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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불모지 개척자' 김형윤 KB자산운용 인프라운용본부장25년차 베테랑, 국토개발에서 환경설비까지 '인프라투자' 역사 걸었다

허인혜 기자공개 2021-05-20 13:04:43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7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지도 보기를 좋아했던 김형윤 KB자산운용 인프라운용본부장(전무·사진)은 중고등학교 시절 '최애' 과목으로 지리를 꼽았다. 국토개발에 관심이 커 행정학과에 지원했다.

행정학과 석사를 마친 뒤 김 전무가 향한 곳은 공직이 아닌 금융업계였다. 25년에 가까운 시간을 인프라투자에 매진하고 있으니 국토개발에 대한 꿈을 금융으로 이룬 셈이다.

'불모지에 도전하는 개척자'가 김 전무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다. 인프라투자의 태동기를 함께한 산증인이면서 인프라투자로 우리나라 불모지 곳곳에 도로와 철도, 공항 등 주요 시설을 놓은 인물이 김 전무다.


◇성장 스토리: 지도가 좋았던 행정학도, 인프라투자로 국토개발 꿈 이루다

김 전무는 행정학을 금융투자업계에서 십분 발휘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인프라투자를 접하기 전부터 국토개발에 관심이 컸다. 소년시절부터 지도 보기에 몰두했던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지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 김 전무는 행정학과 대학원에서 배웠던 '민자유치론'이 지금의 인프라투자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첫 직장은 장기신용은행이다. 당시 기업설립, 시설확장 등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곳은 산업은행과 장기신용은행 두 곳이었다. 김 전무가 입사한 1993년에는 민간투자사업 관련 부서가 없었다. 1994년 민간투자 촉진법이 발효되면서 장기신용은행도 관련 부서를 꾸렸다. 도로와 환경 등에 투자한다는 새 부서의 소식을 듣고 자원했다.

인프라투자와의 접점은 그렇게 시작됐다. 1997년부터 투자금융실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 합류했다. 1990년대는 인프라가 대폭 확대되던 시기로 대형 공사가 많았다. 김 전무는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을 연결하는 신공항철도 건설사업 등에 참여했다. 대구4차순환도로도 담당했다.

2004년 간접자산운용법 개정은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됐다. 펀드의 투자 대상이 유가증권에서 SOC 등으로 확대됐다. 이때 현대증권에서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KB자산운용 SOC 팀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인프라투자에 매진했다.

인프라투자 부문에 선견지명이 있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투자들이 많았다. 국내 자금으로만 이뤄진 회사형 인프라펀드 '발해 인프라투융자회사' 설립을 주도했다. 2006년 국내 최초의 BTL(Build Transfer Lease) 펀드 '한반도 BTL'을 설정했다. 2007년 신재생에너지 펀드, 해외인프라 투자도 그가 시동을 걸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인프라투자, 한 번의 실패도 큰 영향…'성공투자' 목표

투자철학은 '성공하는 투자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인프라투자는 한건 한건의 투자 성과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전무는 "인프라투자는 중위험 중수익의 장기투자로 한건의 실패도 영향이 크다"며 "벤처캐피탈처럼 여러 건에 투자해 일부의 성공을 노리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라고 말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보이는 것만 투자한다'다. 펀드매니저가 이해하지 못한 영역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김 전무는 "인프라투자는 노력에 따라 충분히 예측가능하다"며 "금융시장과 무관하게 중립적인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스스로의 투자 스타일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두 개의 투자철학으로 안정적 수익률을 추구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투자는 복리처럼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전무는 투자를 과학이 아닌 역사라 했다. 과거의 투자 트랜드와 사례를 분석해야 현재의 투자로 이어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긴 안목이 장기투자에서 발휘된다는 지론이다.

