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가전 리포트]위닉스, 재고자산과 사외이사의 상관관계③사외이사 1인 체제에서 재고 급증…PE 인사 영입하며 관리 모드 '반전'
손현지 기자공개 2021-10-18 07:29:59
[편집자주]
중견 가전업체들의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집콕열풍', '보복소비'로 이전에 없던 고가의 가전까지 수요가 늘어났다. e커머스 발전으로 온라인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렌털, 홈쇼핑, 해외 진출 등 신수익원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들도 속속 생겨난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닥뜨린 중견 가전업체들의 경영전략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3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닉스는 2014년 최대의 수요예측 실수를 하게 된다. 2013년 무려 49일 간의 장마가 이어져 제습기 수요가 늘어나자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후 3년간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창고에 재고를 대거 쌓아두게 됐다. 장부상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수억원에 달했다.위닉스는 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경영 재정비에 돌입했다. 당시 눈에 띄는 변화는 사외이사를 추가로 채용한 점이다. 기존 한명에서 두명으로 늘렸다.
사외이사 정원을 한 명 더 늘린 건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위닉스는 한동안 전문기관들이 여름 감우량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더라도 과잉생산을 자제했다. 덕분에 위닉스는 공기청정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병행했다. 결국 재고자산도 이전 수준으로 줄였다. 감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던 계기로 회자된다.
주목할 건 위닉스가 2019년 3월부터 사외이사 1인 체제로 '재전환'했다는 점이다. 위닉스는 "경영상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CEO경영 감시망이 약화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했다. 공교롭게 사외이사가 1인으로 줄면서 재고자산이 다시 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877억원에 달한다. 사외이사의 축소와 재고 자산의 상관 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곤 볼수 없다. 하지만 적절한 경영 감시가 절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닉스는 장기간 사외이사 '1인 체제'를 고수해왔던 회사다. 이사진을 소규모로 꾸렸기 때문이다. 사내이사는 윤희종 회장과 그의 친인척(윤병동·윤철민) 둘 뿐이다. 상법상(제542조 8)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조항을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다.
다만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은 어려운 구조였다. 사내-사외이사 구성 비율은 2대 1, 윤 회장 일가가 사외이사 선임권도 쥐고 있었다. 사내이사가 경영진의 판단 감시와 적절한 제언을 하기 보다는 동조 형태로 제한되는게 불가피했다.
위닉스는 어떤 기준으로 사외이사를 선발하고 있을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있어 사측이 어떤 기준으로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역대 이사들의 이력도 이력도 제각각이다. 어떤분야의 전문성을 중시하는지도 여기는지도 불명확하다.
장수 사외이사로 불리는 윤군식 전 이사의 재임 기간은 무려 12년에 달한다. 그는 윤 회장의 추천으로 2000년대부터 2014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의결권이 있는 주식(7416주)도 취득했다. 74세(1948년생) 고령의 나이로 윤 회장과는 한살 차이다.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대한재보험 전산실장 출신이다.
윤 전 이사는 윤 회장의 경영을 적극지지하는 '예스맨'이었다. 12년간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적이 한 건도 없었다. 위니맥스와의 합병안건에도 찬성표를 보탰다. 2014년 과잉재고 생산 사태로 인한 자금난이 겹치면서 3개월간 사외이사 직위를 내놔야 했다. 이후 1년간은 인수인계를 하며 후임자인 라민상 프랙시스 대표와 함께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듀크대학교 MBA, 베인앤드컴퍼니, PE그룹 팀장, 도미누스 인베스트먼트 상무, 프랙시스캐피탈 대표 등을 역임해 경영, 회계 분야의 전문성도 지니고 있었다. 라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재고자산이 줄기 시작했고 2016년 그는 기타비상무이사라는 직책으로 재선임돼 위닉스 경영에 한동안 관여했다.
2016년부터는 이광석·박준모 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각각 전문분야는 경영과 회계다. 이 이사는 취업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온라인정보 제공을 영위하는 회사인 인크루트의 창업자다. 그 외에도 벤처기업협회 이사, 인터넷기업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그라비티의 사외이사로도 활약했다.
박 이사는 회계 분야 전문가다. 2019년부터는 홀로 6년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연세대 경영, 미 MIT 경영대학원 석사(MBA)를 지낸 뒤 매일경제 기자, 율촌 리서치 팀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까지 위닉스의 배당, 자사주 취득, 운영자금대출 차입, 위닉스 광주공장 부동산 매각의 건 등에 대해 결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업황에 대한 통찰력 있는 혜안과 적절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사외이사가 필요해졌다"며 "1인 사외이사 체제인 만큼 '올라운드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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