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바이오로그디바이스 매각 시발점 '해성옵틱스 어닝쇼크'①자금조달 지연·400억 적자 '악재'…최대주주, 독자 생존 위해 경영권 처분
박창현 기자공개 2021-03-17 07:38:27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메라 모듈 부품 업체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이하 BLD)의 경영권이 갑작스레 변경됐다. 최대주주 이재선 BLD 대표이사가 경영권 지분 전량을 제3자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모기업 해성옵틱스의 경영 악화가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자금 압박이 거세지자 최대주주가 BLD를 팔아 급전을 마련한 형국이다.BLD는 최근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다. 오랜 기간 경영 운전대를 잡아온 이재선 대표이사는 경영권 지분 690만여주(23.92%)를 모두 부동산 전문업체 '금성축산진흥'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주당 매각가는 2617원, 거래 대금은 180억원 수준이다.
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26일에 이미 양수도 대금의 60%인 120억원을 계약금으로 주고받았다. 이달 25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일에 잔금 60억원을 치룬 예정이다.
시장의 이목은 '매각 배경'에 쏠렸다. 이 대표는 이을성 해성옵틱스 회장의 아들로, 적통 후계자다. 후계 승계가 마무리되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해성옵틱스와 BLD를 모두 거느리고 있다. 양 사는 카메라 모듈 사업을 함께 영위하면서 수직계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BLD가 모바일용 카메라에 탑재되는 AF/OIS FPCB 제품을 해성옵틱스 측에 납품하는 구도다. 2019년 기준으로 연간 거래액만 5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밸류체인만 놓고 보면 이 대표가 BLD를 팔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모기업의 급격한 실적 악화가 변수로 작용했다. 모기업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7월부터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자금 조달을 시도했다. 당시 유상증자로 150억원, 전환사채(CB) 발행으로 200억원을 모은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자자로 ㈜엑소비아와 필립컨설팅도 낙점해뒀다.
그러나 그즈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거래가 지연되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 휴대폰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자 해성옵틱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매출 2122억원에 그쳤다. 전년도와 비교해 거의 40%가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404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그 여파로 자본총액은 608억원에서 167억원으로 급감했다.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빨간불이 켜졌다. 2019년 206%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어닝 쇼크 여파로 대규모 적자가 쌓이고 자본총액이 줄자 지난해 말 600%까지 치솟았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되면서 자금 조달 거래 또한 난항을 거듭했다. 결국 이 대표는 올해 초 전격적으로 BLD 지분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20억원도 받았다.
이 대표는 이 자금을 그대로 해성옵틱스에 쏟아부었다.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CB는 발행을 취소했고, 유증은 본인이 직접 책임지기로 했다. 계약금을 받은 지난달 26일에 곧바로 유증 정정 공시를 통해 투자 사실을 알렸다. 출자금은 BLD 매각 계약금과 동일한 120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BLD를 팔아 해성옵틱스에 들어갈 급전을 마련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현재 해성옵틱스와 BLD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BLD 경영권을 내놓은 만큼 이번 정기 주총 때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가 예상된다. 구체적인 주총 안건이 올라오면 새주인 측의 사업 방향과 전략 등을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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