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S·SK이노 배터리 분쟁]막내린 세기의 소송, 핵심인물 엇갈린 희비대규모 인적·물적 공세 눈길...거센 후폭풍 예상
조은아 기자공개 2021-02-11 14:47:06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1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소송전이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해가 두 번이나 바뀔 정도로 길었던 시간만큼이나 대규모 인적 물적 물량 공세가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전이 두 그룹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던 만큼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LG화학이 먼저 시작한 싸움이라 승소 가능성도 높았지만 패소에 따른 위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LG화학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세로 총력전을 펼쳐왔다.
LG화학의 의지는 선임된 로펌만 봐도 알 수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로펌을 무려 3곳이나 뒀다. 2019년 4월 소송을 시작하며 덴튼스를 공식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으나 이어 레이섬앤드왓킨스를 추가 선임했다. 얼마 뒤에는 피쉬앤드리차드슨까지 선임하는 등 소송 개시 이후 5개월 동안 모두 세 곳의 글로벌 로펌을 선임했다.
장외전도 마찬가지다. 미국 로비스트들의 활동을 고지하는 사이트에 따르면 LG화학은 2019년 1명의 로비스트와 계약을 한 뒤 2020년에는 22명까지 그 인원을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앤드벌링에게 소송전을 맡겼다. 매출 기준 글로벌 30~40위권 로펌이다. 특히 한국 관련 업무로는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인허가 업무 등에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 관련 분쟁에서 법률대리인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두 회사가 2019년 4월 이후 2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장기간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투입된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다. 4000억~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자존심 대결도 관심이었다.
이번 소송전 결과는 신학철 부회장과 김준 사장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 소송전을 넘어 두 회사, 나아가 두 그룹의 자존심 대결로도 치달았던 만큼 승자는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계기를 확실하게 마련하는 반면 패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 부회장은 이번 소송에서 용단을 내린 인물로 전해진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소송전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자 소송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LG그룹의 기업문화를 볼 때 국내 기업끼리 갈등을 드러내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싸움에서 총대를 매온 김준 사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당한 데다 조기 패소 결정까지 받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유리한 입장에 서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공식석상에서 과감한 발언도 쏟아내며 전면에 서왔다.
소송전을 이끈 내부 실무진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LG화학에서는 확실한 보상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이 조기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지난해 LG화학에서 관련 임원들 상당수가 승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에서 이번 소송은 법무실과 특허센터가 함께 맡아 진행했다. LG화학은 2019년 말 한웅재 전 대구지검 경주지청장을 법무실장(전무)으로 임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면서 한 전무도 함께 이동했다. 그는 2016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했고 2017년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주임 검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며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소송전이 시작된 뒤 2019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지식재산권(IP) 전략실을 만들었다. 기존 IP전략팀을 'IP전략실'로 확대 개편했고 그 밑에 IP개발팀과 IP라이센스팀을 두는 식으로 조직을 바꿨다.
IP전략실의 수장은 이성희 실장이다. 이 실장은 한때 법무실을 이끌던 인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처음엔 법무실, 다음에는 IP전략실로 소송전 대응주체를 바꿨는데 이 실장이 계속 수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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