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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코로나19 명암]결손금 털어낸 SBI, 일본지주 배당 나설까⑤7년만에 재원 첫 마련, SBI홀딩스 투자금 회수 여부 주목

고설봉 기자공개 2021-04-23 07:42:02

[편집자주]

저축은행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 늪에 빠진 곳이 있는가 하면 늘어난 유동성과 대출수요 흐름에 올라탄 곳도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불러 일으켜 저축은행 업계를 양극으로 나누는 분수령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완연히 달라진 저축은행의 상황을 각 하우스별로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BI저축은행이 2013년 재출범 이후 처음으로 배당 재원 마련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규모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동안 누적됐던 결손금을 완전히 털어냈다. 이로써 단일 최대주주인 SBI홀딩스에 대한 배당에 나설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쳤다.

다만 SBI저축은행이 올해 당장 배당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최대주주인 SBI홀딩스가 일본에 뿌리를 둔 회사라는 점에서 국부유출 논란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미처분이익잉여금 규모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봤을 때는 최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란 명분도 약한 상황이다.

◇SBI홀딩스 편입 뒤 7년간 결손, 실적 훈풍에 잉여금 쌓여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수익 1조1593억원으로 설립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했다. 이에 힘입어 순이익 2583억원을 달성했다. 역시 설립 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실적 성장세와 견조한 수익성 실현에 힘 입어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그동안의 결손금을 모두 털어냈다. 지난해 SBI저축은행의 이익잉여금은 49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결손금 2091억원 대비 큰 폭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과거 SBI저축은행은 계속된 부실로 인해 결손금이 누적된 상태였다. 2013년 SBI홀딩스에 인수합병(M&A)된 뒤에도 결손금은 해소되지 않았다. 과거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 쌓인 부실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말 결손금 규모는 6495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SBI홀딩스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계열사를 모두 흡수합병한 이후에는 오히려 결손금이 7385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정상화의 길을 걸으며 매년 조금씩 결손금을 줄여나갔지만 2019년까지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SBI저축은행은 주주배당을 하지 못했다. 배당 재원으로 활용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매년 마이너스(-)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호저축은행법의 규정에 따라 저축은행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법정적립금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SBI저축은행은 배당에 나설 여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순이익 달성으로 그동안의 결손금을 모두 털어냈다. 또 이익준비금과 기업발전적립금 등 법정적립금을 모두 적립하고서도 211억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남는다. 이는 모두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일본계 대주주 부담, 잉여금 쌓아도 '배당 쉽지 않아'

SBI저축은행이 실제 배당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우선 배당 재원이 쌓였지만 한번에 주주에게 모두 배당할 만큼 의미 있는 규모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결손금을 막 털어낸 시점에서 잉여금을 모두 배당하고 나면 다시 결손금이 쌓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SBI저축은행 안팎에선 배당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자산 및 실적 규모 면에서 이미 업계 1위에 올라섰고, 결손금 등 부실을 모두 털어내면서 정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인 만큼 올해 대규모 순이익 달성시 주주인 SBI홀딩스의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디지털금융 전환 등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수도권에 기반을 둔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SBI저축은행의 실적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배당 재원을 더 많이 쌓을 경우 SBI저축은행도 배당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당국의 제재와 국내 시장 분위기는 변수다. 금융업권이 대주주에 배당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대주주가 ‘일본계’라는 점에서 SBI저축은행은 배당 자체를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고액 배당시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금에 이어 인수 후 떠안은 결손금만 1조원에 육박해 돈을 벌어도 결손금을 털어내느라 배당할 여력이 없었다”며 “이제부터 잉여금이 쌓이면 배당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텐데 일본계 자금이란 꼬리표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SBI저축은행이 재원만 마련되면 언제든 배당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JT친애저축은행 등 다른 일본계 저축은행들도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배당에 나서고 있는 만큼 SBI저축은행이 배당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SBI홀딩스는 2013년 1조3500억원을 들여 현대스위스1~4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약 7년간 결손금 등 부실을 털어내느라 제대로된 투자금 회수는 언감생심이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부에 배당 관련한 어떠한 논의고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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