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동화 조달전략]LG엔솔, 9000억 카드 결제 미뤘다작년말 전례없던 카드대금채권 유동화 돌입
이정완 기자공개 2025-02-12 08:21:12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0일 15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말부터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통해 단기 자금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이 LG에너지솔루션보다 먼저 결제대금을 치른 카드값만 9000억원에 달한다.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차전지 수요 부진으로 인해 4분기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니 보유 현금도 1년 사이 1조원 가량 줄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단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선 '적자' 처한 디스플레이가 주로 활용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PC인 엘케이알파제일차는 지난달 말 신한카드와 맺은 카드대금채권 참가계약에 따라 신한카드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보유한 구매전용카드대금채권 2088억원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유동화 만기는 오는 4월 도래한다.
엘케이알파제일차가 LG에너지솔루션 카드대금채권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동일한 구조로 2138억원 규모 유동화증권 발행을 시작한 뒤 같은 달 말 2295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재차 찍었다. 만기는 각 2월 말, 3월 중순으로 나눠져 있다.
다른 SPC가 LG에너지솔루션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 에이치아이알파제일차는 현대카드가 보유한 카드대금채권을 바탕으로 886억원을 유동화했고 비슷한 시기 비케이프로제오차도 현대카드의 LG에너지솔루션 대상 카드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1319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유동화 만기는 모두 4월이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세 개의 SPC를 통해 유동화한 카드대금채권 규모가 8726억원에 달한다. 총 9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활용한다고 해서 LG에너지솔루션에 직접 현금이 유입되는 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하면 카드회사는 구매대금에 대한 채권을 갖는다. SPC가 LG에너지솔루션에 앞서 카드값을 대납하는 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분명하다. 유동화를 통해 결제일을 미루는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쌓인 유동화증권 규모를 감안하면 발행 시점부터 3개월 동안 9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하는 것과 유사하다. SPC가 카드회사에 먼저 대금을 치르니 부채비율도 오르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동화 만기에 카드이용대금과 수수료를 함께 납부하면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선택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LG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적자가 지속된 LG디스플레이 정도만 이를 재무 전략으로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다 보니 단기 유동성 숨통을 트이기 위해 유동화를 활용하는 셈이다.
◇공모채 발행과 달리 '중형급' 증권사와 파트너십
LG에너지솔루션의 유동화증권 발행은 기존 시장성 조달 때와는 다른 IB 파트너십을 보인다. 가장 많은 물량을 책임진 엘케이알파제일차 유동화는 키움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키움증권은 에이치아이알파제일차의 유동화 주관도 담당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023년부터 시작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채 발행에서 대표 주관 업무에 참여한 이력이 없다. 지난해까지는 인수회사로도 포함되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공모채 발행에선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말 유동화 주관을 통해 인연을 확대한 것으로 관측된다.
비케이프로제오차는 부국증권이 유동화 주관을 책임졌다. 초대형 IB와 다르게 중소형 증권사는 대기업 계열사와 접점을 찾기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는 IB 입장에서 수수료율이 높은 사업은 아니다"라며 "대기업 커버리지를 확대하기 위해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평했다.
관심은 대규모 공모채 발행 이후 유동화를 이어갈지 여부에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일 8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모집액의 4배를 상회하는 3조74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는데 아직까지 증액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최대 1조6000억원까지 발행이 가능하다.
조 단위 공모채 조달을 하더라도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지속되는 만큼 단기 자금 유출을 최대한 미루고자 할 것이란 게 IB업계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작년 4분기 2260억원 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연간으로 575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90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이 탓에 2023년 말 5조689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3조8990억원으로 1조원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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