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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채 NH증권 대표, 펀드수탁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증권사 최초 수탁사업 '가속 페달'…수급 불균형 속 펀드 비즈니스와 시너지 기대

양정우 기자공개 2021-11-17 07:24:18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5일 08: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해부터 펀드 수탁 비즈니스의 '쇼티지(shortage)'를 눈여겨봤다. 사모펀드는 여전히 인기 속에 뭉칫돈을 모으고 있지만 자산운용사마다 수탁기관을 찾는 데 애먹고 있다.

이 서비스 공급의 부족 대란이 기존 플레이어가 꺼리는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든 이유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수탁기관의 감독 의무가 강화되면서 수탁은행은 손떼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PBS)를 보유한 증권사는 수탁업을 통해 복합적 시너지를 거머쥘 수 있다.

◇NH증권, 수탁업 추진 TFT 출범…서비스 공급 부족, 구조적 이슈

최근 NH증권은 신사업의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자 수탁업 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했다. 이창목 상무가 이끄는 PBS본부가 기초 토대를 마련한 동시에 결정권자인 정영채 대표(사진)가 수탁업을 신규 비즈니스로 확정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 대표가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수탁 시장의 쇼티지에 주목해 왔다"며 "신사업으로 추진할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 이 상무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탁 시장의 쇼티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본 것도 정 대표가 최종 결정을 내린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펀드 수탁 시장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건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환매 중단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설정액이 35조4213억원을 기록해 과거 전성기 시절(2019년) 정점(35조191억원)을 넘어섰다. 매달 수천억원씩 설정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수탁은행의 신규 수탁 거부감은 여전하다. 공급에 차질이 있다보니 수탁 수수료는 과거보다 7~15배 가량 치솟은 지 오래다. 최근 헤지펀드를 신규 조성하려면 수탁사에 평균 0.15%(15bp) 정도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근래 들어 대세를 이룬 공모주펀드(혼합자산 유형)를 기준으로 삼은 수치다. 과거 0.01~0.02%(1~2bp) 수준에서 껑충 뛰었다.

수탁은행마다 새로운 사모펀드에 손사래를 치는 건 환매 중단 사태로 곤혹을 겪은 탓이다. 혹시 모를 이벤트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워낙 크다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여긴다. 여기에 수탁기관의 감독 의무가 한층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이제 펀드 운용과 상품설명서의 적법성을 직접 따지고 시정 요구까지 수행해야 한다.

NH증권은 이런 시장 여건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환매 중단 이슈에 따른 수탁 대란을 넘어 구조적으로 수급이 흔들리는 환경에 주목했다. 국내 은행업 모델에서 인적, 물적 비용을 감안할 때 더이상 수탁 수요를 쫓아갈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했다. 사모펀드 시장은 매월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쇼티지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출처:금융위원회

◇수탁업 쥔 증권사, 사회 기회 각양각색…기본 수익원, 수탁 수수료 껑충

하지만 증권사라면 은행과 입장이 다르다. 수탁 비즈니스의 기본 수익원이 수탁 수수료라는 건 동일하지만 두 업종은 사업 구조와 확정성 측면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껑충 뛴 수수료 수익이 쏠쏠하겠으나 신사업으로 낙점한 건 더 큰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우선 증권사는 PBS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수탁은행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수탁 사업을 보유한 것 자체가 증권사 PBS의 세일즈 포인트로 자리잡을 수 있다. NH증권이 스스로 수탁 업무를 수행한다면 굳이 타사의 PBS를 활용하면서 따로 수탁은행을 찾는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없다. NH증권 PBS본부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수탁 자산을 통해 부가 수익원을 발굴할 여지도 크다. 예를 들어 주식형 사모펀드의 수탁을 맡고 있다면 이 주식 자산을 토대로 대차(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를 벌이는 게 가능하다. 아직 국내에서는 증권사가 직접 수탁 업무를 맡은 사례가 없기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증권사의 사업 확장성을 감안하면 다양한 빅픽처가 가능하다. PBS와 수탁 사업으로 사모펀드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면 각양각색 헤지펀드 운용사와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올들어 한국투자증권은 DS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후순위 출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 루트를 추가했다. 단순히 펀드 출자뿐 아니라 IB, PI(자기자본투자) 등에서 다각도로 협업을 벌일 수 있다.

NH증권은 수탁 비즈니스의 타깃을 일단 사모펀드로 국한할 방침이다. 그룹 계열사인 NH농협은행과 업무 중첩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농협은행도 주요 시중은행인 만큼 수탁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모펀드는 물론 조합 등 각종 비히클의 수탁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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