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한국자산신탁]업계 최장수 CEO 김규철 부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문주현 회장과 인연, 9년째 대표로 경영총괄…회사 인수 및 상장 주도
고진영 기자공개 2021-07-05 13:26:0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2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자산신탁은 디벨로퍼 최초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MDM그룹의 하나뿐인 상장사다. 다만 이런 무게감에 비춰보면 이사회 규모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꾸려둔 편이다. 대표이사인 김규철 부회장이 이 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김 부회장은 문주현 MDM그룹 회장과 연(緣)을 쌓은 세월이 10년을 훌쩍 넘는다. 한국자산신탁을 어렵게 품에 안을 때부터 인수전을 이끌었는데 여전히 조종간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2001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것은 2009년, 공기업민영화 대상으로 분류되면서부터다. 마침 MDM그룹은 부산 해운대 대우월드마크센텀 사업으로 1600억원이라는 잭팟을 터트리고 신규사업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자산신탁이 문주현 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인수전에서는 김 부회장이 발로 뛰었다. 그는 전남 장흥 동향 선배인 문 회장과 2000년대 초 친구 소개로 만났다. 2007년 그룹 부사장 자리에 앉았고 인연은 한국자산신탁 인수를 진두지휘하기까지 이어졌다. 자금 조달이 빠듯했던 데다 노조 반대도 골치였지만 인수작업은 2010년 3월 성공으로 끝났다.
한국자산신탁의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처음에는 부사장으로 출근했다. 대표 자리는 2008년부터 CEO였던 김대성 전 부회장이 그대로 맡았다. 그러다 김대성 전 부회장이 대한토지신탁 대표로 영입돼 옮겨갔고, 이에 따라 2012년 김 부회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로서 쭉 경영을 총괄해왔다. 올해로 9년째, 업계 최장수 CEO다.
경영성과에서 주목할 만한 마일스톤으로는 2016년 자본 확충을 위해 추진한 IPO가 꼽힌다. 신탁업계 라이벌인 한국토지신탁에 이어 두번째로 상장했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2001년 코스닥에 입성했다가 2016년 7월 11일 코스피로 이전했고, 한국자산신탁의 코스피 상장일은 2016년 7월 13일로 고작 이틀 간격이다.
상장 뒤로 지금까지 이사회 규모는 매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인 김 부회장이 유일한 사내이사고 사외이사는 3명인 총 4인 체계다. 경영진 현황을 보면 김 부회장 밑으로는 전무가 최고 직급이라 꽤 간격이 크다.
사내이사를 1명만 두는 것도 흔치 않은데 김 부회장의 역할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구조인 셈이다. 의사결정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유사시의 승계 플랜, 또는 인력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부분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기타 경영진이 하는 일반적인 의사결정 외에 이사회 의결 사항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지금으로선 사내이사 1명으로 충분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이사회의 견제, 감시 기능 등이 강하게 작용하는 형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회 내 위원회로는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설치됐다. 세부적으로 사외이사들은 김충식 가천대학교 특임 부총장, 민상기 전 건국대 총장, 감사위원장인 송경철 전 삼성증권 감사위원 등이다. 또 이사회 외부에서 별도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운영되며 분기당 1회 정기 위원회가 열린다.
이같은 감사위원회 운영이나 사외이사 도입 등은 법적으로 의무사항은 아니다. 한국자산신탁은 ‘금융투자업자’로 분류돼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지배를 받는다. 이 법은 제12조를 통해 사외이사 3명 이상의 선임, 위원회 설치 등을 강제하지만 자산총계 등에 따라 예외를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금융회사 또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회사(비상장 포함), 운용자산(AUM) 규모가 20조원 이상인 회사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올 1분 기준 한국토지신탁의 자산규모는 1조1059억원 , 수탁고는 15조5000억원 수준으로 기준치를 밑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고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회색 자본, 영구채 러시]SK인천석유화학 '상장 보류'의 부메랑
- [thebell note]오리처럼 생겨서 오리처럼 걸으면
- [2024 이사회 평가]승계 마친 SGC에너지, 이사회 개선은 '진행 중'
- [비상장사 재무분석]파르나스호텔, 코엑스 ‘임시휴업’ 견딜 체력은
- [회색 자본, 영구채 러시]'IPO' 약속했던 롯데컬처웍스, 내년 기한 도래
- [롯데그룹 재무 점검]'4조' 있다는 롯데케미칼, 자산매각 불가피한 이유
- [2024 CFO 서베이]'금고지기'는 옛말…경영 전략도 CFO 몫
- [2024 CFO 서베이]CFO가 본 CEO는 '리스크 테이커'
- [회색 자본, 영구채 러시]'자금난' 급한 불…영구채로 모면한 롯데·신세계그룹
- [2024 이사회 평가]새 출범한 현대그린푸드, 이사회 개선시스템 '우등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