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성장 유망기업 밸류업 '최적 파트너' 고병욱 부사장그로쓰캐피탈서 두각, 엠씨넥스·에이스테크놀로지 대표 사례
김경태 기자공개 2021-10-14 08:07:42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3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설립 이후 10년간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으로 업계에 이름을 새긴 하우스다. 모두 관심을 갖는 딜보다는 물밑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캐치하고 기민하게 파고드는 전술을 활용한다.고병욱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부사장(사진)은 이같은 투자 철학을 가장 잘 실현하는 핵심 운용역이다. 6년전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하며 프라이빗에쿼티(PE)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고 부사장은 최근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조성한 6300억원의 신규 블라인드 펀드부터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성장스토리 : 금융위기 격변 현장 체감, 컨설팅업계서 PE로 투신
고 부사장은 연세대 금속공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앞으로 자신이 PE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될지 생각하지 못했다. 석·박사를 취득한 뒤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꿈을 꿨다.
그러다 군복무 후 우연히 경영학과 수업을 듣게 되면서 삶의 궤적이 변하기 시작했다. 공학 말고도 다른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판단, 내친김에 부전공을 했다.
2003년 IBM코리아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뒤 딜로이트컨설팅, AT커니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6년간 다양한 산업에 걸친 컨설팅 업무를 하며 경영학을 더 깊이 배워야겠다는 갈증을 느꼈고 2008년 유학길에 올랐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에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컬럼비아대 MBA에 가자마자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다. 그는 당시 캠퍼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고 회상했다. 사회에서는 금융에 대한 냉소의 시선이 팽배했다. 불과 1년전 졸업했던 선배들은 곧바로 실직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모여든 인재들은 미국 내에서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쉽지 않은 시절은 오히려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금융권 현직에서 일하던 다양한 경력의 교수진들이 강의한 내용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훗날 업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MBA를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에서 4년 동안 전략컨설팅을 맡았다. 그후 현대라이프생명보험에서 1년 간 경영전략팀 팀장 경력을 쌓았다. 2015년에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투자 관련 커리어를 시작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하방안전성·밸류업' 최적 지점 발굴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한 하우스다. 자금이 필요한 유망기업을 발굴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장에 입찰이 이뤄지는 옥션 딜보다는 물밑에서 투자를 성사시키는 전략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품을 더 많이 팔아야 한다. 수시로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민첩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산업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항상 안테나를 켜 놓는다고 고 부사장은 강조했다.
투자는 기존 대주주가 경영권 지분을 보유하고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2대 또는 3대 주주의 지위를 가지는 구조로 진행한다. 경영권을 유지하되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약점에 대한 보완을 충실히 수행하는 방식으로 밸류업(가치제고)을 돕는다.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재무관리, IR 활동 등을 전방위적으로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일련의 과정에서 과거부터 일관되게 하방안정성(Downside Protection)이 보강된 투자를 추진한다. 투자 조건을 협상할 때 하방안정성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다. 동시에 적극적인 밸류업으로 상승잠재력(Upside Potential)을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런 투자 철학 덕분에 수익자(LP)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고 부사장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철학을 실현하는데 컬럼비아대에서 인상 깊게 수강한 브루스 그린왈드 교수의 수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린왈드 교수는 기업의 실적·재무보다는 비즈니스의 본질적 강점에 주목하는 밸류인베스팅(Value-Investing)을 가르쳤다.
◇트랙레코드1: 성장성 베팅 '엠씨넥스', 머니멀티플 2배 기록
고 부사장은 의미가 깊은 투자로 엠씨넥스를 꼽았다. 엠씨넥스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였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전·후면에 많게는 5개 이상의 카메라가 들어가지만 2015년만 해도 스마트폰에 멀티카메라 탑재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 부사장은 전자업계에 종사하는 학교 선·후배 등을 통해 향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엠씨넥스가 경쟁사 대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고 부사장은 2015년부터 관심을 두고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꾸준히 접촉했다. 하지만 투자 기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에 논의가 가시화됐다. 엠씨넥스는 2016년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당시 베트남 신규공장 승인이 지연되면서 엠씨넥스가 2016년과 2017년에 일시적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다. 고 부사장은 사측을 적극 접촉해 투자가 성사됐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350억원을 자본성 조달 방식으로 투입했고 엠씨넥스의 부채비율이 크게 개선됐다. 엠씨넥스는 당시 투자를 유치한 덕분에 시장에서 카메라모듈의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 후 IR활동 등을 적극 지원하는 등 밸류업을 도왔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투자 후 총 675억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52%를 기록했고 원금 대비 머니멀티플은 2배에 달했다.
