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보다 떨어진 삼성SDS, 오너 프리미엄 한계 [주가로 본 삼성 오너십]②이부진·서현 엑시트 시동, 그룹 지배구조 키→지배구조 하단 계열사로 변화
원충희 기자공개 2021-10-22 07:40:25
[편집자주]
지난주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하면서 '6만전자' 소리를 듣게 되자 코스피 지수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국내 대표 삼성그룹 주는 대한민국 주가지수를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상속세 리스크를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삼성 총수일가에게도 주가 변동은 오너십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주가를 통해 삼성가가 처한 상황과 이슈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S는 상장(IPO) 전부터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총수 자녀들의 지분율이 높다는 점에서다. 이는 고평가 요인으로 작용했고 2014년 11월 IPO 첫날 시가총액 5위로 뛰어오르는 발판이 됐다. 오너 3세 이재용·부진·서현 남매도 수백배의 차익을 얻었다.하지만 지금 삼성SDS의 주가는 공모가(19만원)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승계 비히클(vehicle) 역할이 거의 사라져 오너 프리미엄이 희석된 결과다. 10조원 가량의 상속세 부담을 안고 있는 삼성가(家)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각자 보유한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1.95%)씩, 총 301만8860주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율로는 3.9%로 19일 종가기준 4784억원에 달한다. 신탁계약 기간은 내년 4월 25일까지, 처분목적은 상속세 재원 확보다.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코자 한 것과 달리 자매는 삼성SDS 지분을 택했다. 삼성SDS는 삼성물산·전자가 지분 39.7%(전자 22.6%+물산 17.1%)를 확보한 곳이라 오너가의 지분이 없어도 지배력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가 삼성SDS 주식을 얻게 된 시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 자녀들과 이학수, 김인주 등 삼성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230억원어치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 일로 시민단체 반발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법정다툼을 치러야 했다.
오너 3세들에게 삼성SDS 지분이 몰리자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및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다. IPO 당시 19만원으로 시작했던 주가가 일주일 만에 40만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뜨거웠다. 삼성전자와 합병되거나 삼성SDS 지분이 오너 현금마련에 쓰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것이란 시나리오는 삼성SDS 공모주 청약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주가의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삼성SDS가 상장하자 삼남매 지분가치는 4조8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BW 액면가가 1만원, 행사가격이 715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280배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사업 구조도 양호하다. 삼성SDS는 그룹 소속 IT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로 매출의 67% 가량이 계열사 물량이다. 그룹 일감을 몰아주기 적합한 위치에 있다. 이 회사 지분을 오너 3세들에게 주고 상장시켜 재원을 확보하거나 분할합병 등을 통해 승계 비히클로 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정치권, 시민단체, 공정위의 견제는 집요했고 총수일가와 승계를 향한 감시의 눈은 철저했다. 오너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워지자 IPO 초반에 반짝했던 삼성SDS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향기류를 탔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2016년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용 자금마련을 위해 삼성SDS 지분 2.05%(158만7757주)를 처분하면서 주가가 더 하락했다. 이때 매각가격은 주당 24만500원(할인률 7.85% 적용), 당시 주가는 26만원에 근접해 있었다. 이 수준을 회복하는데 2년이 걸렸다.
2016년 6월 삼성SDS의 물류부문 분할검토 공시가 뜨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고조됐다. IT부문과 물류부문을 떼어내 각각 삼성전자, 삼성물산에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IT부문은 삼성전자에, 물류부문은 삼성물산에 붙여 오너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카드도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2017년 3월 분할계획을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삼성SDS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분할설이 거론됐지만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타계하자 분할보다 상속세 마련용 재원으로 부각됐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삼성SDS의 오너 프리미엄은 희석됐다. 올 초 20만원을 찍었던 주가는 현재는 15만원대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내년 4월까지 주가가 드라마틱하게 상승하지 않는 한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상당히 아쉬운 가격에 삼성SDS 지분을 팔게 된다. 향후 5년간 상속세를 분납해야 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나머지 지분도 적절한 시점에 모두 처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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