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로봇 상용화 앞당긴 비결 '협력업체 활용' 구광모 특명에 지분투자 1058억원, 자율주행 모듈 공급 용이…'클로이' 상용화 속도
손현지 기자공개 2022-01-24 15:26:46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0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LG 회장이 2018년 로봇사업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보인 첫 행보는 바로 외부업체와의 협력이었다. 핵심 원천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로봇 관련 기업 6곳에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했다. 로봇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반면 삼성전자는 로봇업체와의 협력에 신중한 편이다. 세트부문 통합연구소인 '삼성리서치' 내 별도 조직을 통해 로봇 플랫폼 선행 연구를 지속하며 자체적인 기술 역량을 쌓아왔다.
◇구광모의 로봇왕국 꿈…"스타트업 발굴" 특명
LG전자는 2017~2018년 총 6곳(에스지로보틱스,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로보스타, 아크릴, 보사노바 로보틱스)의 로봇 벤처투자를 단행했다. 약 1058억원을 투입해 해당기업의 지분을 연달아 사들이며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후로 로봇 기업에 지분투자 내역이 전무했던 점을 비춰보면 유독 2018년에 투자가 쏠린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구 회장의 특별한 지시가 발단이 됐다. 2018년 취임 후 첫 공식 해외 출장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투자사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달라"고 강조했다. 미래사업인 로봇,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던 그였기에 로봇 관련 스타트업 발굴이 본격화됐던 것이다.
로봇은 사람처럼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기기다. 다른 기기 보다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LG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각종 가전기기부터 전장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첨단 기술의 복합체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컸다.
로봇 벤처업계는 LG전자의 로봇 사업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2018년 지분 투자 계약 때도 (LG전자는) 독점계약, 사업 선택권에 제약을 가하는 조건을 요구하지 않아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협력사 20년 역량 단번에 흡수, 'LG 클로이' 상용화 기여
특히 로보티즈와의 협력은 LG전자의 로봇 제품군 확대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로보티즈는 로봇의 유연성을 높이고 행동반경을 넓히게 해주는 엑추에이어 전문회사다. LG전자가 지분투자를 단행하기 전 클로이 로봇 상용화 단계부터 액추에이터 부품을 납품해온 회사다. 그 당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갔다.
SG로보틱스와도 'LG 클로이 수트봇' 등 웨어러블 로봇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아크릴은 인공지능 플랫폼 회사로 LG전자가 로봇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감성인식 분야를 담당한다. 로보스타는 클로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산업용 로봇 개발에 가담하는 스타트업이다. 로봇은 용도에 따라 가정·공공서비스·산업용으로 나뉘는데 산업용은 공장 등에서 인간을 대신해 물체를 옮기고 나사를 조이는 로봇이다.
이러한 협력사와의 협력행보는 LG전자의 로봇 상용화를 앞당겼다. LG전자는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 '클로이'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을 공급한 것을 계기로 호텔, 병원, F&B 등에 납품할 LG 클로이 서브봇,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등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냈다. 구 회장은 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해 자체 역량 개발도 지속해왔다.
◇삼성전자, 로봇 기업 투자 계획 無 '신중'
삼성전자도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작년 한 해 동안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삼성전자는 그동안 연구조직(종합기술원, DMC)에서 개발해온 로봇기술을 사업부로 이관해 전략수립에 나섰다. 자체 로봇플랫폼 연구는 세트부문 통합연구소인 '삼성리서치'에서 담당해왔다.
다만 외부 협력업체로부터의 기술 취득에는 신중한 편이다. 앞서 벤처투자펀드 삼성넥스트를 통해 이스라엘의 AI 로봇업체인 인투이션로보틱스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전력이 있지만 협력관계까지 이어질 정도의 투자는 아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제서야 스터디를 끝내고 사업화 진입 단계에 들어서 있다"며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로봇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확실하게 수익성이 나는 사업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만 뛰어드는 편"이라며 "개인용 모바일기기와 접목된 형태의 모빌리티 로봇쪽에 집중할 지, LG처럼 가전을 대체할 로봇을 준비할 지 등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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