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IQ 156 멘사회원, 미래에셋운용 '젊은피' 김정수 팀장회계사로 사회생활 시작...IT 섹터 전체 관망 강조, 대표 펀드 '미래에셋코어테크'
이돈섭 기자공개 2021-10-28 12:40:17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6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IT 분야 펀드의 중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은 김정수 리서치부문 리서치1팀장이다. 아이큐 156의 멘사 회원이기도 한 김 팀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기업 분석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팀장은 스스로의 강점 중 하나로 '유연성'을 꼽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김 팀장의 대표 펀드는 '미래에셋코어펀드'와 'TIGER퓨처모빌리티ETF' 등이 꼽힌다. 국내 IT 분야 리서치와 운용을 함께 맡고 있는 그는 특정 부문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성장 종목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 성장스토리: "회계사 거쳐 운용사 입성…운용업계, 기회로"
김 팀장이 처음부터 자산운용업계에 몸담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다. 김 팀장이 대학 졸업 직후 들어간 직장은 삼일회계법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경영을 숫자로 표현하는 회계학에 끌려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고 대학 졸업 전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회계법인에서 2년여간 일하다가 군 복무를 위해 공군 장교가 됐다.
장교 복무 시절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충격 이후엔 본격적 상승장이 펼쳐졌다. 평소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았던 김 팀장은 월급을 불리기 위해 투자 관련 서적을 접해 섭렵하기 시작, 투자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박경철 외과의사가 쓴 글에 매료되기도 했다.
"90년대 말 인터넷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죠. 돈을 빌려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가가 됐고, 귓등으로 흘린 사람은 그 혜택을 입지 못했고요. 당시 주식시장을 보면서 기회에 올라타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산운용업계 '톱 티어'였던 미래에셋운용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크지 않을지 몰라도 1등은 2등이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1등을 했다고 생각했다. 미래에셋운용이 아니면 다른 곳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따지고 보면 과거 서울대와 삼일회계법인을 선택한 것도 1등 DNA를 확보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김 팀장은 아이큐 156의 멘사 회원이기도 하다.
그렇게 2011년 입사한 미래에셋운용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만 10년째. 주식운용부문에 배치를 받아 2년 동안 일한 뒤 리서치 본부로 이동해 8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신입사원 시절 사수의 영향으로 IT 섹터를 담당하기 시작해, 이 분야 운용역과 리서치를 병행하고 있다. IT 섹터는 국내 주식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 투자스타일 및 철학: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한다"
김 팀장이 주목하는 것은 산업의 변화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자율주행 등 산업 내 변화 원인이 기술과 시스템 등 혁신을 수반하는 분야일수록 관심이 간다. 특정 종목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근거가 타사를 압도하는 데 충분하다면 그것만으로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투자기업을 선정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쟁력'입니다. 경쟁력은 성장률과 수익성 등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산업은 상승과 하락을 경험하며 변동성을 노출하는데, 일등기업들은 하락사이클에 접어들면 가치가 더 빛을 발하게 되죠. 물론 펀드 변동성 관리에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산업 내 변화를 감지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유연성이다. 회계사 출신인 김 팀장은 숫자에 강하다. 기업 실적 데이터 추이 속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 안에 파묻히지 않는 것. "시장 전체를 관망하면서 더 성장하는 기업과 덜 성장하는 기업을 함께 평가해 기회를 엿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명상 시간은 중요하다. 명상의 핵심은 심호흡. 호흡이 일정해지면 감정의 변화가 작아진단다. 시장이 급격히 변하는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해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한 훈련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들어찬 생각을 비워내고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바쁜 아침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 트랙레코드1: "미래에셋코어테크…설정 후 누적 수익률 80.2%"
김 팀장의 대표 펀드는 '미래에셋코어테크'다. 2019년 10월21일 최초 설정돼 운용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IT 분야 기업에 집중 투자해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펀드 내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이 꼽힌다.
