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로 본 플랜트 전략변화]임직원 줄이기 한창? 특화 구상 따라 '각양각색'①GS·대우건설 등 감원 추이 뚜렷, 기본설계 인력 등 확대 건설사도
이정완 기자공개 2022-01-17 07:51:40
[편집자주]
대형 건설사의 플랜트 사업은 최근 주목도가 떨어진다. 해외 비중이 높아 불확실성이 큰데다 코로나19로 발주가 감소한 탓이다. 다만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키우는 건설사도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부터 수주에 나서거나 ESG 시대 속 친환경 분야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특히 건설사의 플랜트 부문 임직원 변동 추이에서 각기 다른 사별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각양각색' 건설사 플랜트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3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대 건설사 전반의 플랜트 직원 수는 지난 몇년 동안 감소 추세가 뚜렷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2010년대 초반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동반 기록한 후 이 같은 경향이 시작됐다. 상당수 건설사가 주택 사업에 집중하면서 플랜트 사업에서 힘을 뺀 영향이다.하지만 각 사별 해당 추이에서는 조금 다른 그림이 보인다. 이 시기 플랜트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하며 반대 흐름을 보인 곳도 더러 있다. 플랜트 사업 확대 의지가 그만큼 큰 곳들이다. 특히 건설사의 플랜트 각 부문 인력 변동 추이에는 어떤 분야에 힘을 더하고 빼고 있는지가 담겨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이 플랜트 조직 강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건설사는 그룹 계열사를 따라 해외 진출을 노리거나 설계·시공·조달(EPC)보다 앞 단계인 기본설계(FEED)부터 사업을 따내기 위해 플랜트 인력을 늘린 경우였다.
◇대형사 조직 축소 뚜렷…중동 발주 감소 영향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는 지난 한 해 동안 플랜트 사업 직원 수를 줄였다. 조직 구조조정의 원인은 명확하다. 플랜트 사업이 더 이상 회사에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사업이 됐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플랜트 사업은 국내 대형 건설사의 주력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무렵 중동 지역에서 우리 건설사끼리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친 탓에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당시 조 단위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설사가 나올 정도였다. 이로 인해 플랜트 사업 비중을 낮추고 주택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건설사가 크게 늘었다.
2020년 말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플랜트 인력을 크게 줄인 건설사도 당연히 플랜트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건설사였다. 대표적인 곳이 GS건설과 대우건설이다. GS건설은 2020년 말 1771명이었던 플랜트 직원 수를 지난해 3분기 말 1186명으로 33% 줄였다. 대형 건설사 중 가장 큰 감소율이었다. GS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플랜트 사업에서 245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플랜트 사업은 2020년에도 적자였다.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들어 3분기 동안 대우건설의 플랜트 직원 감소율 12%로 GS건설 다음으로 감소율이 컸다. 이 기간 80억원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최근 국내 부동산 분양 시장 호황 덕에 주택 사업에서 번 돈을 플랜트 사업이 깎아먹고 있다는 분석 하에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랜트 영업적자를 보이는 GS건설과 대우건설 외에 다른 대형 건설사가 플랜트 직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이유도 분명하다. 플랜트 핵심 수주 시장이던 중동에서 발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플랜트 사업이 풍족했던 2010년 국내 건설사는 해외에서 716억달러를 수주했다. 이 수치는 2015년 5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306억달러까지 낮아졌다. 중동 지역은 여전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 비중의 40%를 차지하는 시장이지만 수주액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해당 지역 수주액은 112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 133억달러에 비해 16% 줄어든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하락에 대형 석유화학 기업의 발주 감소가 이어진 탓이다.
◇기본설계·계열사 공사 수주 염두…롯데건설, 3년만에 인력 60% 증가
플랜트 인력 구조조정 흐름과 반대로 직원 수를 늘린 건설사도 있다. 바로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다. 이들 기업은 확고한 플랜트 사업 방향성을 세워놓고 플랜트 인력을 늘리고 있다.
플랜트 조직 확대는 두 갈래로 이뤄진다. 내부에서 인력을 충원하거나 외부에서 채용하는 식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2403명의 플랜트 직원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부 조직 재편을 통해 플랜트 직원 수를 늘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조직 개편에서 플랜트 설계를 전문으로 하던 엔지니어링센터를 쪼개 일부 인력을 플랜트 사업으로 이동시켰다. 엔지니어링센터는 해외 선진 플랜트 기업처럼 기본설계(FEE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FEED부터 사업을 선점해야 설계·시공·조달(EPC)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플랜트 업계 관계자는 “기존 EPC 수주 경쟁에선 10곳에 가까운 건설사가 수주전에 참여해 저가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FEED부터 참여하는 수주전은 발주처에서 가격보다 기술력과 수행 능력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FEED 수주에서는 예전처럼 저가 경쟁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롯데건설은 외부에서 경력직 채용에 나서 조직을 키웠다. 롯데건설 플랜트 직원 수는 672명으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적지만 증가세로는 어느 건설사에도 뒤쳐지지 않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672명이었는데 약 3년 전인 2018년 424명과 비교하면 58%나 늘었다.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대형 석유화학단지 투자 의지에 발맞춰 지난해 화공 플랜트 분야에서 다수의 인력을 채용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우기 위한 목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랜트 엔지니어는 어느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지 보다 어떤 프로젝트를 맡았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개인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이직이 활발하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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