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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IPO 지배종' 꿈꾼다 [thebell note]

남준우 기자공개 2021-12-14 07:17:49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0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균(菌)은 지구의 지배종이다. 다양한 생존 방식을 통해 지구상 전체 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생물로 성장했다. 생물 분류의 가장 큰 단위인 계(界)에 진균계가 있는 이유다.

학계에서는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무와의 협업을 꼽는다. 나무 뿌리를 보면 하얀 실타래가 엉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진균류가 만들어낸 균사다. 포자가 발아해 만든 영양체의 일종이다.

길이가 나무뿌리의 몇십 배에 이른다. 뿌리가 닿지 않는 땅속 깊은 곳의 물과 양분을 얻어다 준다. 반면 나무는 균에게 포도당을 지급한다. 광합성으로 만든 포도당의 80%를 전달하기도 한다. 지구 탄생 이래 '땅밑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지배종으로 성장한 셈이다.

국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 이야기를 하려 꺼낸 서두다. 최근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작한 국내 스팩 합병 상장사와 관련된 기획을 마무리했다. 스팩 합병 상장사 100곳 가운데 시가총액이 높은 곳을 위주로 취재했다.

당시 합병 작업을 담당한 관계자들은 시장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공모주 수요예측 등의 부담스러운 수순을 밟지 않으려고 우회 상장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부분 기업가치가 1000억원 내외였던지라 상장 허들을 낮춘다는 비판도 받았다.

다만 그동안 기업과 발기인, 증권사 간의 긴밀한 '땅밑 네트워크'가 충분히 구축됐다. 스팩 시장에서도 충분한 업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들이 주관사 선정 때부터 스팩 상장을 염두에 두고 관련 인력에 대해 미리 알아보기도 한다.

IPO 주관에 강점이 없는 중소형 하우스의 경우 관련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10년 가까이 ECM에서 큰 성과를 보지 못한 하이투자증권은 다수의 스팩을 성공시킨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합병 이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기업들도 많다. 클래시스, 한국비엔씨, 씨아이에스, 콜마비앤에이치 등은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조단위로 성장하기도 했다. 스팩에 대한 시선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이유다.

업계에서는 2022년을 국내 스팩 시장 성장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2021년 대형 스팩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각각 하나씩 상장했다. 이르면 2022년부터 합병 공시를 낼 수 있다. 랜드마크 딜을 통해 스팩이 더 이상 직상장의 대체재가 아닌 IPO 시장의 지배종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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