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LG]단출한 위원회, '정밀도' 위해 위원회 추가할까⑤의무 대상인 감사위·사추위만 운영...보상·ESG 관련 위원회 설치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1-02-05 13:23:3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 이사회에서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사회 아래 위원회가 단 2개밖에 없다는 점이다. ㈜LG 이사회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만 운영하고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회와 사추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의무인 2개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아무 위원회도 두지 않은 셈이다.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할 때 이사회에 어떤 위원회를 뒀는지 여부는 중요한 평가요소 가운데 하나다. 회사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와 사추위 모두, 법적 요건 충족
감사위원회는 회사의 회계 관련 업무를 감사하는 역할을 한다. ㈜LG 감사위원회는 한종수 사외이사, 이장규 사외이사, 김상헌 사외이사 등 사외이사 3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상법상 요건인 3명의 이사로 구성됐을 뿐만 아니라 전체를 사외이사로 채우며 기준 요건을 추가로 충족했다. 상법상으로는 3분의2만 사외이사로 구성하면 된다.
㈜LG가 출범한 이후 감사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왔다. 그만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감사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으면 독립성 측면에서 평정기관의 높은 점수를 받는다.
1명 이상의 재무·회계 전문가를 둬야한다는 상법 규정도 충족하고 있다.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종수 이사는 회계사 출신이다. 미국 뉴저지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IC) 위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회계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1~3분기 모두 4차례의 감사위원회가 열렸으며 감사위원의 출석률은 모두 100%였다.
사추위는 사내이사 1명(권영수 ㈜LG 부회장)과 사외이사 2명(이장규 이사, 조성욱 이사)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역시 상법상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심플한’ 위원회 구성
㈜LG의 ‘심플한’ 이사회 구성은 LG그룹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계열사들도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적게 두고 있다.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는 이사회에 3개 위원회(감사위원회, 사추위, 경영위원회)만 두고 있다. LG생활건강은 ㈜LG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의무인 감사위원회와 사추위만 운영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의무 2개에 재무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해 모두 3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사회에 위원회를 많이 설치하느냐, 적게 설치하느냐에 따른 장단점은 명확하다. 위원회를 여러 개 두면 이사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경영위원회 설치 목적에 대해 ‘일상적인 경영사항을 위임해 사업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이사회의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영위원회는 각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인사, 지점의 설치나 이전 혹은 폐지, 차입 및 회사채의 발행, 담보 제공이나 보증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해당 사안을 놓고 위원들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논의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위원회를 적게 두면 그만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독립성과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LG, 사회적 추세 맞춰 추가 위원회 설치할까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은 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LG 이사회 역시 위원회를 추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다른 지주사들을 어떨까. 우선 ㈜GS는 ㈜LG와 위원회 구성이 같다. GS그룹 자체가 LG그룹에서 독립해 만들어진 만큼 위원회 구성 역시 LG그룹을 참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S는 기본 2개 위원회 외에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있다. 내부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에 대한 사전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롯데지주는 기본 2개 위원회에 추가로 투명경영위원회, 집행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5개의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보상위원회(보수위원회)는 이사 보상에 대한 원칙과 체계를 세우는 역할을 한다.
2018년 기준 코스피 기업 가운데 보상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의 비중은 7.3%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보상위원회를 통해 보수 책정의 객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기업 가치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J㈜는 이사회에 감사위원회, 사추위,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4개의 위원회를 설치했다.
몇 년 사이 ESG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ESG경영이 기업들 사이에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사회에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지주의 투명경영위원회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SK㈜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장용석 사외이사가 거버넌스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먼저 자리잡은 금융권에는 아예 ESG위원회까지 등장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LG 관계자는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공정한 의사결정을 위한 이사회 구성을 갖추고 있다"며 "추후 이사회에 ESG 관련 조직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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