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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SRI채권 소외기업, ‘SLB’가 답“조병준 한국신용평가 PF평가본부 ESG팀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1-07-19 08:05:44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0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신용평가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은 익숙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했다. 한국 신용평가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게 자부심의 원천이다.

한국신용평가가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평가 시장을 바라본 이유이기도 하다. 모회사인 무디스의 지원에 힘입어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초 타이틀은 경쟁력이 되어 돌아왔다. 2021년 상반기 SRI채권 인증평가 시장을 주름잡았다.

그러나 안주하지 않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5월 조병준 팀장(사진)을 중심으로 ESG팀을 개편하고 지속가능연계채권(Sustainability-Linked Bond, SLB)을 정조준했다. SRI채권 소외기업에게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자금조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연계채권의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해외에서 SRI채권과 같은 대접을 받지만 국내에서 원화로 발행된 적은 없다. 개념도 낯설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이야말로 한국신용평가가 올 하반기에 노리는 ‘최초’ 타이틀인 셈이다.

◇“샤넬도 발행했다”…소비재 기업에게 기회

“샤넬도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발행했다. 적격 프로젝트를 찾기가 어려워 녹색채권 등 SRI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던 소비재 기업도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할 수 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에 앞서 ESG 관련 목적을 설정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등 구조적 특징이 달라질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SRI채권은 자금 투입 프로젝트의 적격 여부에 따라 발행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온실가스 감축 등 ESG 목표만 적절하다면 적격 프로젝트가 없어도 발행할 수 있다. 2019년경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발행규모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조 팀장이 샤넬을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사의 대표 사례로 꼽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명품 가방과 향수 등을 만드는 소비재기업 샤넬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친환경 적격 프로젝트나 취약계층 지원 사업 등을 벌이기 어렵다.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다르다. 발행사가 경영여건과 의지를 반영해 자발적으로 ESG 관련 목표를 세우기에 상대적으로 SRI채권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조 팀장은 “지속가능연계채권도 궁극적으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산업 분류체계)와 같은 환경목표를 지향한다”며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좀더 많은 기업들이 K-택소노미를 향해 다가가도록 돕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속가능연계채권은 그동안 SRI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웠던 기업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녹색채권은 정부와 국제기관, 금융, 유틸리티와 에너지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반면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사는 원자재, 소비재, 운송, 물류사업을 영위하는 곳이 많았다.

◇“그린워싱 우려 더 적다”…대기업 참여 기대

진입장벽이 낮다고 사후관리가 느슨한 건 아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하기는 쉬워도 발행 후 관리는 더 까다롭게 이뤄진다.

조 팀장은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사의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이 의무적으로 검증하기에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우려가 더 적다. 사후보고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연계채권 시장은 유지될 수 없다. 지속가능성을 논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조 팀장이 꼽는 지속가능연계채권의 장점이다.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에 따르면 SRI채권은 발행사가 해마다 자금사용 내역 등을 사후보고하는 것까지만 의무사항이다. 반면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사의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검증하는 것까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SG 관련 목표를 달성했느냐에 따라 금리 조건 등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지속가능연계채권이 온실가스 감축 등 △구체적 △측정가능 △달성가능한 ESG목표를 설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접적으로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조 팀장은 “SRI채권도 그렇지만 지속가능연계채권은 특히 발행자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중요하며 이때 핵심은 평판리스크 관리”라며 “ESG목표와 달성 등 리스크를 계량화해 공시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기업뿐이기에 지속가능연계채권의 주요 발행사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내에서는 금융사와 대기업 100여곳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등은 온실가스 감축 등 ESG 관련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 여부를 수치로 표기해 해마다 발표한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발행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이다.

◇“해외 자금조달 기법, 국내 눈높이에 맞게 소개”

“ESG팀의 목표인 지속가능연계채권 도입은 내가 기여할 수 있고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느꼈다. 그동안 해외의 구조화 금융 등 자금조달 기법을 국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곤 했다.”

조 팀장이 ESG팀의 첫 수장을 맡은 이유와도 맥락이 통한다. 조 팀장은 2002년 한국신용평가의 기업평가본부에서 신용평가업무를 맡다가 평가정책본부를 거쳐 2010년 구조화평가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CDO, PF 론 유동화, 매출채권 유동화 등 구조화금융상품의 신용평가를 10년 넘게 진행했다.

구조화평가본부에서 조 팀장은 해외 부동산시장의 자금조달, 구조화 금융상품 등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유럽과 미국 등 구조화금융 계약서를 보고 분석하며 새로운 금융상품을 파악해 알리는 것은 조 팀장에게 익숙한 일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이런 점을 인정해 해외에서 각광받는 지속가능연계채권을 국내에 도입하는 과제를 조 팀장에게 맡겼을 수 있다. 이는 영업력을 강화하는 다른 신용평가사와 다른 인사 전략이다.

조 팀장은 "SRI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라는 관점에서 투자자와 정부당국의 수요에 맞다“며 ”오랫동안 준비하고 처음 도전하는 만큼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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