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19일 07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강남에 미분양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를 만나 주택 사업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십중팔구 이런 말이 나온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오르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상상이 잘 안 되는 이야기다.집을 짓기만 하면 청약 시장에서 이른바 ‘완판’되는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는 주택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플랜트·토목 사업 직원은 줄이고 주택 사업 직원은 늘리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우건설 주택 직원 비중은 1분기 말 기준 45%에 달하고 DL이앤씨의 경우 43%, GS건설은 40%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사 구조 덕에 수익성이 높아 주택 사업 키우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대형 건설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 경기가 침체되자 해외에서 미래를 준비했다. 2000년대 중반 유가 상승과 맞물려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 발주가 늘자 대규모 수주를 이어갔다. 2007년 해외 건설 수주액이 전년 대비 2배 넘는 398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0년 716억달러까지 늘었다.
이 때는 플랜트 조직이 핵심이었다. 2010년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전체 직원 중 20%가 플랜트 부문에서 일했는데 당시 주택 부문 직원 비중은 12%였다. 매출 비중은 더 높다. 2010년 현대건설 전체 매출의 47%가 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3년 국내 건설사가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부터였다. 우리 건설사끼리 중동에서 저가 수주 경쟁이 붙으며 수천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보이는 대형 건설사가 대거 나타났다.
2010년대의 플랜트 사업과 지금의 주택 사업은 높은 집중도 측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10대 건설사 중 올해 1분기 기준 주택 직원 비중이 40% 넘는 GS건설의 경우 영업이익의 108%를 주택 사업에서 벌고 있다. 대우건설은 주택 영업이익이 전체의 97%, DL이앤씨는 88%에 달한다.
만약 주택 경기에 변화가 생긴다면 대형 건설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2010년 중반 해외 플랜트 적자 때는 국내 아파트 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실적 반등의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사업을 축소한 지금 시점에서는 주택 불황 시 플랜트·토목 사업에서 해외 선진 건설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주택 호황이 지속되기를 기도하거나 또 다른 요행이 찾아오기를 바라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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