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자타공인 'EMP의 달인' 멀티에셋 1세대 성준석 KTB운용 팀장하버드대 통계학 석사, 미래에셋·NH증권 등 거치며 멀티에셋 매니저로 자리매김
이돈섭 기자공개 2021-11-17 13:25:48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년간 해외 멀티에셋 펀드 운용에 주력해온 매니저가 있다. KTB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본부 멀티에셋솔루션팀장을 맡고 있는 성준석 팀장(사진)이다. 성 팀장은 미국 하버드대 통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에 돌아와 멀티에셋 펀드 운용을 시작해 하우스를 옮기며 실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운용업계에선 자타공인 '글로벌 멀티에셋' 전문가다.성 팀장은 해외 시장 온기를 느끼기 위해 새벽 4시까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발로 국내외 시장이 무너졌을 때 변동성을 대폭 낮춘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로 고객 자금을 지켜낸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한 증권사 리테일 채널 임원은 "성 팀장만큼 믿음을 주는 매니저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성장스토리: 박사 꿈꾸던 하버드대생, 멀티에셋 운용에 '매력'
고려대 대학 졸업반 성 팀장은 박사 학위까지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학위 취득에 욕심이 있어서라기보다 몸값을 최대한 불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왕 공부를 할 거라면 미국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고민하던 찰나,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이 유학비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하게 됐다.
재단이 유학비를 지원하는 조건은 간단했다. 유학을 마치면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라는 것. 박사가 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투자 전문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본인 전공 분야인 통계학이 금융업과 밀접하다는 사실도 선택에 도움이 됐다. 월스트리트 소재 금융회사 50여 곳에 이력서를 냈다.
당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이 끙끙 앓던 시기였다. 현지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시기 아시아계 유학생이 자리를 꿰차기는 쉽지 않았다. 성 팀장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귀국을 결정, 그 길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했다. 국내에서도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던 시기다.
중국 시장이 고꾸라지는 등 아웃바운드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았었는데, 미래에셋운용은 '멀티에셋' 운용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버드대 통계학과 석사 출신으로 퀀트 운용과 해외 시장 분석에 일가견이 있었던 성 팀장은 신설된 멀티에셋팀 일원으로 선발, 글로벌 인컴 펀드의 부책임 운용역을 맡았다.
멀티에셋 운용의 묘미를 알아갈 즈음 성 팀장은 본인의 이름을 내건 펀드를 운용하고 싶었다. 2014년 하나UBS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로 이직한 그는 해외 분산투자 전략을 내건 펀드인 '하나UBS행복노하우'의 책임운용역을 맡았다. 성 팀장은 펀드 운용규모를 3년만에 5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키워냈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시장 최전선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2016년 NH투자증권 헤지펀드운용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 투자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익 창출 기록을 냈다. 꾸준히 실적을 쌓아가는 그를 KTB운용 권정훈 상무가 주목했고, 권 상무 러브콜에 성 팀장이 응답하면서 2018년 KTB운용에 합류하게 됐다.
◇투자철학: '수익은 하늘이 주시는 것…하방 막는데 주력'
2018년 1월 미국 시장이 급등했다. 하지만 같은 달 말부터 2월 초까지 약 일주일 동안 시장이 10% 넘게 급락했다. 당시 상당수 매니저가 상승장에서 번 돈을 하락장에서 고스란히 날렸지만, 성 팀장은 70% 정도를 지켜냈다. 모델링과 선행 지표들을 꼼꼼히 살펴 네거티브 숏·빅스 롱 포지션을 잡은 결과였다.
성 팀장은 이때 '시장에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어야 장기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버티지 못하면 자금이 빠지게 되고, 자금이 빠지면 나중에 올라가는 몫을 챙기지 못한다는 것. 성 팀장은 "수익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 생각하고 하방을 막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 수익 취득 가능성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해서 변동성을 줄여나가면서 시장에 변화가 생기면 변동성 원인을 즉각 파악해 적용할 수밖에 없죠. 단기적 하강 국면은 상승 국면보다 변화가 가파르기 때문에 대응력이 수익률을 크게 좌우하게 됩니다."
실제 이달 10일 기준 성 팀장이 운용하고 있는 'KTB 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 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의 변동성은 7.37%로 다른 멀티에셋 인컴형 펀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멀티에셋 인컴형 펀드들은 변동성이 10% 안팎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샤프지수는 1.63%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 팀장은 "사전에 준비하고 대비하고 연습을 거쳐야 판단이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말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 시장이 모두 무너졌을 때 유동성 문제라는 것을 파악하고 대응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형 판매사 직원들은 성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 지켜줘서 고맙다"며 인사했다.