이 펀드는 더벨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상품 판매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추천상품 설문조사에서 올해 4분기 대신증권과 SC제일은행 등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국내외 금리인상 기조가 뚜렷해지고 미국 연준 테이퍼링 실시가 연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종목장세 해결책으로 눈길이 쏠렸다는 평가다.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25일 현재 운용규모는 5652억원.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80.22%로 벤치마크 코스피200 수익률 45.59%를 웃돌았다. 김 팀장이 밝힌 성과의 비밀은 유연성. 특정 종목에 파묻히지 않고 IT 시장 전체를 종합적으로 관찰해 투자 기회를 엿보려는 노력이 성과를 견인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국내 IT 섹터 전체가 빠진 일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해 3월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없었다. 반도체가 빠지면 2차전지는 오르는 식으로 세부적으로 등락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운용 업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생각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업종 간 변화 추이는 머릿속에서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의료나 법조계 등에서 일하신 분들은 경험이 많이 쌓이잖아요. 본인의 노하우가 경력의 판단 근거가 되는데 주식 시장은 그렇지 않아요. 운용 경력이 10년 이상이니까 주린이보다 잘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쌓이느냐, 그건 아니예요. 산업 내 추이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게 됩니다."
◇ 트랙레코드2: "TIGER퓨처모빌리티액티브ETF…미래차 테마 수익률 최상위권"
'미래에셋TIGER퓨처모빌리티액티브ETF'도 김 팀장의 애착 상품이다. 국내 액티브 ETF 펀드 라인업이 풍성해지면서 수익률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운용사별 대표 액티브ETF 수익률 추이는 업계 전체의 관심사다. 김 팀장은 "회사 안에서는 누구도 압박을 주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퓨처모빌리티ETF의 올해 5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13.47%를 기록하고 있다. 비슷한 테마를 내건 타사 액티브ETF 수익률은 대개 퓨처모빌리티ETF를 밑돌고 있다. '미래에셋 코리아그레이트 컨슈머' 등 성장형 테마 펀드를 꾸준히 운용해 온 그간의 경험이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김 팀장은 다른 ETF와 비교해 월등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비결로 역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미래차 테마라고 해서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제조사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에코프로비엠, SKC, 일진머티리얼즈 등 소재 개발 기업들 비중도 상당폭 확대해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최근 대형주 위주 주가 하락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김 팀장은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배터리 업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외 소재 기업 등 동향을 파악해 수혜를 입는 종목 비중을 확대한 것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시장이 뭔가 이상하다는 표현입니다. 시장에 있는 자금이 이유 없이 움직일 리가 없어요. 예전에는 한 종목만 집중해 밸류에이션이 싸면 집중 매수하는데 다급했지만, 지금은 다른 종목은 어떤 상황인지 살피게 되는 눈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이러한 시각을 시장 전체로 넓혀가려고 합니다."
◇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김 팀장을 대표하는 표현은 '몰입형 매니저'다. 초짜 펀드매니저로 실적이 부진했을 당시 중국 고전을 읽고 명상에 집중한 것은 집중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그만의 극약처방이었다.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 스스로가 정한 투자 방향을 관철시켜 수익을 꾸준히 창출한다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워렌버핏 등과 같은 분들은 결국 자기 철학을 관철시켜 성공적으로 투자를 한 분들이죠. 시시각각 바뀌는 주변 환경 속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시장도 변화의 연속이죠. 흔들리지 않는 자기 철학을 유지하는 평정심이 운용역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팀장은 동종업계 롤모델로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국내주식운용부문 대표를 꼽았다. 국내 최장 매니저 중 한명으로 꼽히는 1963년생 손 대표는 누구보다 유연하게 사고한다는 것이 김 팀장의 평가다. 시장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철학 그 자체가 돼야 함을 손 대표를 보며 배웠다.
앞으로는 IT 섹터를 벗어나 성장성을 갖춘 산업을 다양하게 발굴하고 싶다. 기존 주식형 펀드뿐만 아니라 ETF 등 다양한 비히클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10여년 전 자산운용업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꿈꿔왔던 본인의 '워너비' 모습을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 팀장은 "지금 주식시장에 다양한 악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악재는 없다"면서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 등 여러 변수들이 적용이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밑으로 빠져있는 상태인데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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