◇트랙레코드2 : 5G 분야 저평가 우량주 '에이스테크놀로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블라인드펀드 '엔브이글로벌코리아메자닌(결성액 4806억원)'을 조성했다. 이 펀드의 마지막 투자자산인 에이스테크놀로지도 고 부사장의 손길을 거친 곳이다. 향후 엠씨넥스처럼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 인프라인 차세대통신망 5G의 핵심 부품인 안테나·필터·라디오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제조사다. 미중 무역분쟁이 극심해지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수혜를 입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에릭슨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늘어난 고객사 발주량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하던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한 뒤 공장 증설을 추진했다. 고 부사장은 CFO와 CEO, 대주주와 수 차례 미팅을 통해 설득에 나섰다. 엠씨넥스를 비롯해 도미누스의 다양한 상장사 투자 성공사례를 설명했고 투자 기회를 얻게 됐다.
최근 북미를 비롯해 유럽, 일본 통신사들의 발주가 본격화 되면서 에이스테크놀로지는 향후 높은 수준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부사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등 IR 활동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업계 평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레이트 블루머'의 시간
고 부사장은 2003년 IBM코리아에 입사해 사회에 발을 들인지는 20년 가까이 됐지만 PE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지는 6년반 정도다. 상대적으로 일찍 PE업계에 몸담은 동년배의 운용역 보다는 늦은 감이 없지않다. 하지만 내외부에서 보는 그는 '맞는 옷'을 입고 실력이 급성장해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전문가로 평가된다.
정도현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사장은 "고 부사장은 공학 전공과 관련 커리어를 토대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비딩을 거치는 딜보다는 유망 분야를 선제적으로 타깃 군으로 설정하고 관련 회사를 스터디해 딜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능력은 산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임기응변 능력과 사람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소프트 스킬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PE 산업에 입문하였으나 적성이 맞고 능력이 매우 적합해 레이트블루머(late bloomer)로 성장한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인재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윤지원 KB국민은행 투자금융부 팀장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투자 특성상 고 부사장은 딜을 소싱하는데 굉장히 오랜 기간 공을 들인다"며 "피투자 회사와 펀드, LP 모두에게 좋은 딜이 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실력뿐 아니라 피투자기업, LP와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업계에서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규 신한캐피탈 투자금융2본부 본부장은 “고 부사장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철학 기조를 유지하면서 진화시키는 데 공이 큰 전문가로 펀드 수익률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LP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협업모델을 고안하는 데 강하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 상승 잠재력 방점, 기업들이 먼저 찾는 하우스 목표
앞으로 고 부사장은 도미누스인베스트의 투자 철학을 실현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운용 중인 블라인드 펀드에 15개의 피투자기업이 있다. 실제 고 부사장은 일하는 시간의 50% 이상을 기존에 투자한 회사의 밸류업을 위한 활동들에 할애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투자 집행 이후 대주주와 향후 5년간 사업계획을 갖고 단기·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액션플랜을 세우는 작업을 통해 회사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고 부사장은 하방안정성 못지않게 상승잠재력을 추구하는 투자가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 본다. 최근 LP들의 대체투자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GP들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고 최근 여러 투자 건들을 통해서 다양한 시도와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직접 딜을 발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투자자가 되는 것도 목표다. 최근 투자를 검토하는 회사 중에는 기존에 투자를 집행한 회사의 오너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소개해 준 경우가 자주 있다는 후문이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투자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신균 LG CNS 사장 승진, 'IPO 완수' 중책
- [2024 이사회 평가]'호황 수혜' 일진전기, 부진 속 희망 '경영성과'
- [2024 이사회 평가]'행동주의 타깃' DB하이텍, 선방 항목 수두룩
- LG전자, 달라진 인사코드 '최소 승진·대폭 재편'
- '침묵 길어진' 이재용 회장, 최후진술에 쏠린 눈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기업가치 상승 키워드 '신사업·주주환원·인도'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저평가 극복 시급한데…'EV 캐즘·중국 LCD 공습' 고심
- 물적분할·유증 넘치는 국장, 삼성전자가 보여준 '격'
- [Company Watch]'M&A 대어' HPSP, 호실적·고객사 다변화 잰걸음
- '삼성전자 이어 물산까지' 주담대 초유의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