◇트랙레코드1: 국내 자본 중심 '발해 인프라·한반도 BTL' 설정

그가 2000년대 이끈 펀드들은 해외 투자사 일색이었던 인프라펀드 시장에서 국내 자본으로 주도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05년 11월 설정된 '발해 인프라펀드'는 국내 개발사업 펀드의 조상격이다.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자본만으로 설립된 SOC 펀드였다. 당시에는 호주 맥쿼리 은행이 주도해 설립된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회사(KRIF)가 국내 SOC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발해 펀드는 2011년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SOC투자 중 40조원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발해 펀드의 투자로 건설된 사회기반시설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와 남양주도시고속도로, 용마터널 등이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운용 중으로 수익률은 6%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김해경전철을 제외하고는 엑시트를 하지 않아 최종 수익률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해경전철 엑시트 당시 수익률이 연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기관투자자에게 인프라가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금융기관마다 전담인력은커녕 전담부서도 없었다. '시장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국민은행이 앵커로 힘을 보탰고 17곳의 기관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3대 연금도 참여했다.

김 전무는 "맥쿼리가 국내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금융기법을 보급하는 한편 인프라펀드도 돈이 되는 투자라는 인식을 전파했다"며 "어떻게 하면 국내 자본이 대항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2004년 간접자산운용법이 개정되면서 진출을 해야겠다는 판단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1년여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한반도BTL펀드도 국내 자본으로만 만들어졌다. 공공복지시설이나 군인아파트, 국립대 기숙사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종합 BTL펀드는 한반도 펀드가 최초다.

◇트랙레코드2: 거가대교·공항철도 SCS 전환…장기 수익원 확보

건설사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부의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거가대교를 인수해 재구조화하면서 정상화를 이끌었다. 거가대교는 매각 전 정부의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적용하고 있었다. 기대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시도가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원해야 했다. 대우건설 등 8개 건설사가 KB자산운용에 거가대교를 매각하며 MRG를 폐기하기로 했다.

김 전무와 KB자산운용은 비용보전방식(SCS)을 택했다.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안정성을 높이는 쪽을 고른 셈이다. 당시 금리가 낮아진 점도 한 몫을 했다. 건설사는 매각으로 투자 비용을 회수했고 KB자산운용은 낮은 금리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얻었다.

이 경험은 2015년 인프라투자 업계 '빅딜' 중 하나였던 공항철도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끈 발판이 됐다. 당시 국민은행과 KB자산운용이 꾸린 KB컨소시엄과 산업은행·신한은행·KDB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맞붙었다. 매각 주체였던 국토부 역시 MRG에서 SCS 전환을 원하고 있었다. KB컨소시엄이 매수에 성공하면서 국토부가 운영비용을 보전하는 안정적 수익원을 또 하나 마련했다.


◇업계 인맥·평가 및 향후계획: 인프라투자 닮은 '긴 인연'…퇴직연금 시장 목표

업계 동료·선후배와의 인연도 인프라투자처럼 오랜기간 이어가고 있다. 장기신용은행 SOC부문에 몸담던 시절 동료들은 인프라투자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가 됐다. 정유경 전 맥쿼리 코리아 대표와 황우곤 PIA자산운용 대표, 박종혁 경수고속도로 대표 등이 그와 호흡을 맞췄던 동료들이다.

기억에 남는 운용업계 선배로 KB자산운용의 역대 대표들을 꼽았다. 이원기 전 KB자산운용 대표가 대표적이다. KB자산운용이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먼저 대체투자(AI) 영역에 도전한 배경에는 이원기 전 대표의 신뢰가 있었다. 김 전무를 믿고 신사업분야에 투자해 수년을 기다려줬다고 했다.

앞으로는 이현승 대표와의 시너지가 기대 요소다. 이 대표는 올해 단독대표에 취임하며 LDI본부 대체투자실을 신설했다. 이 대표 역시 2018년부터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 운용을 전담해 온 대체투자 베테랑이다.

퇴직연금 시장 진출은 새로운 목표다. 김 전무는 "은행 예금은 수익률이 낮고 주식형 투자는 변동성이 높지만 인프라투자는 중위험·중수익을 낼 수 있어 퇴직연금 운용에 적합하다"고 봤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고민하고 있는 화두다. 그린인프라 등이 인프라펀드의 주요 영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심분야로는 환경 섹터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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