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속도제한 명령에 금융권 전략 '다 꼬였다' [가계대출 옥죄기 파장]①대출중단, DSR 규제 등 첩첩산중…기준금리 인상 리스크 점증
고설봉 기자공개 2021-08-27 07:52:32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6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옥죄기가 시작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대출자산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당국이 권고한 수준 이상으로 대출자산이 불어난 NH농협은행 등은 대출상품 신규 판매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앞으로가 더 문제다. 당국은 각 은행 및 2금융권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현재보다 더 강도 높은 대출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영업활동의 핵심인 ‘대출’이 막혀버린 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로선 경영전략을 급선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무작정 줄여라 명령에 금융사 수난시대
정부와 금융당국은 급증한 가계부채를 안정화 하겠다며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자금 등 수요가 폭발하면서 지난 1년간 가계부채가 폭증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말 가계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153조 5910억원) 늘어난 1764조997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다 올해 4~7월 대출 증가액을 반영하면 가계신용은 18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각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각 은행들에 자율적으로 총량관리에 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이후 매달 가계대출 현황을 집계해 보고 받고, 관리 계획을 수시로 점검하는 등 사실상 대출총량 규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책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가계대출이 잡히기보단 풍선효과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대출시장을 두고 정부와 시장이 싸우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중단, 한도 축소가 시작되자 '막히기 전에 받고보자'는 대출 가수요 및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일부 시중은행을 타깃으로 현실화하자 시장에선 아직 규제가 미치지 않은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몰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더불어 아직 규제가 느슨한 보험사와 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전반으로 대출수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가격 폭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대출규모가 커지고, 이는 다시 대출총량을 늘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대출규제가 실행되면서 마치 패닉처럼 오히려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센놈 온다' 앞당겨진 DSR 도입, 제2금융권까지 확대
당국의 권고에도 일부 은행에서 속도조절에 실패하자 철퇴가 내려졌다.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자 주택담보대출 전면 중단을 택했다. 신용대출도 한도를 기존보다 절반으로 축소하며 사실상 가계대출 영업을 포기했다.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26일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현재의 0.50%에서 0.75%로 인상해 운용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시장금리가 한번더 오를 경우 대출시장은 한층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더 강력한 대출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명 전부터 '매파'로 분류됐던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7일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이 시기에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고 후보자는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DSR 규제 강화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와,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시사한 바 있다.
대출규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DSR 규제의 경우 현재는 1금융권을 중심으로 일부 차주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면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2금융권에까지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현재보다 대출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영전략 시계제로, 자산성장 막히고 금리 상승 '리스크'
대출규제가 한층 더 강화되면서 당장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하반기 경영전략도 틀어졌다. 특히 은행들은 대출자산 확대에 기초해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립해 놓은 상황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신용대출 축소와 SDR 규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주 수익원은 대출이다. 사모펀드 사태로 사실상 파생상품 등 판매가 중단되면서 수수료수익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대출에 기반한 이자수익 의존도가 더 높아진 추세다.
대출자산 외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 신규대출이 줄어들면 은행의 성장성은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출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경영전략을 급하게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더불어 기준금리 인상 등 요인으로 기존 대출자산의 관리에 대한 부담도 한층 더 커졌다. 코로나19 관련 정책대출 일환으로 기업대출(중소기업, 소호)에 대한 원금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가계부채에서도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라는 두가지 풀어야 할 숙제에 직면하게 됐다”며 “연착륙이 가능한 수준에서 대출자산 증가세를 최대한 조정하고, 건전성을 유지해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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