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新포트폴리오 전략]조용병 신한 회장의 비금융플랫폼 꿈 '테크기업 맞손'③3000억대 펀드 조성, 딜리버리·중고거래 플랫폼사 SI 참여 구상
손현지 기자공개 2021-05-28 07:30:21
[편집자주]
금융지주들이 너도나도 'M&A'를 외치며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분주하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알짜 신사업 수익원 발굴에 용이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본연의 금융업을 떠나 다양한 사업군을 겨냥 중이다. 빅테크에 대항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까지 눈여겨보는 추세다. 최근 들어 달라진 금융지주들의 포트폴리오 보강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2월 열린 신한금융 최고디지털책임자(CDO)협의회와 디지로그위원회에서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근마켓 등 인기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1세대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 등이 지분 인수 대상 후보로 거론된 것이다. 신한금융이 개발 중인 비금융 플랫폼 콘텐츠 아이디어 회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이다.이전에도 스타트업 지원은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최근 논의는 결이 전혀 달랐다. 특히 단순 협업이 아닌 비금융 플랫폼기업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안이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신한금융은 우선 지분투자를 통해 비금융 서비스 노하우를 쌓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핀테크 업체 지분 50% 이상을 취득하는 M&A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사전 토대를 마련하는 차원의 논의가 올 들어 이뤄지기 시작한 상황이다.
◇CEO의 플랫폼 개발 지원사격, 3000억대 SI펀드 조성
올 3월 들어서는 새로운 개념의 펀드를 조성했다. 일명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 1호' 펀드다. 디지털 플랫폼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테크기업들과 전략적 제휴가 주된 목적이다. 규모는 무려 3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목적으로 자금을 별도 출자한 건 신한지주가 금융지주 중 처음이다. 그룹 전체의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자금을 사전에 마련한 셈이다.
이번 펀딩에는 그룹사들이 십시일반 참여했다. 신한은행(30%), 신한카드(30%), 신한금융투자(15%), 신한생명(15%) 등이 출자했으며 신한캐피탈(10%)은 컨트롤타워 역할로 펀드운용(GP)을 맡았다.
경영진과 각사 CDO들은 ABCD 기술(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등을 보유한 유니콘 기업을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의 쏠(SoL)이나 신한카드의 페이판(PayFAN) 등 주요 플랫폼의 트래픽(Traffic)을 높이기 위해 비금융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자체 개발 역량 확보 보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솔루션 강화를 구상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과거 스타트업 육성 차원에서 십억원 대 안팎 수준으로 투자했던 것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당장 서비스를 제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성을 인정받은 플랫폼 기업 위주로 선별하다보니 금액이 커졌다.
예컨대 연초 CDO협의회에서 지분 확보 등이 언급됐던 당근마켓과 배달의민족만 하더라도 밸류에이션이 조단위로 치솟은 기업들이다. 당근마켓의 경우 설립된 지 6년이 채 안됐는데도 기업가치가 2조원 수준이 거론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내로라하는 플랫폼에 투자하려면 투자금액 단위가 백억원 대 이상으로 올라간다"며 "자회사 개별로 비금융 요소를 고민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 있기에 CEO와 경영진의 지원 속에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자금을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적극성을 띄고 있는 건 조용병 회장의 디지털혁신플랫폼에 대한 의지가 크기 때문이란 평이다. 그는 꾸준히 빅테크에 버금가는 비금융 생활밀착형 플랫폼 출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작년에는 룬샷조직인 TODP(Total Online Digital Platform) 추진단을 출범시켜 새로운 디지털플랫폼 특명을 맡겼다. 회장 직속 산하 조직으로 두고 장현기 본부장을 주축으로 실무자 등 30명 등을 꾸렸다.
◇지분투자로 비금융 노하우 확보, 중장기 M&A 고려
그 일환으로 유니콘 기업 지분투자를 살펴보고 있다. 당초 지분 50% 이상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켜 운영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봤지만 당장은 은산분리 규제 등 일부 제약이 따랐다. 더욱이 매력적인 플랫폼은 가격이 높다.
설령 경영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비금융 IT노하우가 적고 여력도 충분치 않다. 예컨대 O2O 서비스 등 비금융 서비스 운영을 위해 투입할 인력도 부족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0~30%선으로 지분을 확보해 협업을 하는 쪽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핀테크 기업에 대해선 M&A를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사전에 테크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로 운영 노하우를 익히고 이를 내재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굳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지분투자 만으로도 충분히 서비스 제휴를 맺을 수 있다"며 "계약 조항에 어플리케이션 리소스를 활용한다던지 플랫폼 활용 여부 등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노하우 확보와 이해도 향상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투자 대상 선별 작업을 신중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금융 서비스인지, 트래픽 확보나 MZ세대 유입 등에 기여할 수 있을지 등을 두루 고려하고 있다.
투자 테크기업 선별 핵심 기준은 MZ세대 유입을 위한 신한의 목적과 부합하는 지 여부가 거론된다. 메타버스나 게임 등 MZ세대가 활동하는 플랫폼 위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트래픽 확보가 주요 목적인 만큼 규모가 작더라도 계열사 플랫폼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금융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배달이나 중고거래 등의 O2O 플랫폼 등과의 전략적 제휴 기회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이와 관련된 플랫폼 기업 1~2곳에 대한 지분투자 검토가 현재 진행 중이다. 빠르면 내달 쯤 협업 방안이 가시화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연말께 비금융 플랫폼의 토대가 될 더 많은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쇼핑, 딜리버리, 디지털교육, 메타버스, 증강현실 게임 등 다각도에서 탑재할 만한 콘텐츠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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