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대출 중단에 은행권 '쏠림현상' 우려 [가계대출 옥죄기 파장]②공급 주체 줄어든 여파 우려, 한시적 중단에 '영향 제한적' 전망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27 07:52:4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6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은행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격적인 대출 성장을 통해 반년 만에 금융당국이 제시한 1년 목표치를 훌쩍 넘겼다. 결국 11월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중단을 선언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조였다.은행권에서는 대출 공급의 주체가 줄어든 만큼 금리와 한도의 미세한 차이로도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된 가운데 일련의 사태를 초래한 농협은행이 상반기에 미리 대출자산을 쌓아둬 이자수익을 가장 많이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한시적으로 대출을 중단할 수 있지만 다른 은행들은 이미 가계대출 관리를 타이트하게 받고 있던 터라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작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수요를 일부 덜어내 상쇄작용을 내리란 기대도 여기 한몫한다.
◇은행권 가계대출 900조 임박, 농협은행 대출 급증 제동
국내 21개 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올 3월 말 기준 1960조7536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가계대출은 867조8410억원으로 44.3% 가량을 차지한다. 가계대출은 지난 3년간 7%대 성장률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유동성 공급이 많아지며 증가율이 10.75%로 훌쩍 뛰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3월 말 1764조6000억원보다도 2.3% 증가한 수준이다. 가계신용은 금융사 대출금액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여기서 은행권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 된다.
그 와중에 농협금융그룹의 가계대출은 유독 가팔랐다. 올 상반기에만 그룹 전체적으로 가계대출이 5.5% 증가했다.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5.8% 늘었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잡았으니 1년 할당량을 반년 만에 해치운 셈이다.
결국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농협은행은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발생한 대출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긴급 생계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은 열어뒀다고 하나 이 역시 제한적이다. 신용대출 최고한도도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 연 소득 수준이 이보다 낮으면 연봉이 최고한도로 정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급증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건 농협금융 내부적으로 여신 정책을 잘못 펼친 영향이 컸다고 본다"며 "대출은 막혔지만 시장의 수요는 그대로 남아있어 다른 곳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대출 집중 심화 전망, 금리인상 따른 수요 약화 가능성도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이 다른 은행권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거나 한도가 많은 은행으로 대출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취급 제한키로 하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유사한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10월경부터 전세대출을 재개할 전망이다. 대출 취급 관리 정책상 이같은 경우는 종종 나타났지만 농협은행 대출 중단으로 패닉 수요가 겹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가계대출은 감독당국이 애초에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시중은행들이 이를 충실히 따랐던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간 목표를 정하고 모니터링하기에 급증세가 나타나면 한시적으로 대출공급이 끊길 순 있지만 전체 사업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처럼 주담대를 전면적으로 중단하지는 않더라도 작년에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상품별 증가율을 관리해 잠시 대출을 내주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계획된 범위 내에서 꾸준히 성장해 큰 문제는 없지만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은 은행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한시적 중단이 나타날 순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가계대출을 급격히 늘리지 않았다. 국민(1.5%)·신한(1.7%)·하나(3.4%)·우리(2.1%) 등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은 대부분 당국의 1년 목표치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원화대출금 성장은 기업대출이 주축이 돼 견인했다는 의미다.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가 지금처럼 팍팍하게 이뤄질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대출 위주 성장정책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은행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언이다. 다만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제한되면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이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상반기에 선제적으로 충분한 영업자산을 확보한 만큼 하반기에 얻는 이자수익도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여타 은행들과 달리 농협은행은 초반에 자산을 크게 늘렸다"며 "똑같이 가계대출을 5% 늘리더라도 선제적으로 자산을 늘려 평잔이 많이 쌓인 경우에 이자수익을 많이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리인상 여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약 15개월 만에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하반기 순이자마진(NIM)은 개선된다는 점에서 대출자산 증가세가 더뎌지더라도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대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상충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전체 포트폴리오상 분기별 가이드를 갖고 운영하는 만큼 사업 전략상 큰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당국의 관리·감독이 집중된 은행 대신 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고객이 몰려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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