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JY 공백…'비상경영' 이끄는 삼성전자 7인 리더들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①풍파 속 기업안정성 유지, 투자활력은 저하…총수 석방여부 관심
원충희 기자공개 2021-08-05 07:05:15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자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선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한국의 자랑임과 동시에 반재벌 정서의 중심에서 상반된 시선을 감내하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무수한 경쟁자들과 정치권·시민단체의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수 많은 난관속에 삼성전자란 거함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3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선대서 이뤄놓은 우리 회사를 오로지 제 실력과 제 노력으로 더 단단하게 더 강하게 또 가치 있게 만들어 저 자신은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 2017년 12월 항소심 최후 진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런 바람은 영어의 몸이 되면서 중단됐다. 2014년 5월 이건회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숨 가쁘게 흘러갔던 경영권 승계와 상속, 잇따른 사법리스크 끝에 삼성전자의 리더십에는 큰 공백이 생겼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 여파가 휘몰아쳤고 미국과 중국 간에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기업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등 3인 부문대표를 비롯한 7인의 리더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총수 부재가 길어지면서 삼성전자엔 투자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삼성전자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무너진 삼각체제, '3K' 부문장으로 대체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 때만 해도 총수-미래전략실-계열사 사장단으로 이어지는 삼각체제로 운영됐다. 회장이 병석이 누우면서 삼각구도에 중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이 회장의 자리는 이 부회장이 맡았으나 아직 총수로서의 전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그룹 중심에는 여전히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이, 삼성전자엔 권오현 부회장이 있었다.
2017년 또 다른 고비와 변화를 맞았다.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된데 이어 8월 최 실장마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각체제가 무너졌다. 이를 대체할 경영시스템이 필요했다. 그 해 10월 권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이 용퇴를 선언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3인 대표가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총수 공백 속 새로운 비상경영 체제가 가동됐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의 김기남 부회장, CE(생활가전)부문의 김현석 사장, IM(IT·모바일)부문의 고동진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일명 '3K' 부문장은 2017년 10월 CEO에 오른 뒤 2018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올해도 유임을 확정해 햇수로는 4년째 대표이사 자리를 나란히 지키게 됐다.
현재의 비상경영 체제가 이전과 다른 부분은 총수와 컨트롤타워(미전실)의 부재다. 과거 이 회장 시절에는 오너가 비전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들이 실무경영을 맡았으며 계열사의 중복 또는 충돌되는 업무를 미전실에서 조율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구속과 석방, 또 수감생활이 반복되자 큰 그림을 그리는 총수 역할이 위축됐다.
아울러 미전실마저 폐지되면서 그룹사 간의 조율·협력보다 각자도생의 기류가 강해졌다.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의 복귀 후 삼성전자의 경영체제가 새롭게 정비되는 듯 했지만 올 1월 다시 구속되면서 시계제로가 된 상황이다.
3부문장의 후선에는 재무와 리스크관리를 맡고 있는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CFO)이 있다. 최 사장은 3인 대표와 함께 공조체제를 구성하면서 비상경영의 한 축 역할을 담당한다. 대외행사에서 김 부회장과 최 사장이 동석한 경우가 다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역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프론트맨' 중 한명이다.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사업부장으로서 등기임원(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드문 케이스다. 삼성전자에서 부문 대표나 CFO가 아닌 사업부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은 2010년 부품·세트사업 조직을 개편한 이후 처음이다. 14년 연속 TV시장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가 호평을 받았다.
총수의 부재는 전문경영인들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었으나 경영진의 견제와 감독의 역할까지 사내이사에게 요구하긴 어렵다. 이는 결국 사외이사 몫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다 2018년 3월 의장과 CEO의 분리가 이뤄졌고 지난해 2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독립성을 한층 강화했다. 삼성전자 역사상 첫 사외이사 의장직에 오른 이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미전실이 없어졌음에도 삼성전자의 영향권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부문 계열사끼리의 업무 조율역할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신설된 곳이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다. 세간에는 미전실 후신이라며 비난과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탓에 조심스럽지만 정현호 TF장(사장)의 역할은 빠질 수 없이 중요했다.
◇경영안정·호실적에도 '우려의 시선' 여전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경영진 덕분에 삼성전자는 그간 풍파에도 큰 문제없이 영위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삼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우수한 실적을 발표했으나 삼성 반도체 경쟁력을 걱정하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이 쏟아졌다.
자신만의 초격차 기술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공격적 투자에 나선 TSMC와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사들에 비해 신중한 행보가 시장의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기술 마케팅, 투자 측면에서 활력이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쟁이 국가 간 패권싸움으로 격화된 상황에 삼성전자의 성장판이 닫히지 않으려면 인수합병(M&A) 및 대규모 투자 결단 등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총수인 이 부회장의 석방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가 복귀하면 삼성전자가 한층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한 단계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찾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재벌 오너들이 수감생활에서 풀려난 뒤 이들 그룹의 투자규모가 대폭 늘어난 바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2017년 미전실 해체 이후 그룹은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되면서 각자도생 행보로 가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재구속되는 바람에 전문경영인에 의한 비상경영 체제를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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