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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채 호황의 역설?’ 사모채 증가 이끌어 2020년 연간 발행규모에 버금, LG·SK 등 대기업 조달 활발

이지혜 기자공개 2021-08-13 08:00:1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 회사채가 폭증했다. 벌써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를 따라잡을 기세다. 회사채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늘어난 데다 기업의 조달수요도 꾸준했다. 조달여건도 좋아졌다. 공모채와 사모채 간 조달금리 차이가 갈수록 좁혀졌다.

공모채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역설적으로 사모채의 투자 매력이 부각됐다는 분석도 있다. 올 상반기 공모채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확정금리가 개별·등급민평금리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다.

투자자가 공모채 수요예측에 참여해가며 적은 물량을 낮은 금리로 확보하기보다 사모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사모채 발행 증가, 대기업 조달 활발

코스콤(koscom)에 따르면 올 들어 9일까지 발행된 기타·투자등급 사모채는 모두 10조4491억원으로 집계됐다. 발행사는 215곳이다. 이 수치는 자산유동화증권과 교환사채,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담보부사채, 기타보증사채, 옵션부사채 등은 제외한 무보증 일반 회사채를 집계한 것이다.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를 머잖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사모채는 모두 10조5329억원 발행됐다. 발행사는 483곳이다. 올 들어 발행사 한 곳당 사모채 규모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대기업의 사모채 조달이 눈에 띈다. 5년물 이상 발행사는 대부분 SK그룹, LG그룹 등 대기업이었다. 대기업은 대부분 장기물을 선호했다. LG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년물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 등을 제외하고 일반 사모채 가운데 20년물을 발행한 기업은 LG전자뿐이다.

15년물 발행사는 호텔롯데와 LG화학 등 두 곳이다. 10년물 이상 사모채는 모두 58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6483억원)에 버금간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모채 시장이 팽창하면 사모채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기조가 최근 더 뚜렷해졌다”며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현재까지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된 공모채(은행채 제외)는 42조451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5조4490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연간 공모채 발행규모는 49조4810억원이다.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자금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금전신탁과 MMF 등 채권관련자금은 올 들어 650조~700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0조원가량이었다.

◇사모채 조달여건 좋다, 하반기 ‘주목’

사모채 조달 여건도 좋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공모채 시장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떨치고 호황을 보이자 역설적으로 사모채의 이점이 투자자에게 부각됐다.

김 연구원은 “공모채와 사모채의 조달금리 차이가 좁혀졌다”며 “수요예측 등 불확실성을 감수해가며 공모채를 확보하기보다 사모채에 투자하는 편이 안정적이라고 투자자가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행된 공모채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4.6배에 이른다. 7월 들어 3.7배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평균보다 높다. 2020년 발행된 공모채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3.3배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AA급은 물론 A급까지 개별민평금리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 발행금리가 정해지는 사례가 많았다.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공모채 종목은 모두 367건이다. 개별·등급민평금리 대비 확정금리 평균은 -7.3bp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모채와 공모채의 조달금리 차이도 줄었다. 일반적으로 사모채는 수요예측 등을 거치지 않아 조달절차가 간편한 대신 유동성이 떨어진다. 조달금리가 공모채보다 높은 이유다. 그러나 나이스P&I에 따르면 공모채와 사모채 간 금리 차이는 3년물 AA- 회사채를 기준으로 2015년 35bp 정도에서 2017년 30bp로, 올해 상반기 25bp로 점차 줄었다.

심지어 최근 사모채 시장에 데뷔한 SK이노베이션은 5년물과 10년물을 개별민평금리보다 각각 17bp, 15bp 높은 금리로 조달하기도 했다. 절차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 금리 차이는 감내할 수 있다고 SK이노베이션은 판단했다.

하반기에도 사모채 발행이 증가하는 기조가 이어질 수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4분기가 되면 주요 기관투자자의 북클로징을 하면서 공모채는 줄어들고 사모채 발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쳐 하반기 사모채 발행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모채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꾸준히 발행되다 4분기 기관투자자가 한 해 투자를 마무리 하면서 뜸해진다. 사모채는 이런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모채 발행이 늘어난다고 해서 공모채 시장의 구축현상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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