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S·SK이노 배터리 분쟁]합의부터 사업철수까지…향후 시나리오 '경우의 수'전례 없었던 美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관건'
박기수 기자공개 2021-03-17 14:47:0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14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 후 합의금 규모를 놓고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서도 LGES측이 무리한 합의금을 제안했을 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향후 양 사의 행보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업계 관심사다.SK에서 스스로 '배터리 사업 철수 가능성'이라는 강도 높은 방안까지 거론된 가운데 향후 양사 분쟁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더벨이 짚어봤다.
◇바이든 대통령, 사상 첫 거부권 행사하면?
현재 관건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Veto)권'이다. 미국 대통령은 ITC의 최종 결정 이후 60일 내에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가 가장 바라고 있는 시나리오다.
최근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ITC의 결정을 번복해달라는 요청을 되풀이했다고 전해진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공 이익과 바이든 정부의 경제·환경 목표를 위협하는 ITC의 결정을 거부해주길 요청한다"라면서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공공 이익과 미국 소비자들에 해가 되는 ITC 판결에 (거부권과) 비슷한 결정을 내린 선례가 있다"고 서한을 올렸다.

실제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삼성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 ITC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바 있다. 다만 이 ITC 소송은 LGES와 SK이노베이션 간의 소송 내용인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소송이 아닌 '특허 침해'와 관련한 소송이었다는 점이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ITC 판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가 될 경우 SK이노베이션 측은 전세 역전 수준의 큰 힘을 얻을 전망이다. ITC의 결정을 뒤집고 미국내 수입이 허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LGES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추후 사업 전개에서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현실화할 경우 SK가 가장 기대를 걸어볼 만 한 점은 합의금 규모 축소다. 재계 관계자는 "공공이익 저해라는 큰 명분을 얻은 SK이노베이션은 큰 협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SK측은 1조원 미만, LGES는 3조원, 많게는 6조~9조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거부권 행사 못하도록 명분 쌓은 LG
LGES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공공이익 저해 논란을 대비하기 위한 명분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우선 ITC의 최종 판결문에서 공공이익 저해를 방지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계약을 맺은 포드와 폭스바겐사에 일정 유예 기간을 뒀다는 점을 내세운다. ITC는 "포드의 EV F-150 생산과 폭스바겐 아메리카의 MEB 라인 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을 위해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 기간을 둔다"고 최종 판결문에 적시했다.

또한 최근 LGES는 미국 내 5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LGES는 이 투자로 1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이 주장하는 '공공이익 저해'에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논리와 계획을 세운 셈이다.
조지아주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계획을 내비쳤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이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LGES가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이면서다. LGES 측은 "조지아주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거부권 미행사시 협상력 잃는 SK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합의하느냐 마느냐의 두 갈래길로 나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반려된 상황이기 때문에 LGES 측이 요구하는 협상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크다.
거부권 행사 뒤에도 양 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배상금 관련 사안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이 이뤄질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기간은 1년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연방법원의 배상 판결이 적어도 5~6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과거 수주 금액과 미래 현금창출력 등 잠재적 사업 가치에 근거해 추산한 결과다.
최근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사진)이 언급한 '배터리 사업 철수'라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거부권 반려 후 합의 여부 단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는 이 시나리오 역시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는 게 주주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설령 실제 배터리 사업을 전면 철수해도 LGES와의 배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나 현재 완성차 업체들과 맺어진 계약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을 포기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본다"라면서 "LGES와의 합의금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양 사 합의시 수입금지는 '없던 일'…LG의 '상생 리스크'?
어느 시점에서든 양 사 합의가 이뤄지면 ITC가 내렸던 10년 간 배터리 관련 물품 수입 금지 조치 등은 없던 일이 된다. SK의 수입금지 조치로 배터리 고객사를 새로 알아봐야 하는 포드와 폭스바겐 역시 SK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조지아주 내 일자리 문제 역시 논란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LGES가 바라던 시나리오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LGES는 ITC 소송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상생이 기본 경영원칙"이라고 밝혀왔던 바 있다.
다만 업계는 LGES가 요구하는 협상안을 SK이노베이션이 받아들일 경우 배터리 사업은 물론 전사에 큰 재무적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 '코리아 어벤저스' 등 국내 배터리 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는 쪽에서는 LGES가 주장하는 배상금 규모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라면서 "LGES가 주장하는 상생과는 거리가 먼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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