라스코앤비 지분 77.78%를 보유하고 있는 강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대 들어 건설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범양건영은 플라스코앤비 인수 후 주택 사업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다져왔다. 2017년 한때 매출 비중이 건축 49%, 토목 46%를 기록하며 절반 가량을 나눠가진 적도 있지만 올해 3분기까지는 전체 매출 중 80%를 건축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건축 사업 중 특히 주택 사업은 매출원가가 상대적으로 토목 사업보다 적게 들어 대형 건설사도 집중하는 사업 영역이다.
이 덕에 올해 외부 환경 여파로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상승할 수 있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도 매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범양건영은 올해도 주택 사업에서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7월에는 계약액 984억원 규모 광주광역시 중외공원 아파트 신축공사를 수주했고 바로 다음 달인 8월에는 계약액 941억원의 경북 구미 송정동 범양레우스 아파트 신축공사를 따냈다. 올해 수주한 두 개의 대형 아파트 신축공사 수주가 향후 2~3년간 범양건영의 실적을 도맡을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Red & Blue]'자금 확충' 와이씨켐, 유리기판 핵심소재 양산 확정
- 최재원 SK수석부회장, SKT 미등기 임원 맡았다
- [i-point]한컴-삼성SDS,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수주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고려아연 '제련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될까
- [i-point]케이퓨처테크, 호텔페어서 AI 로봇 2종 선봬
- [Earnings & Consensus]신작 '보릿고개'인데도…펄어비스, 4년 만에 역성장 극복
- [Company Watch]안랩, 잘 나간 모기업 발목 잡은 자회사
- [퍼포먼스&스톡]'주가 전망 맑음' SM엔터, 자회사 리스크 끝났다
- KT, AI 설계 문턱 낮추기 매진 '사내 AX 가속'
- [VC 투자기업]야놀자 '놀 유니버스', FI 소송 총대 '눈치싸움' 치열
이정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 유동화 조달전략]LG엔솔, 9000억 카드 결제 미뤘다
- [하우스 분석]신한증권, ETF LP 운용손실 불구 순익 증가 '눈길'
- 증시 활성화 토론회서 언급된 LG엔솔 '트라우마'
- [CFO 워치]장정훈 신한증권 부사장, 공모채로 차입 '장기화' 지속
- [Deal Story]유암코, NPL 성장세 '세일즈' 통했다
- '바이오' 발굴 신한증권, 노벨티노빌리티 IPO 본격화
- 모회사 챙기는 유암코, 대규모 인수단 이어간다
- 23년만에 적자 현대건설, 차환 대신 IR에 집중
- '거꾸로' 가는 한국물 발행사
- [CFO 워치]DB금투 장현일 상무 PIB 실탄 마련 '박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