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C레벨 분석]최윤호 삼성SDI CEO, 세대교체 넘어 전략 변화 예고①전임 기술통과 달리 재무 전문가...공격적 투자로 선회할 가능성
조은아 기자공개 2022-01-04 07:33:01
이 기사는 2021년 12월 31일 09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무려 5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2017년 2월 선임된 전영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한발 물러나고 최윤호 사장(사진)이 빈자리를 채웠다. 전임 전영현 부회장이 엔지니어 출신의 기술통이었다면 최윤호 사장은 미래전략실 출신의 재무 전문가다.이번 대표 교체가 상징하는 바는 작지 않다. 단순 세대교체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배터리 사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극적 행보를 보였던 삼성SDI의 기조 변화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재무통을 대표로 선임한 이유 역시 배터리 사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무를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줄곧 재무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삼성전자 재무관리를 도맡았던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을 방문할 때 보좌해 측근으로도 꼽힌다.
최 사장의 이력에서 미래전략실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임원으로 일했다. 초기 멤버로 조직의 틀을 잡는 데 역량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뒤 2017년 11월 전자부문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신설됐을 때도 합류했다. 2019년 말 TF에서 빠졌고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선임됐다. 2014년 이재용 체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후 두 번째 CFO로 중용된 인사다.
최 사장에게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삼성SDI가 최 사장 체제 이후 공격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2위지만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수년 동안 각종 소송을 주고받으며 요란하게 다툼을 벌인 영향도 있지만 삼성SDI의 행보가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데서 이유를 찾는 시각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설비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예상치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430GWh(기가와트시) 이상, SK이노베이션은 200GWh 이상으로 파악된다. 반면 삼성SDI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가 전망하는 삼성SDI의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예상치는 120GWh 수준에 그친다.
앞서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10일 만에 3년 동안 24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배터리 투자 계획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배터리는 대표적인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집약적인 반도체, 바이오와 달리 많은 자본을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는 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무리하다시피 증설에 나서는 것 역시 규모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기존에 밝힌 생산능력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여러 차례 목표를 상향 조정하며 추가 증설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중한 행보와 별개로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달성이 확실시된다. 내년부터 수익성 개선폭이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구조적 흑자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삼성SDI가 증설은 물론 기술 개발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각형과 원통형 2가지를 모두 생산 중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개화 단계로 어느 배터리가 주력이 될지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전고체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전고체 배터리의 형태를 놓고도 엇갈린 전망들이 제기된다.
최 사장은 삼성SDI 대표로 선임된 뒤 임직원들과 만나 "장기적인 기술 개발 로드맵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와 소재를 개발하고, 안전성을 확보한 혁신 공법으로 기술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1963년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재무와 전략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고 깔끔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최 사장은 앞서 3억4000만원 규모의 삼성SDI 주식 500주를 사들이며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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