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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에 '허 찔린' 금융당국, ARS 3개월 '묘수' 낼까 투자자 유치 '관망' 외에 뚜렷한 대책 없어…실제 회생절차 돌입 '부담감'

김경태 기자공개 2020-12-24 13:42:5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3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의 회생절차 신청은 금융당국과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양측의 소통 부재를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협력사 지원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향후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Program)이 진행되는 3개월 동안 취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22일 "회생 신청을 두고 쌍용차가 사전 협의를 하진 않았다"면서도 "쌍용차의 투자자 유치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의 채권·채무가 동결되면서 당장 협력사들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이사회를 열고 내부적으로 회생절차 신청 사안을 논의한 뒤 21일 전격 실행했다. 최대주주인 마힌드라(Mahindra&Mahindra)측은 사전에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화상으로 이사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쌍용차 이사회 구성원이다.

반면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금융위원회 등과는 사전 교감 없이 진행됐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뒤에야 금융당국과 쌍용차 간에 문답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은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 소식이 알려진 뒤 별다른 입장 자료를 내지 않았고 금융위원회에서 간단한 참고자료를 냈다.

이는 올 들어 쌍용차와 금융당국이 평행선을 달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마힌드라가 추가 자금 지원을 철회하고 새 투자자를 찾겠다고 선언한 뒤 산은은 쌍용차에 자금 투입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돈만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며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각오를 요청하기도 했다.

산은은 쌍용차 채권자 중 단일 금융기관으로는 최대 채권금액을 갖고 있다. 올 3분기말 기준 900억원의 차입금 외에 1000억원 장기차입금도 있다. 회생절차 신청이 발표된 21일은 쌍용차가 산은에 빌린 차입금 900억원의 만기일이었다.

채권 회수를 위해 채무 기업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했지만 긴급한 상황 변화에 대해 신속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셈이다. 내부적으로 만기 연장에 대한 검토를 하고 발표를 저울질하던 중차대한 시점에 쌍용차의 '강수'에 허를 찔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통상적 회생절차와 달리 ARS를 신청하면서 금융당국은 3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다. 쌍용차가 통상적인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면 금융당국도 적잖은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속 고용유지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는데 쌍용차의 경우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5만여명의 고용 문제가 달려 파급력을 무시하기 어렵다기 때문이다.

ARS를 신청하면서 당장 문제가 발생할 협력사에 대한 지원책을 공표하는 수준에서 일단락할 수 있었다. ARS는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법원의 보전처분결정 및 포괄적 금지명령 등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이 중단된다.

하지만 향후 3개월간 금융당국이 취할 뽀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쌍용차는 앞으로 HAAH 등 새로운 투자자 후보들과 투자 논의를 이어간다고 했다. 산은은 그간 신규 투자자를 구해오라고 강조한 만큼 3개월간 쌍용차의 행보를 한발 물러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쌍용차가 실제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경우도 부담이 있다. 산은은 쌍용차가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영이 악화됐다는 점을 들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또 임직원의 책임있는 고통분담 등이 부족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의도와 원칙과는 별개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협력사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원과 협력업체 지원반 등을 통해 힘을 보태고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쌍용차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협력사에 대한 지원도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른 완성차와 거래가 없는 쌍용차 전속 협력사들은 당장 생존이 불투명하다.

앞선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전속 협력사들이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작업을 돕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각 완성차들은 오랜 기간 거래한 협력사를 보유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쌍용차 전속 협력사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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