◇트랙레코드1: KTB글로벌멀티에셋, 국내 대표 EMP로 키운다
성 팀장의 대표 펀드는 'KTB글로벌멀티에셋EMP'다. 국내외 ETF를 주요 자산으로 활용, 인컴수익과 경제성장에 따른 수혜를 동시에 추구한다. 경기회복 국면과 물가 변화에 따른 수혜 테마와 지역을 선정, 금리·통화정책 변화와 성장·물가지표 변화, 밸류에이션, 자금흐름 등을 고려해 비중을 조절한다.
해당 펀드 출시는 김태우 KTB운용 사장이 주도했다. 김 사장은 ETF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 대형사와 같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판단, EMP 펀드로 승부를 걸었다. 김 사장은 변동성 장세에서 유리한 EMP 펀드가 향후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설파해 왔다.
EMP 펀드 자금 대부분은 기관에서 나온다. 처음 펀드를 선보일 당시 대다수 기관들은 KTB운용같은 중소형사가 어떻게 글로벌 투자를 소화할 수 있겠냐며 못미덥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성 팀장은 하나UBS운용에서 펀드 운용과 마케팅을 모두 전담한 경험을 살려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서며 투자자를 설득했다.
설정 이후 3년이 지난 15일 현재 해당 펀드의 운용규모는 2813억원으로 누적 수익률은 28.34%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 수익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변동성은 상당히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 전략배분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비교해도 변동성과 샤프지수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KTB운용 멀티에셋솔루션팀은 성 팀장을 포함 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 운용사의 경우 자산별로 운용역을 붙이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성 팀장은 "인구 고령화로 안정적 운용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멀티에셋 펀드는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성 팀장 전략 밑바탕된 '미래에셋 글로벌인컴'
미래에셋운용 재직 당시 운용에 가담했던 글로벌 인컴 펀드도 기억에 남는다. 2012년 설정돼 현재도 운용되고 있는 '미래에셋 글로벌인컴'은 국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국내 최초의 '벤치마크 없는 멀티에셋 상품'이었다. 성 팀장은 "지금 전략 대부분 기초는 그때 다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힘든 기억도 있다. 2013년 말 전후로 당시 성 팀장이 담당하고 있었던 리츠 포트폴리오 성과가 안 좋아지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팀 자체가 해체 직전까지 몰리면서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무엇을 놓쳤는지 밤낮을 고민한 결과 큰 흐름의 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결과에 다다랐다.
"당시 경험을 통해 수익은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늘이 준 것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시장이 오를 때 다 먹지 못하더라도 떨어질 때는 절반이라도 막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업계에서 롱런할 수 있고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래에셋 글로벌인컴 순자산은 현재 32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거대해진 상태. 미래에셋운용이라서 할 수 있었던 펀드였고, 그 구성원이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는 생각이다. 당시 기자들을 만나 멀티에셋에 대한 개념을 열심히 설명한 것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대형 기관 CIO 목표…수익률로 복지 기여"
성 팀장의 목표는 대형 기관의 CIO(최고투자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자산운용이 언제나 새로워 재밌기도 하지만 자산증식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현지 강연 어레인지 등을 도맡으며 나눴던 대화 속에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영향이 컸다.
"한시간의 노력을 기울여서 대형 기관 운용 수익률을 1%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기여라고 생각해요. 한국 시장은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시되는 시장으로 변모해 가게 될 텐데, 항상 1세대적 관점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세대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고요."
성 팀장은 업계에서 '에너지 넘치는 매니저'로 평가받는다. 그는 미국 현지 투자 온기를 느끼기 위해 새벽 4시까지 일을 자처한다. 다음날 정오께 일어나 남들이 점심 먹고 사무실에 복귀할 때 즈음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귀가 후 그는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새벽 늦게까지 시장을 들여다본다.
운용업계에 발을 디딘 2010년 이후 10년 넘게 매일같이 같은 스케줄로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열정에 운용사 직원은 물론 판매사 직원까지 혀를 내두른다. 한 증권사 임원은 성 팀장의 업무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다. 김태우 사장은 본인의 퇴직연금 절반 가량을 성 팀장 펀드에 맡겨놓기도 했다.
"시장에 잘 대응하려면 시장과 소통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일 아침 해외 시장이 끝난 결과만 보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의 온도를 느끼는 것이죠. 원래 남들이 안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해외투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죠. 방향성이 보이니까 몸을 먼저 태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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